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semble 10-1, 40×92㎝, Korean Paper Natural dyes, 2010

한지작가 박철(서양화가 박철,박철 화백,朴哲,박철 작가)이 그린 초상화의 주인공들은 한국의 예술계에서 각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시인과 수필가(고(故) 피천득, 고(故) 법정, 김지하, 이해인, 김후란)를 비롯하여 무용가(김문숙, 이숙재, 정재만, 김숙자, 박명숙), 연극배우(손숙, 김혜자), 연극연출가(김정옥, 정진수, 이상희, 최치림), 피아니스트와 성악가(이승희, 김형규, 박종훈), 화가와 조각가(김영원, 이석주) 등이 망라된 대상을 보면 마치 축소된 한국의 예술계를 보는 것 같다.

▲ 2010년 얼굴박물관 '명사 22인' 개인전에서 배우 김혜자

그만큼 대상의 선정에 고심을 한 흔적이 역력하며, 이들의 얼굴을 통해 “예술가들의 초상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안고 그림을 그린 작가의 고뇌가 엿보인다.

한지작가 박철(서양화가 박철,박철 화백,朴哲,박철 작가)은 원래 인물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가 아니다. 30여 년을 오로지 한지(Hanji, Korean Paper)작업에 몰두해온 미술계의 중진작가다. 우리의 전통기와나 멍석을 비롯하여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를 소재로 한지를 이용한 고유의 부조회화를 개척한 작가다.

▲ Sonata 10-12, 60.5×73㎝, Korean Paper Natural dyes, 2010

그런 그가 뒤늦게 인물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옛날에 그려본 적이 있는 드로잉이 새삼 그리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화단 풍토는 하나를 인정하면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편견에도 불구하고 그가 붓을 든 이유는 단순히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열망에 기인한다. 예술이 본디 자유로운 것인데 왜 표현의 욕구를 스스로 억제해야 하는가 하는 것도 이번 전시의 이유 가운데 하나다.

▲ Ensemble10-25, 43×43㎝, Korean Paper, Natural dyes, 2010

박철(PARK CHUL, 한지부조회화)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예술가들의 직업에 따라 고유의 개성이 어떻게 얼굴에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작품 제작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박철( ARTIST PARK CHUL)은 예술가의 개성과 인간적 내음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거친 회화적 터치를 구사하는 가운데 각 개인의 특징을 포착한다. 그가 그린 22점의 초상화는 갈색과 녹색의 단색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글=윤진섭 미술평론가

▲ 가을 Sonata, 10-18, 28×51㎝, Korean Paper Natural dye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