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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 얼마나 배상받을 수 있나?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8.08  17:41:04
   

지난 6일 BMW 코리아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들어 국내에서만 30차례 넘게 발생한 BMW 화재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BMW 측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화재 사건의 원인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장과 달리 ‘소프트웨어(SW)상의 결함’과는 무관한 것이며 ‘차량의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쿨러(냉각기)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에 따른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차량들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리콜을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BMW 자동차가 이미 ‘도심 속 시한폭탄’으로 모든 국민들의 경계 대상 1호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핵심적인 쟁점에 대한 답변을 교묘히 회피한 BMW 측의 이번 긴급 기자회견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분노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이번 긴급 기자회견 이후, BMW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준비는 더욱 활기를 띄고 있고, 당초 한 두 변호사에 의해 주도되던 집단소송도 변호사들 다수가 신규로 참여하여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피해자 그룹의 숫자도 함께 늘었다. 그렇다면 과연 BMW 화재 피해자들은 BMW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통해 얼마만큼의 피해액을 배상받을 수 있을까?

통상 손해배상청구는 손해배상의 ‘근거’와 ‘범위’를 나누어 판단하게 된다. 우선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BMW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민법상의 하자담보책임(민법 제580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자담보책임이란 매매계약 체결 당시부터 하자가 있는 물건을 판매한 매도인이 하자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매수인에게 완전물의 급부, 대금감액,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다. 쉽게 말해 매매계약 체결 당시부터 하자가 있는 물건을 판매한 판매업자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구입한 소비자에게 완전한 형태의 물건으로 교환하여 주든지(완전물의 급부), 하자가 발생한 만큼 떨어진 물건의 가격만큼 감액하여 주든지(대금감액), 그에 준하는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판매자로서는 당연히 그 정도의 법적 책임은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막상 소송에 들어오면 소비자가 주장하는 하자담보책임이 인정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매매계약 당시부터 이미 물건에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쪽은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 쪽이고,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소비자가 법원이 선정한 감정인을 통해 입증책임을 다하더라도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이를 입증하는 데에는 상당 부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사건의 경우에는 미흡하기는 하나마 BMW 측이 부분적으로 자동차 자체의 하자를 인정했고,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 및 시민단체들이 이번 BMW 화재 사건에 대한 정확한 하자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나선 상태이므로 피해자들이 하자를 입증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 BMW 520d 화재/사진=뉴시스

다만, 아무래도 피해자들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부분은 손해배상의 ‘범위’일 것이다. 이른바 ‘전보배상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법제 하에서는 피해자들이 실제로 입은 물질적 손해 그 이상을 배상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BMW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라든지,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 등을 고려한다면, 특별히 위자료가 인정될 여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물적 침해를 입은 피해자는 그 재산상 손해의 배상으로 정신적 고통도 함께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별도의 위자료 청구권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대법원 1991. 6. 11. 선고 90다20206 판결, 1991. 12. 10. 선고 91다25628 판결, 1992. 5. 26. 선고 91다 38334 판결 등 참조), 아직 소송이 시작되지도 않아 판단이 조심스럽기는 하나, 거액의 위자료가 인정될 가능성도 희박해, 어떤 경우라도 이번 소송을 통해 피해자들이 지급받을 수 있는 총 배상액은 피해가 발생한 BMW 자동차의 가격을 크게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그 다음 수순으로 소비자 권익 보호에 미흡한 우리 법제에 대한 성토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소비자 집단피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거론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아직까지 전면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았고, 제조물 책임법 상에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생명 또는 중대한 신체적 손해를 입은 경우 피해액의 3배를 한도로 배상을 명하는 제도가 신설되기는 하였으나(제3조 제2항 참조), 이번 사건처럼 ‘생명 또는 중대한 신체적 손해’와 무관한 사건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는 차량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신차로 교환해 주거나 환불해 주는 내용의 이른바 ‘레몬법’을 자동차관리법에 포함시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레몬법’ 역시 차량 구입 후 1년 내 동일한 차량 결함이 세 차례 이상 반복되는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해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된 문제가 아닌 제품 판매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기 위한 ‘입증’책임과 관련해서도 입증책임을 판매자에게 전환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판매자로부터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건네받아 소비자가 이를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증거개시(Discovery) 제도라도 도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 역시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입법을 통한 법제도 개선은 결국 국회와 정부의 몫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정치권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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