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개는 가축인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개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관습과 반려견의 증가로 식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이런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축산법으로 가축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다. 축산법 제2조(정의)는  가축을 사육하는 소·말·면양·염소(유산양포함)·돼지·사슴·닭·오리·거위·칠면조·메추리·타조·꿩, 그 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動物) 등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1963년 법제정 당시 개는 빠졌으나 1973년 개를 포함시켰다.

축산법 시행규칙 제 2조(가축의 종류)는 농림축산식품령으로 정하는 동물로 노새와 당나귀, 토끼와 개, 꿀벌, 그밖에 사육이 가능하며 농가의 소득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로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동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개는 엄연히 가축이다. 다시 말해 법률상 식용 가능한 가축에 포함돼 사육과 도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개를 사육해 팔고 개를 도축해 고기를 판매하는 시장과 가게가 번창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려견이 증가하고 개를 가족으로 여기는 국민들이 늘고 그 결과 보신탕에 대한 반대의견도 많아지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청와대가 10일 "가축에서 개가 빠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법적으로 개 식용을 금지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재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SNS 방송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지금의 가축법은) 정부가 식용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면서 "동물을 가축으로만 정의한 기존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비서관은 사육, 식용현황에 대해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면서 "다만 대한육견협회는 5000여 농가에서 200만 마리를 사육한다고 밝히고 있고 동물보호단체는 2000여곳, 78만마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비서관은 "지난 2004년에는 국민 10명 중 9명(89.5%)이 보신탕 판매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2018년 한 조사에서는 18.5%만 식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부도 필요한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여전히 개 사육 농장이 다수 존재하는 점 등을 감안해 의견 수렴 등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반려견 중 소형견.출처=국립축산과학원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축산법 상에 규정된 가축에서 개가 제외되면 개 도살이 불법이 되고, 보신탕도 사라지게 된다. 이를 통해 개의 식용을 종식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개를 가축에서 제외시키려는 법안은 다수 발의돼 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5월 가축의 정의에서 개를 명시적으로 제외해 개를 제외해 도축을 막는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등도 개·고양이 임의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냈다. 이 의원 측은 "가축은 사육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개를 뺀다는 것"이라면서  "농장에서 처참하게 도살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런 방침을 정한 데다 법안 또한 다수 발의돼 있는 만큼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개고기 소비가 줄고 반려견이 늘면서 개 식용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로 규정된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이르면 반려동물의 문화가 시작되고 2만달러가 되면 반려동물 문화가 발전하며 3만달러 이상이 되면 동물의 인격화가 시작된다. 지금 한국은 3단계에 해당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매년 두 자리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면서 "반려동물을 대하는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도 반려동물의 인격화가 되어가는 문화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물 보호 단체 등에선 청와대 움직임을 환영했지만, 개 사육 농가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라면 걸림돌이다. 유독 개만 가축에서 제외해 도축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보신탕 하나로 삶을 영위 하는 수많은 자들의 실업 문제 를 떠나 정치권 에서 개인의 먹는 즐거움 까지 구속 할수 있다고 생각한 발상은 매우 위험 한 것이라고 본다" 는 등의 반대 의견도 다수 올라 있다. 특히  "대통령 을 떠나 대통령 할아버지 라도 개인의 먹는 즐거움 까지 빼앗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무지막지 한 제도는 공산 국가 에서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는 극단의 의견도 있다.

그러나 반려견의 숫자가 늘어나고 반려견을 기르는 가구가 늘고 있는 만큼 개를 언제까지 도축이 가능한 가축에 범위에 둬야 할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17 반려동물 양육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전체 가구 30.9%로 약 590만가구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을 길러본 가구는 3가구 중 2가구나 된다. 반려동물 중 개가 82%로 압도적으로 많고 고양이는 16% 수준이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2016년 2조3000억원대로 불어났다. 5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관련 업계는 올해 3조원대를 예상한다. 2020년까지 6조원에 육박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