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읍참마속(泣斬馬謖)’은 <삼국지>에서 촉한 승상 제갈량이 내린 군령을 어겨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 마속의 목을 제갈량이 울면서 베어버린 사건에서 나온 고사성어다. 공정한 원칙 적용을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도 과감하게 포기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최근 액상 대마 흡연으로 물의를 빚은 허희수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 배제한 SPC그룹(이하 SPC) 허영인 회장의 ‘읍참마속’은 재계에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SPC 허희수 부사장은 식품·외식기업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둘째아들이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경영에서 ‘신의 한 수’로 회자되는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Shake Shack)의 운영권을 SPC로 가져온 주역이다. 2016년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의 인기에 국내 여러 유통·식품 기업들은 쉐이크쉑을 들여오기 위해 물밑 경쟁을 했다. 그러나 번번히 실패의 쓴잔을 마셨다.

▲ 한국 쉐이크쉑 2호점 청담점 개점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쉐이크쉑 창업자 대니 마이어. 출처= SPC

허 부사장은 쉐이크쉑의 창업자인 미국의 식품 기업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USHG)의 대니 마이어 회장을 수차례 직접 찾아가 SPC의 외식사업 노하우를 설명하며 그를 설득했다. 허 부사장의 노력에 감탄한 쉐이크쉑은 SPC를 한국 진출 파트너사로 결정했고 한국 쉐이크쉑 1호점인 강남점은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많이 나오는 매장’이 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이 성과로 그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추후 SPC의 주력사업인 외식사업을 이끌 3세 경영인으로 여겨지며 그룹 안팎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한 번의 실수는 허 부사장이 그간 쌓은 화려한 성과의 빛을 가렸다.

▲ 수많은 고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개점 초기의 쉐이크쉑 강남점.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여기서 주목할 것은 허영인 회장의 냉정한 결단이다. 허희수 부사장이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허 회장은 “(허희수 부사장을) 현재 경영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경영에서도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PC는 허 부사장의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빠른 경영 정상화를 위한 후임자를 찾고 있다.

허영인 회장의 결정은 국내 대기업들이 창업주나 총수의 2세, 3세 경영인들이 저지르는 갑질이나 비행(卑行)에도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는 재계의 비정상 관행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일은 기업 경영진들의 윤리 의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라면서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하며 특히 수많은 임직원들의 생계가 달린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라면 윤리적으로 더 많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