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리라 환율은 10일 오후 3시 5분 현재 1달러에 5.7311리라로 9일보다 5%, 올해 초보다 31.5% 급락했다. 출처=CNNTurk.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연일 급락하자 터키 정부가 마침내 '새 경제모델’을 발표했다. 그러나 리라화 가치 하락이 멈출지는 미지수다. 터키 정부는 문제의 발단인 미국의 선교사 앤드류 브런슨 목사 구금을 9일(현지시간) 해제하고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았지만 외환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연일 폭락하는 리라화 가치...올해 30% 이상 급락해

달러화에 대한 터키 리라화 환율은 10일 오후 3시 5분 현재 1달러당 5.7311리라로, 9일보다 5% 하락했다. 이에 따라 리라화는 올들어 31.5% 떨어졌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자 주식시장도 요동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주식시장도 1% 하락했다. 이에 따라 터키 경제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터키 경제는 만성  경상수지 적자, 높은 단기외채 비율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위기의 핵심 국가로 지목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Fitch)는 올해 터키가 부채를 상환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2300억달러(한화 약 250조)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지만,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730억달러(한화 약 82조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소 안전기준에 못 미쳐 상환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금리의 적’이라 자칭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경제노선도 통화 안정이 필요한 시장의 불신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은행들에 낮은 금리로 대출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등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리라화 폭락을 촉발하는 것은 물론 물가상승이라는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Moody's)는 터키의 소비·세수 정책 미비로 경제 성장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이는 장기 성장정책이 선거주기에 휘둘리며 생긴 결과라고 분석했다. 피치(Fitch) 역시 경기 침체의 위험성 증가를 경고했다.

터키 새로운 경제혁신 방안 내놓았지만

터키 재무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5.5%에서 3~4%로 조정하는 내용의 ‘새 경제정책을 발표한다. 아울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로 제한하고 경상수지 적자도 4%대로 낮추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정적자 비율은 GDP의 1.9%, 재정적자 비율은 5.6%에 이른다.

또한 15% 가까운 물가상승률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것이 리라화 가치 하락을 중단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자들은 터키 경제가 과열돼 있고 경착륙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물가 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에는 터키의 경제부진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외에 미국과 터키간 외교불협화음도 작용하고 있어 리라화 하락세는 쉽게 멈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터키는 지난 1일 ‘반정부활동’을 명목으로 미국의 앤드류 브런슨 목사를 강제 구금했고 미국이 이에 반발해 제재를 가했다.

터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산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려고 해 패트리엇 미사일 수출을 원하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은 터키가 도입하려는 F-35 스텔스 전투기 판매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양국간 대립은 극에 이르고 있다.

▲ 영국 국영매체 BBC가 9일 '터키는 경제위기로 가고 있는가?'라는 기사에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경제노선이 통화 안정을 필요로 하는 시장에 불신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로이터.

FT, 터키의 선택방안 5가지 조언

터키가 리라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는 몇 가지가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이자율 인상이 꼽힌다. 금리인상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자들을 잡아놓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도 있다. 둘째 지난 6월 아르헨티나가 그랬던 것처럼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터키 정부가 엄격한 재정 통화 긴축에 동의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매우 낮다. 셋째 미국과 화해하고 합의하는 것이다. 터키 정부는 외교 협상단을 미국에 보냈지만 퇴짜를 맞았다. 터키가 러시아산 지대공미사일 구입을 멈춘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 넷째 자본유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터키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은 대부분 터키 투자자나 은행들이어서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만성 경상수지 적자에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이어서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와 가장 유력한 선택방안으로 FT는 제시했다.  터키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