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매출액 기준 20대 기업이 한해동안 서울시 1년 예산인 29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정부에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출액의 3분의2는 협력사·임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나누고 있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대 기업 경제적 가치 공유분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경연이 지난해 2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기준 20대 기업은 998조 2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고, 이 중 약 3분의2인 642조원은 협력사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대기업 2017년 매출액 사용처. 출처=한국경제연구원

 

세부 내용을 비중별로 나눠 보면 협력사가 49.5%, 임직원이 8.8%, 정부가 2.9%, 주주 2.4%, 채권자 0.6%, 지역사회 0.1%, 제품판매 관련 비용 22.5%, 감가상각 5.5%, 연구개발비 2.5%, 사내 유보 5.2%로 파악됐다.

협력사에게는 제품과 서비스 생산을 위한 원재료와 상품, 용역 구입으로 매출액의 절반 정도인 493조 9000억원이 갔다. 한경연은 “이 액수는 2016년 기업경영분석 상 중소기업 총 매출액 1579조 9000억원의 31% 정도인 규모”라면서 “기업의 협력사 대금은 1차적으로 협력사의 매출과 협력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의 소득, 정부 근로소득세에 간접 기여하는 원천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임직원에게는 88조 1000억원이 지급됐다. 분석에 따르면 총 매출액의 8.8%인 88조 1000억원이 43만 명의 임직원에게 분배됐다. 20대 기업 근로자가 납부한 근로소득세는 약 1조 7000억원에서 2조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2017년 기준 전체 근로소득세 세수인 35조 1000억원의 약 4.8%~6%를 차지한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매출액 2.9%는 정부 몫으로 주주 몫보다 커

한편 매출액의 2.9%인 28조 5000억원은 정부에 법인세, 조세공과금 등으로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의 2017년도 예산인 29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법인세만 따로 보면 20대 기업이 2017년 전체 법인세수 59조 2000억원 중 46.1%를 부담한 것이고, 증가율로 따지면 전년 대비 55.8%급증했다. 한경연은 “이는 매출액 증가율인 10.9%보다 5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의 주주는 매출액의 2.4%인 24조 2000억원이 분배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부에 낸 세금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또 채권자인 금융회사에는 매출액의 0.6%를 이자비용으로 사용했고 지역사회에 기부금으로 배분한 비율은 매출액의 0.1%수준이었다. 한경연은 “기부금에는 손익계산서상 기부금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이 사회공헌을 위해 조직을 운영하거나 현물 지원 등의 사회공헌은 제외된 것”이라고 말했다.

▲ 20대 기업 매출액 법인세 증가율 추이. 출처=한국경제연구원

 

기업 연구개발(R&D)비용 정부 예산보다 많아

20대 기업의 연구개발(R&D)비용은 매출액의 2.5% 수준인 24조 5000억원으로 정부의 혁신성장 동력 예산과 연구개발 관련 예산 합인 21조 8000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운송비, 수수료 등으로 총 매출액의 22.5%인 224조 600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주요 기업들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창출한 가치를 사회와 공유하는 기업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