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화풍이라 하더라도 인물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황토색, 황갈색, 짙은 갈색, 녹색을 사용해 단색조로 표현한 이 그림들은 대상의 직업이나 개성에 따라 색조와 터치를 달리 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보여준다. 사진을 보고 그린 이 초상화들은 말하자면 사진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석이랄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작가의 기량과 재주, 그리고 안목에 달렸다. 이번 초상화 제작에서 가장 두드러진 기법은 캔버스 바탕을 나이프로 처리, 매끄러운 질감을 조성한 뒤 그 위에 중간 크기의 붓과 작은 붓을 사용하여 인물을 묘사한 것이다. 아사천의 소박한 질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여백을 남긴 것과 단색조로 일관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한지작가 박철(서양화가 박철,박철 화백,朴哲,박철 작가, Hanji, Korean Paper)의 초상화는 대상을 깊이 파지 않고 드로잉처럼 시원하게 처리한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대개의 경우 머리와 목 부근의 옷자락을 붓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대담한 터치로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초상화는 어떤 경우든 대상이 되는 인물의 인생관이 제대로 드러나야 잘 그린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얼굴에 자리 잡은 주름살 하나, 표정, 눈빛, 그리고 전체적인 느낌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하는 점을 조감해줄 때 우리는 초상화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초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단지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가려진 성정(性情)의 표현, 즉 전신사조(傳神寫照)를 통해 인물의 인격을 느끼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예로부터 전래된 선조들의 많은 초상화들이 있다.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박철(PARK CHUL, 한지부조회화)이 제작한 <22인의 예술가, 그들의 표정전>의 출품작들이 우리 예술인들의 초상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글=윤진섭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