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과학계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과학계 분야를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비자 심사를 엄격하게 해, 미국의 학생비자를 받는 중국유학생 수가 2016년 대비 24% 감소했다.

▲ 미국이 '스템(STEM)' 공부를 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심사를 엄격하게 해, 중국 과학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처=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9일 미국이 중국 유학생들에게 비자 심사를 엄격히 하면서 중국 과학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로봇, 항공 등 첨단 분야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인 대학원생들은 1년짜리 비자를 소지하고 있다. 미국이 학생들의 비자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짧은 비자를 줘, 중국의 첨단기술 연구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제조 2025'와 관련된 분야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더욱 엄격한 심사를 받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이 2015년 5월 8일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이다. 10대 핵심 사업에는 세대 정보 기술(IT)·고정밀 수치제어기(자동선반)와 로봇·항공우주 장비·해양 장비·선진 궤도교통 장비·에너지 절감·신에너지 자동차 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한 후 안보문제를 이유로 이민정책을 강화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엄격한 비자 발급 정책으로 외국인 학생이 3분의 2 감소하면서 미국 내 경영대학원 상당수가 이미 타격을 입었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뜻하는 ‘스템’(STEM) 유학생들이 줄어들었다.

미국은 2월 발표한 국가보안전략보고서에서 "지적재산이 경쟁상대인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STEM 유학생에 대한 규제를 고려하고, 미국에 첨단기술인력 채용의 중요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토안보부 홈페이지 방문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36만2000명 중 42%가 STEM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외국인 학생들에게 발급된 학생비자(f-1)의 수가 이민정책이 강화되기 전인 2016년에 비해 17%, 2015년에 비해 39%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 학생들의 f-1 비자는 24% 감소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데이비드 램튼(David Lampton) 중국학부장은 "비자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매우 불행한 일 중 하나"라면서 "이는 양국 국민 간의 광범위한 교류를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가 거절된 중국 학생들이 영국, 호주, 캐나다 등 다른 대안을 찾으면서 결국 미국 손해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사회과학원 위안 정(Yuan Zheng) 연구원은 "이런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입장과 맞물려 단기로는 미국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로는 미중 관계를 해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