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SNS 상에서 상품을 거래하는 ‘SNS마켓’이 새로운 쇼핑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SNS에서 많은 팔로워(follower)를 거느리며 영향력 있는 개인을 뜻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을 활용한 마케팅 열풍이 한창이다. 이 같은 열풍은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는 인플루언서가 유통업계와 결합하면서 상업화돼 점점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지만 당분간은 유통업계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유통업계는 SNS에서 많은 팔로워(follower)를 거느리며 영향력 있는 개인을 뜻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을 활용한 마케팅 열풍이 한창이다. 이 같은 열풍은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각 사

SNS마켓이란 쇼핑몰이나 오픈마켓이 아닌 SNS 상에서 상품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장을 이끄는 파워 셀러(power-seller), 인플루언서들은 패션, 육아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세련된 감각과 취향을 공유하고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적게는 1만명 이상 많게는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주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신분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자신의 계정에서 제조업체와 협업해 공동구매 형식으로 물품을 판매하거나 자체 제작한 상품을 판매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플루언서 등 국내 1인 커머스 사업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달라지는 쇼핑 트렌드를 반영해 최근 유통업계도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으로 특색 있는 고객 접점 마련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백화점·화장품 업계 등은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고 제품 사요을 권한 후 SNS에 후기를 남기는 형식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SNS 파워 인플루언서와 함께 ‘팝업스토어’ 개최

빠르게 변하는 고객들의 취향에 백화점에서도 ‘SNS 스타 브랜드’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백화점 빅3 중 가장 활발하게 SNS 파워 인플루언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2015년부터 인플루언서들와 함께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대구점에서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20만명 보유한 인플루언서 한연아의 패션·뷰티 브랜드 ‘숏트벗스터닝’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한연아가 매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SNS에 올리면서 수백명의 팔로워가 백화점을 찾아 매출을 견인했다. 지난해 선보인 팝업스토어는 모두 목표 대비 10%에서 20% 높은 매출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무역센터점에서도 1세대 쇼핑몰 ‘업타운걸’로 유며세를 탄 강희재의 ‘희재마켓’을 열어 매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달에는 SNS상 팔로워가 2만명 이상인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콘텐츠 공모전 ‘더 현대 팬페스트’를 열었다. 인플루언서에게 상품 홍보를 의뢰하지 않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내고 경쟁하도록 한 후 선발된 사람과 협업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도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인플루언서 편집 매장 ‘아이 마켓’은 월평균 1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출처=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도 SNS 유명패션브랜드를 한데 모은 ‘신세계 브랜드 서울’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 브랜드 서울은 청담동, 한남동, 연희동 등 최근 서울의 인기 지역에서 SNS를 통해 뜨거운 관심을 받는 브랜드를 신세계 바이어들이 직접 섭외해 백화점 고개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일회성 이벤트로 연 행사지만 고객들의 높은 관심으로 매년 5월과 9월 행사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에 입점할 인플루언서를 발굴하는 ‘인플루언서 커머스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세 번의 열린 인플루언서 의류 브랜드 팝업스토어는 일주일 안팎의 행사기간 동안 모두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통상 의류 브랜드 팝업스토어의 일주일 매출이 약 5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인플루언서 편집 매장 ‘아이 마켓’은 월평균 1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2월 인플루언서를 육성하는 ‘쇼룸 크리에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인플루언서들이 상품 홍보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본인의 SNS 계정에 올려 마케팅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유명 개인방송 BJ가 등장해 물건을 파는 ‘쇼킹호스트’ 역시 인플루언서가 롯데홈쇼핑 쇼호스트에 도전하는 사업이다.

화장품 업계, 인플루언서 가장 활발히 활용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더욱 활발한 곳은 화장품 업계다. 유튜브 등에서 화장품을 소개하고 메이크업을 시연하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소규모 화장품 브랜드부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까지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마케팅 플래폼 ‘유커넥’과 손잡고 SNS 팔로워·구독자 수가 1만에서 10만 정도인 60여의 인플루언서 계정으로 제품을 홍봉하고 있다. 아모레는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400여편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아모레 공식 온라인몰 Apmall(에이피몰)의 고객이 지난해보다 38%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모레는 지난 6월에는 ‘AP 이노베이션 데이’를 열어 수렴한 인플루언서들의 아이디어는 제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온종일 모바일 속에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려면 온라인 고객경험 콘텐츠가 중요하다”면서 “인플루언서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LG생활건강은 이름 난 인플루언서에게 광고 제작을 의뢰해 이른바 'B급 코드'식 셀프디스 광고로 파격적이고 재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인플루언서에게 광고 제작을 맡겨 SNS상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 제작으로 이름난 인플루언서에게 광고 제작을 의뢰한 LG생활건강은 과거 TV광고와 다른 파격적인 콘셉트를 내세운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른바 ‘B급 코드’식 강고는 유투브에서만 14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광고 내용 역시 상품 홍보에 초점을 맞춘 대신 주말에 광고 업무를 맡긴 본사에 대한 악감정이 주를 이루고 있어 파격적이고 재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고장터 플리마켓, 인플루언서 참여로 ‘트렌디 마켓’ 변신

플리마켓(flea-market)은 통상 중고 거래를 주로 하는 벼룩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플리마켓에 사업자로 구분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트렌디한 마켓으로 변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

‘낭만창고’는 유투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스들을 모아 새로운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주목 받고 있다. 낭만창고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푸드, 패션, 키즈, 리빙, 펫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국내 최대 플리마켓 ‘띵굴시장’도 주목할만하다. 블로그 누적 방문자만 2500만명, 12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살림 파워블로거 ‘띵굴마님’이 주최자다. 띵굴마님의 주최로 2015년 9월 처음 시작한 띵굴시장은 리빙, 키즈, 패션, 푸드 상품을 한 자리에서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마켓이다.

유통업계가 인플루언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주요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고객인 20대, 30대 젊은층이 이런 채널을 이용한 소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인플루언서가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끈 이유는 연예인 광고모델과 달리 일반인 입장에서 제품을 써본 ‘순수한’ 후기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인플루언서도 한 사람의 소비자였지만 유통업계와 결합하면서 상업화돼 점점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인플루언서들의 막대한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유통업계의 마케팅은 당분간 꾸준히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