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주택담보대출 억제와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기준·청약자격 강화 등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투자는 주춤거리고 있다. 그간 부동산 시장 호황을 등에 업고 수익을 낸 부동산 투자가 정부의 규제로 위축된 가운데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부동산이나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 등으로 투자가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들어 시중 부동자금은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중 부동자금은 1091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부동산 리츠가 유력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부동산, 이제는 간접투자로 눈 돌릴 타이밍?

저금리 지속과 정부규제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공모형 리츠(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 펀드) 상품에 몰리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9월부터 퇴직연금 자산의 리츠(REITs) 투자를 허용하고 리츠 상장 절차도 간소화되는 등 리츠가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리츠는 불특정 다수의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운영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간접 투자기구다. 배당 재원이 리츠 자산을 구성하는 부동산의 임차인이 지불하는 임대료에서 발생해 안정적이고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츠는 193개로 지난해보다 14.2% 증가했다.

리츠는 크게 공모형과 사모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공모형은 주식시장 상장 등을 통해 누구나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사모형은 대기업과 기관투자자 위주로 진행된다. 과거 리츠는 사모형 리츠가 대다수를 이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 리츠 시장 규모는 34조5000억원 규모로 형성됐지만 해외와 달리 공모가 아닌 사모형 리츠가 주를 이뤘다. 실제 한국리츠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공모형 리츠는 17개, 사모형 리츠는 176개로 사모형 리츠가 전체 중 91%를 차지하고 있다.

기지개 켜는 공모 리츠시장

최근 공모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수요와 공급이 동반 늘어날 전망이다. 신한알파리츠는 공모주 청약에서 모집금액 대비 4배가 넘는 4927억원의 자금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당시 역대 공모리츠 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신한알파리츠는 판교알파동 6-4블록과 용산 더 프라임타워(지분율 32.9%)를 보유하고 있으며 보유 자산가치는 5955억원이다. 기관 배정물량 없이 모두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주목받고 있는 또 하나의 리츠는 홈플러스가 자산 유동화 차원에서 진행 중인 리츠다. 국토부는 홈플러스가 신청한 리츠 펀드 및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인가를 이달 안으로 내릴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있는 40여개 매장을 새로 설립하는 리츠에 매각하고 매각한 매장을 리츠로부터 임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조 단위 규모 리츠라는 점에서 공모시장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홈플러스는 인가를 받은 후 9월 중 리츠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공모절차를 올해 안에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기관투자자들 리츠 떠나는데 괜찮나?

일각에서는 금리 상승기에 공모형 리츠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의문의 눈길을 보낸다. 높은 레버리지 속성을 지닌 부동산의 특성상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이 하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의 수익은 임대수익과 자본소득으로 구성된다. 임대수익은 말 그대로 부동산 운영으로 발생하는 임대료 등의 수익이다. 자본소득은 부동산을 매도해 얻는 수익을 뜻한다. 이 중 임대수익은 임대료는 고정됐기 때문에 금리인상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일정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자본소득은 금리인상이 부동산 자산가치의 하락을 불러일으키고 당초 투자계획서에 가정된 매각예상금액을 낮추게 돼 자본손실로 돌아서게 된다. 즉 초기에 설정됐던 자본 소득이 자본손실로 이어져 결국 최종적인 투자 수익률은 하락하게 된다. 금리상승기에 기관투자자들이 리츠에 지분투자를 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다.

국내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금리 상승 시 지분투자가 아닌 대출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대부분의 전문 기관 투자자들은 지분 투자 대신 대출투자를 하는데 이 경우 자산가치의 상승·하락과 상관없이 이자를 통해 이자수익을 받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리츠에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그럼에도 부동산 업계는 리츠 시장 전망을 긍정으로 본다. 다양한 부동산 상품에 투자해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연기금 투자 확대와 공모 리츠 상장이 맞물릴 경우 시장 전반이 긍정적인 기조를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리츠 활성화 정책 역시 임대료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여전히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운영리츠의 지난해 평균 배당률은 7.59%(임대주택 리츠 제외)로 예금은행의 수신금리(평균 1.56%) 대비 4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리테일 리츠가 10.27%로 가장 높았으며 물류(7.40%), 오피스(6.88%) 리츠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서울 지역 평균 임대수익률(업무용 4.75%, 중대형상가 4.0%) 대비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는 판교 지역에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운 부동산을 운용한다. 우량한 임차인이 있기 때문에 리테일보다는 수익률이 낮겠지만 6% 상회하는 수익률이 배당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리츠협회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가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다고 해도 리츠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간 임대료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주가상승으로 부동산 자산가치가 하락해서 자본손실이 일어난다고 해도, 부동산은 5~10년 가까이 운용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사실상 금리가 상승한다고 해서 물건을 매각하는 경우도 없고 일정 배당률이 나오기 때문에 처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가 임대수익률과 비교할 때 리츠는 일정 금액만을 투자하면 전문운용사가 부동산 공실관리부터 임차인 관리, 운용 등 전문적으로 부동산을 운용해서 7%대의 수익을 얻는 데 반해, 상가에 직접 투자해 얻는 임대수익은 이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이 절감된다는 부분도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가·경매, 투자 대안 되나?

리츠만이 금리 인상기 부동산 투자의 답은 아니다. 상가가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에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필명 ‘옥탑방 보보스’로 유명한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월세를 받기 좋은 상가가 좋은 상가지만, 최저임금 시행과 금리인상 등으로 매출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가는 폐업하고 오히려 매출이 높은 상가가 더 높은 매출을 얻는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하루에 100만원을 버는 편의점은 임대료와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하게 되지만, 그 인근의 매출이 200만원인 편의점은 문을 닫은 편의점의 매출을 흡수해 매출이 오르게 된다. 그는 이어 “상가야말로 ‘똘똘한 한 채’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면서 “상권이 좋은 곳이 아닌 입지가 좋은 곳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기가 경매시장에 진입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부자들은 지금 초소형 부동산을 산다>저자 손명석은 “그동안 저금리 기조로 경매시장이 축소됐지만 향후 지속적인 금리 상승으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시장의 규모가 다시 커질 것”이라면서 “금리상승기에는 자신의 권리를 통제할 수 있는 경매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