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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vs 금감원 1조원 즉시연금 전면전…또 관치금융 논란당국, 인터넷 분쟁조정 접수처 마련·시민단체 가세…커지는 싸움판
고영훈 기자  |  gyh@econovill.com  |  승인 2018.08.10  16:30:38

[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즉시연금 미지급금 관련 금융감독원의 권고안을 거부하면서 보험사와 당국간 전면전으로 번질 기세다. 전체 규모만 1조원으로 추정되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에 시민단체도 가세하며 싸움판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는 실적에 악영향이 올 수 있기에 사태를 신중히 관망하고 있다.

   
한화생명 본사. 출처=한화생명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하면서 생명보험사들과 금감원 간의 파워게임으로 번질 조짐이다.

한화생명은 법률검토를 거쳐 지난 9일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와 관련해 불수용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화생명은 의견서를 통해 다수의 외부 법률자문 결과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시연금 상품인 '바로연금보험'의 민원인에게 납입원금 환급을 위해 떼는 사업비까지 돌려주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해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공제한다는 보험의 기본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분조위 결정에 따라 약관대로 보험금을 줄 경우 즉시형(연금 즉시 지급)이 아닌 거치형(일정기간 후 지급) 가입자는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생명이 금감원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했을 때와 같은 논리로 볼 수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가입자 1건에 대한 분쟁조정 결과는 수용했지만, 이를 전체 가입자 약 5만5000명으로 일괄 적용해 4300억원을 더 주라는 금감원의 권고는 거부했다.

즉시연금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금액을 공시이율로 운용해서 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현재 금감원과 생보사간 논란이 되고 있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정부가 생보업계에 주문해서 공동상품으로 출시해 22개사가 판매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20여개 생보사의 유사 사례 16만건에 대해 일괄 구제를 권고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지난 7월 9일 금감원은 금융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의 일괄 구제를 공개적으로 권고했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에 일정한 이율을 곱해 산출한 금액 중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공제한 금액을 매월 연금으로 지급한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관련 분쟁이 일어난 것은 보험약관에 연금 지급 시 보험료 적립금 이자 중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조위는 작년 11월 조정 신청인에게 보험사가 이를 공제하지 않은 금액을 지급하도록 했고 올해 2월 보험사가 이를 수락했다.

   
삼성생명 서초사옥 빌딩. 출처=뉴시스

삼성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실제 지급액이 순보험료에 최저보증이율을 곱한 후 준비금을 뺀 예시액보다 적은 경우에만 차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다면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화생명은 이번 권고안 거부는 지난 6월 12일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민원에 국한된 것으로 법원의 판결로 지급 결정이 내려진다면 모든 가입자에게 동등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에는 현재 84건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관련 민원이 들어왔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을 제외하고는 교보생명이 가입자 1만5000명에 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이 추산되고 있다. 교보생명을 비롯한 미래에셋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들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민원도 없고 분조위에 올라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사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미지급금 지급시 생보사 실적 악영향

금융소비자원은 이와 관련 금감원은 감독당국인데,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생보사들에게 일괄 구제를 강요한 것은 관치 금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보사들과 진흙탕 싸움을 유도하고 있어 문제라는 의견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의 경우 이 사안과 관련해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즉시연금 지급 지시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한국이 아직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아 소송에 참여한 자만이 권리를 구제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은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낸 바 있다. 이에 생보사들은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금감원이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면서 백기를 들었다.

또한 이번 미지급금 이슈가 생보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수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미지급금 약 149억원 중 68억원이 2분기 실적에 충당부채로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 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태가 생보사 사기 저하로 이어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 말부터 홈페이지에 즉시연금 분쟁조정 접수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연금가입자의 분쟁조정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 생보사와 당국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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