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줄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이란산 원유 수입은 1월부터 3월까지 증가했다가 4월부터 줄어들어 6월에는 올들어 가장 적은 594만 배럴이 됐다. 가장 많이 수입된 달인 3월의 1160만 배럴의 절반 수준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줄어드는 이유는 미국의 대 이란 제재가 11월부터 본격화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금지되는데 대한 한국 정부의 선제 대응이다 . 미국은 이란에 대한 1차 제재를 7일 시작했다. 2차 제재는 11월에 예정돼 있는데 2차 제재 품목에는 석유제품이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 한국의 정유화학 업체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한국에 얼마나 들어오나

한국이 수입하는 이란산 원유는 2016년과 2017년에 1억 배럴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억 4787만배럴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22%를 차지했다. 주로 수입되는 것은 원유와 컨덴세이트(초경질유)다. 컨덴세이트의 비중이 73%인데 이는 한국이 수입하는 전체 컨덴세이트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유화학 기업 중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회사는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의 5개 회사다. 이들 회사의 최근 2년간(2016년~2017년) 이란산 원유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한화토탈과 현대케미칼의 증가폭이 상당히 크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한화토탈은 2016년에 2377만배럴에서 2017년에 4251만배럴로 이란산 원유 도입이 늘어났다. 현대케미칼은 2016년 631만배럴에서 지난해 3081만배럴로 5배 가까이 수입 규모가 커졌다.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감소한 수입량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이들 회사가 도입한 이란산 원유량을 보면 지난해만큼 많은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수입 물량이 지난해 도입 물량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 지난해 3206만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도입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4분의 1 수준도 못 미치는 738만배럴을 수입했다. 현대케미칼 역시 지난해 3081만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도입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025만배럴로 지낸해의 3분의 1 수준이다.

▲ 이란산 원유 업체별 도입량 (단위: 배럴) 출처=한국석유공사

업계, 수입처 다변화로 대응

정유화학업계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정유화학업체 관계자는 “8월부터는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수입이 중단되고 7월 선적분부터 이란산 원유도 수입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미국의 제재와 이란의 석유화학설비 증설로 인해 이란산 원유 공급이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원유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아프리카, 중동의 여러 나라로부터 이란산 원유 도입 중단으로 인한 물량을 채우고 있다”면서도 “자원을 도입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괜찮은 도입국 중 한 곳이 없어진 것으로 가격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를 정유화학업체들이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는 타 국가 원유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과, 석유화학제품의 주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는데 최적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란산 원유를 대신한 미국산 원유 수입이 올해 9~10월에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한국의 미국산 원유수입 규모는 9월과 10월에 각각 600만 배럴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