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의 하반기 프리미엄 스타일러스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이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Barclays Center)에서 열린 갤럭시 모바일 언팩을 통해 9일(현지시각) 전격 공개됐다. 미드나잇 블랙, 오션 블루, 라벤더 퍼플, 메탈릭 코퍼 등 총 4가지 색상으로 24일부터 글로벌 출시될 예정이며 오션 블루 색상 모델의 경우 옐로우 색상의 스마트 S펜을 탑재해 눈길을 끈다. 출고가는 128GB 기준 109만4500원이며 512GB는 135만3000원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은 스타일러스 스마트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전작의 강점을 계승한 버전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폴더블 스마트폰 공개가 점쳐지는 가운데 공개된 갤럭시노트9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지적과 '역대 최강의 노트 시리즈'라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갤럭시노트9과 애플의 신형 아이폰을 중심으로 전개될 하반기 스마트폰 전쟁의 결과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갤럭시노트9이 구동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갤럭시노트9의 '빛'
갤럭시노트9의 성능은 전작과 비교해 크게 향상됐다. 10나노 프로세서에 1.2Gbps 다운로드 속도를 비롯해 내장 메모리는 128GB 용량과 512GB로 꾸려졌다. 2016년 업계 최초로 선보였던 쿨링 시스템도 강해졌고 업계에서 가장 밝은 F 1.5 렌즈와 F 2.4 렌즈의 ‘듀얼 조리개 (Dual Aperture)’도 탑재했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18.5대9 화면 비율의 쿼드HD+(2960x1440)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슬림한 상하단 베젤, 홍채인식 센서를 비롯해 유무선 급속 충전, IP68 등급의 방수·방진, 홍채·지문·얼굴 인식 등 다양한 생체 인증도 여전하다. AKG사운드 기술을 도입됐고 최초로 스테레오 스피커가 탑재됐으며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대용량 배터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전작 대비 21% 증가했으며 하루 기준으로 보면 별도의 충전이 필요없을 정도로 상당한 기술력이다. '갤럭시노트9이 노트북 수준의 배터리를 지원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 갤럭시노트9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S펜은 많은 고민이 축약된 분위기가 풍긴다. 펜팁 지름이 0.7mm, 지원하는 필압이 4096단계로 구성됐다. 실제 종이에 펜을 쓰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필기감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S펜도 IP68 방수·방진 등급을 지원한다. S펜 버튼을 누르는 동작으로 즐겨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거나 카메라, 동영상, 갤러리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프레젠테이션 중 슬라이드를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카메라, 갤러리, 음성 녹음, 삼성 뮤직, 삼성 비디오, 유투브, 스냅챗, 스노우, B612, 파워포인트, 한컴 오피스 쇼 등은 버튼을 눌러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S펜은 저전력 블루투스를 탑재했으며, S펜을 스마트폰에 꽂기만 하면 약 40초만에 완충할 수 있다. 완충된 S펜은 대기 시간 기준 30분 또는 최대 200번까지 버튼 사용이 가능하다. 갤럭시노트9의 S펜은 스타일러스 스마트폰의 부속품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S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공개해 오픈 생태계 구축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S펜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등 새로운 하드웨어 기기 조작으로 로드맵이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S펜을 중심으로 라이브 메시지 이상의 사용자 경험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젤리스 기조가 유지되며 디자인 심미성도 강화됐다. 극단적 베젤리스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엣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멀티 미디어 환경에 충실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초의 스테레오 스피커를 통해 멀티 미디어 존재감도 강해질 전망이다.

인텔리전트 카메라 기능도 눈길을 끈다. 꽃, 음식, 인물 등 촬영 장면을 인식해 대비, 밝기, 화이트밸런스, 채도 등을 최적으로 조정해 촬영해준다. 사용자가 사진을 촬영하기 전에 별도의 필터를 적용하거나 어울리는 모드로 변환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전용 메모리(DRAM)가 통합된 1200만 화소 슈퍼 스피드 듀얼 픽셀 이미지센서를 탑재해 초당 960개 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슈퍼 슬로우 모션)’ 기능도 제공한다.

인공지능 빅스비 2.0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은 빅스비 2.0의 강점을 체감할 수 있는 특이점이 보이지 않지만, 학습을 통해 강력해지는 빅스비 존재감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은 여전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언팩 당시 갤럭시홈이라는 스마트 인공지능 스피커를 깜짝 공개, 빅스비 2.0을 활용한 사용자 공략에 고심하는 중이다.

▲ 갤럭시노트9이 구동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의 '그림자'
갤럭시노트9의 스펙은 모두 상향됐으나 전작과 대비해 차별점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러시아 블로거인 hi-tech는 9일 갤럭시노트9을 입수해 분해한 결과 전작인 갤럭시노트8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S펜이 기기와 강력하게 붙어있도록 만들기 위해 내부가 일부 개선된 점과 내장 스피커의 크기가 커진 것을 제외하면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갤럭시노트9을 구매해야 할 동기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덱스와의 연동 등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 강해지고 있으나 킬러 콘텐츠가 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갤럭시노트9을 일종의 안정화 모델로 규정, 큰 무리없이 흐름을 이어가는 단순 연결고리로 정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쿨링 시스템도 큰 기술적 진보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 갤럭시노트9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S펜의 기능성이 강화됐지만, 블루투스 활용법이 보장하는 특별한 사용자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다. S펜을 통해 단말기의 일부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그 이상의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S펜에 집중하며 오픈 생태계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생각할 필요가 있으나, 아직은 삼성전자도 S펜의 킬러 콘텐츠가 무엇인지 100%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S펜의 기능과 대용량 배터리로 사용자 경험이 강해졌으나 단말기가 무거워진 것도 지적된다. S펜에 탑재되는 모듈과 배터리 무게때문에 갤럭시노트9 S펜의 무게는 전작인 2.8g보다 0.3g 늘어났다. 대용량 배터리로 인해 세로 사이즈가 줄었지만 가로 사이즈와 두께가 늘어나며 총 무게는 201g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가로 사이즈와 두께는 한 손에 쥐었을 때 받는 그립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회비용에 따른 의미심장한 변화지만, 호불호가 갈린다.

▲ 갤럭시노트9이 구동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가격 이슈도 있다. 128GB 109만4500원, 512GB 135만3000원인 가운데 128GB 모델로 보면 전작과 가격이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주력인 512GB는 130만원을 넘기며 소비자의 가격심리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형만 보면 전작과 비교해 가격이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512GB 모델에서 수익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미국에서 이미 갤럭시노트9 '원 플러스 원' 행사가 시작된 가운데, 국내 소비자 일각의 비판도 넘어야 한다.

갤럭시노트9은 안드로이드 오레오를 탑재했다. 신형 안드로이드P 업그레이드가 언제일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지 못한 이유를 두고도 업계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단독 운영체제 로드맵을 가동하며 구글과 거리가 멀어지는 가운데, 스마트폰의 단기 경쟁력이 주춤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