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간판인 쿠팡은 최근 새벽배송 논란과 쿠팡맨 혹사 의혹, 핵심 경쟁력 약화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로켓배송 인프라가 흔들리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로켓배송은 라스트 마일 구현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쿠팡은 신성장 동력 창출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5월 설립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기반으로 연내 3자 물류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답은 물류에 있다는 의지입니다.

배달 앱에서 푸드테크로 진화하고 있는 배달의민족도 물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로봇 딜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2개의 파생 라인업을 꾸린 가운데, 고려대 정우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공동으로 총 3단계로 구성한 로드맵은 외부 음식 배달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실리콘밸리의 베어로보틱스와 함께 구축하는 또 하나의 로봇 경쟁력은 음식 배달을 넘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선명하게 물류 인프라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공지능 데이빗과 2개의 파생 로봇 라인업의 등장은 물류라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어 보입니다. 배달의민족이 가지는 업의 본질이 ‘음식을 배달하는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물류의 가능성이 타진될 수밖에 없습니다.

▲ 배달의민족 로봇 경쟁력은 크게 2개의 축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우버의 국내 활동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버택시는 진출하지 못했으나 우버이츠, 우버 어시스턴트, 우버풀 등 파생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최근까지 알파벳 웨이모와 분쟁을 거듭하던 자율트럭 개발을 전격 중단했으나 우버가 단순한 승차공유를 넘어 물류의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국내 물류업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 정책, 남북 평화국면에 따른 한반도 철도 인프라 건설 가능성 등은 호재입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각 국가의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은 2016년 기준 총 8개의 동남아시아 물류회사를 인수했고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아시아 물류 허브인 싱가포르에 진출했습니다.

글로벌 물류업계 인프라 기준으로 본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국내 물류업계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근무하는 외국계 물류회사 관계자는 “국내 물류업계 성장동력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 “일일이 거론할 수 없는 많은 이유로 국내 물류업계는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말했습니다. 제조업체가 3자 물류 회사에 물량을 맡기면 소득세나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 14조항도 올해 말 일몰됩니다. 국내 3자 물류 비율이 70% 수준까지 올라와 굳이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는 논리지만, 2010년대부터 정체된 물류업계의 성장 동력은 더욱 쪼그라들 전망입니다.

국내 물류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쿠팡과 배달의민족, 우버의 행보는 이색적입니다. 한국의 아마존은커녕 한강, 동네 오십천이 될 위기에 직면한 쿠팡이 왜 3자 물류 시장에 뛰어들까요? 쿠팡은 물류 자회사를 통해 주 52시간 적용에 따른 쿠팡맨 처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직매입만 취급하던 로켓배송의 커버리지도 넓힐 수 있습니다. 영업용 화물차 문제도 해결된 판국에 힘을 쓰지 못하던 라스트 마일 사용자 경험도 재차 노려볼 수 있습니다.

▲ 쿠팡맨 인프라가 흔들리고 있다. 출처=쿠팡

기존 리소스(자원) 비용의 분산을 위한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물류업계 전반이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쿠팡이 공세적인 이유로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를 유지하는 리소스 비용을 관리하기 위해 수세적인 자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배달의민족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인공지능과 로봇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라이더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것을 넘어, 로봇의 물류 가능성까지 타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배달의민족은 IT 스타트업으로 분류되지만 생활밀착형 서비스 플랫폼 회사로 봐야 합니다. ‘음식 배달’을 중심으로 모바일 앱을 플랫폼으로 삼았다면, 굳이 하나의 플랫폼만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강력한 하나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쥐려면 급변하는 오프라인 상황에 즉각 대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배달의민족이 로봇을 물류의 가치로 활용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앱 하나로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숙박 앱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단순 모델 예약에서 액티비티라는 키워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뛰어든 사례처럼, 배달의민족은 푸드테크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다변성을 고려해 로봇과 물류를 업의 본질과 연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물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버는 독특합니다. 물류업계에 깊숙이 진압한 쿠팡과, 아직 초기 그림만 그리며 가능성만 타진하는 배달의민족의 중간에 위치했습니다. 글로벌 회사라는 특수성도 있습니다.

우버는 국내에서 핵심 서비스인 우버택시를 출시하지 못했고, 파생 서비스로 틈새를 노리고 있습니다. 물류가 키워드입니다.

국내 물류업계의 성장동력은 꺾이고 있으나 도시와 고속도로 인프라 등 기초체력은 강력한 편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물류시장에 관심을 가진다면 ‘테스트베드’의 매력은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버의 물류 로드맵 1차 조건은 충족되며, 다음으로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꾸릴 수 있는 대목에 집중해야 합니다.

▲ 우버이츠 국내 출시가 시작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최근 국내에서는 모빌리티를 둘러싼 내홍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카풀 앱 풀러스가 무너지고 럭시는 카카오에 인수되는 등 혼란이 커지면서 정부는 반(反) 모빌리티 선봉에 선 택시업계를 조심스럽게 설득하고 있습니다. 택시기사들에게 관광업 자격을 주는 한편, 택배를 배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택배운송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면, 다양한 파생 서비스로 라이더를 확보하기 시작한 우버에게 기회가 올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우버가 국내 우수한 기간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며 물류산업을 중심으로 우회전략을 구사,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는 전략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차량공유를 넘어 온디맨드 플랫폼의 물류화를 꿈꾸는 우버에게는 아주 좋은 실험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