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앞으로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들에게도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최종 입법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보험사·생명보험협회와 정부 간 이견, 같은 보험설계사들 중에서도 서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최종 적용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고용보험 적용을 두고 보험사와 정부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고용보험위원회를 개최해 특고와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 방안을 심의하고 의결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근로자나 자영업자로 볼 수 없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노사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고용보험제도 개선TF에서 마련한 것으로 임금노동자나 자영업자가 아닌 특고·예술인도 실업급여부터 고용보험을 적용한다. 단, 고용보험 사업 중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은 제도 운영결과 등을 보고 추후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산재보험 적용 직종 종사자 규모. 출처=고용노동부

정부는 우선 적용할 직종은 올해 중 노사단체, 전문가 등으로 TF를 구성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원호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획과장은 "고용보험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적용 대상 직종에 종사하는 특고·예술인에 대한 적용제외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보험료는 특고·예술인과 사업주가 공동 부담하고,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무 제공의 특성상 특고·예술인이 동일하게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사업주의 부담 비율을 변경할 수 있다.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을 제외한 실업급여만 우선 적용하고, 출산전후휴가급여에 상응하는 급여 지급방안도 포함한다. 실업급여는 이직 전 12개월(예술인은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한 비자발적 이직자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감소로 이직한 사람에게도 지급한다.

지급 수준은 이직전 12개월동안 보험료 납부 기준이었던 월평균 보수의 50%로 하고, 상한액은 임금노동자와 동일하게 적용한다. 올해 실업급여 상한액은 일 6만원이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은 2018년 현재 90~240일이다. 지난 4월 120~270일로 연장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임서정 고용정책실장은 "급변하는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영국은 이미 국민보험제도를 통해 모든 취업자에 대한 실업급여를 운영 중"이며, "프랑스도 올해부터 자영업자까지 실업보험을 적용하는 등 보편적인 실업보험제도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연과 보험연 설문조사 결과 상이

실업보험료로 노동자 급여의 0.13%로 보험설계사와 보험사는 각각 절반인 0.65%씩 분담해 낸다. 자영업자 성격인 보험설계사는 급여의 0.65% 수준을 추가적으로 지출하게 된다.

정부가 추산하는 산재보험 종사자 규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보험설계사는 33만9734명이다. 이는 전체 특고의 7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설계사가 소속된 기업은 1914개로 전체 기업 대비 30% 비중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희망 여부. 출처=노동연구원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찬반 여부 설문조사는 한국노동연구원과 보험연구원에서 두차례 실시했는데 결과가 상이해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실시한 노동연구원 조사에선 보험설계사의 74.6%가 가입희망, 25.4%가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대상은 산재보험DB 등록 특고 중 2300명 표본 조사로 조사방법은 대면면접이었다.

지난해 8월 실시된 보험연구원 설문조사는 8개 생명보험회사의 전속설계사 19만명 중 800명을 전화로 표본조사했다.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해 16.5%가 찬성, 45.5%가 선택권한 부여, 38.0%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업계는 표본수가 적긴 하지만 보험연구원 조사가 대체적으로 현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한 설계사들의 인식. 출처=보험연구원

보험업계를 대변하는 생명보험협회는 선택적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지한다"면서도 "설계사마다 입장 차이가 있어 설계사가 원할 경우 가입할 수 있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최저임금 같은 사회적 파장이 있는 사안이라 일방통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심의를 통과하기까지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험사·설계사 모두 우려하는 고용보험

보험설계사들이 의무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추가적인 고용보험료 지출 때문이다. 또 고수입 보험 모집인의 경우 보험료는 부담하는 반면 고용보험을 이용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불만이 생길 소지가 있다. 수입이 많은 설계사의 경우 자신의 수입이 노출되는 것도 불만이 될 수 있다.

자발적인 해촉일 경우 실업급여 대상이 될 수 없다. 현재 설계사들의 퇴직 사유는 자발적인 퇴사가 많은 편이라 실효성과 관련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보험사 역시 추가적인 보험료 지출로 인해 반길 수 없는 입장이다. 2017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고용보험이 적용될 경우 생보업계가 274억원, 손보업계가 161억원 규모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영세한 보험대리점(GA)의 경우 고용보험료 지출도 부담이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설계사가 감소한 주된 이유는 청년층의 저조한 신규 진입과 GA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며 "설계사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주의 고용보험료 부담이 인위적인 인원 감축의 이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국민연금 의무화 전초전?

또한 이번 고용보험 도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의무화 등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보험사들에겐 부담이다. 이로 인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밖에 추가적인 의견으로 전속 설계사의 감소와 함께 GA로의 이동도 예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좋지 않은 설계사의 경우 고용보험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이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찬반이 갈리는 논쟁사항이 있다면 합의가 안 된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해 반영을 해야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자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개인사업자 특성이 강한 설계사들이 임의선택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면서 "규모는 작지만 제2의 최저임금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