▲ Ensemble 11-6, 162×130㎝, Korean Paper, Natural dyes, 2011

같은 화풍이라 하더라도 인물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황토색, 황갈색, 짙은 갈색, 녹색을 사용해 단색조로 표현한 이 그림들은 대상의 직업이나 개성에 따라 색조와 터치를 달리 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보여준다. 사진을 보고 그린 이 초상화들은 말하자면 사진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석이랄 수 있다.

▲ 2011년 Messe Sindelfingen(슈트트가르트) 부스개인전에서. 당시 작품이 솔드 아웃(sold-out)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작가의 기량과 재주, 그리고 안목에 달렸다. 이번 초상화 제작에서 가장 두드러진 기법은 캔버스 바탕을 나이프로 처리, 매끄러운 질감을 조성한 뒤 그 위에 중간 크기의 붓과 작은 붓을 사용하여 인물을 묘사한 것이다. 아사천의 소박한 질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여백을 남긴 것과 단색조로 일관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 Ensemble 11-9, 45×96㎝, Korean Paper, Natural dyes, 2011

한지작가 박철(서양화가 박철,박철 화백,朴哲,박철 작가, Hanji, Korean Paper)의 초상화는 대상을 깊이 파지 않고 드로잉처럼 시원하게 처리한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대개의 경우 머리와 목 부근의 옷자락을 붓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대담한 터치로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 2011년 Messe Sindelfingen(슈트트가르트)

초상화는 어떤 경우든 대상이 되는 인물의 인생관이 제대로 드러나야 잘 그린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얼굴에 자리 잡은 주름살 하나, 표정, 눈빛, 그리고 전체적인 느낌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하는 점을 조감해줄 때 우리는 초상화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 Ensemble 11-5, Φ148㎝, 한지 천연염색, 2011

초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단지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가려진 성정(性情)의 표현, 즉 전신사조(傳神寫照)를 통해 인물의 인격을 느끼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예로부터 전래된 선조들의 많은 초상화들이 있다.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박철(PARK CHUL, 한지부조회화)이 제작한 <22인의 예술가, 그들의 표정전>의 출품작들이 우리 예술인들의 초상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글=윤진섭 미술평론가

▲ 2011년 Messe Sindelfingen(슈트트가르트) 잔시장 작품 앞에서 박철 화백과 아내 백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