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조기 상환 가능성을 높인 리자드형 ELS를 출시했다. 홍콩H지수 급락으로 ELS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자산으로 포함된 홍콩H지수의 쏠림 현상이 완화됐다는 점도 청약 흥행에 일조할 전망이다.

▲ 예상 손익구조 그래프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200(KOSPI200), 홍콩H(HSCEI), 유로스톡스50(EUROSTOXX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트루 제10696호)을 300억원 한도로 모집했다.

이 상품은 멀티 리자드형 ELS다. 스텝다운형 ELS에 리자드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위험할 땐 꼬리를 잘라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는 도마뱀(Lizard)과 같이 조기상환 조건을 더해 수익 상환 가능성을 높였다.

▲ 1차 자동조기상환조건 미 충족 시, 리자드 상환 조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2차 자동조기상환조건 미 충족 시, 리자드 상환 조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3년 만기, 연간 수익률은 5.1%다. 6개월마다 모든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가의 90%(6개월, 12개월, 18개월), 85%(24개월, 30개월), 80%(36개월) 이상이면 해당 수익률을 제공(자동조기상환)한다. 도마뱀 배리어는 6개월과 12개월에 각각 85%, 80%로 조건을 충족하면 조기 상환된다.

리자드 조건 덕분에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텝다운형 ELS와 비교해 최초 발행일 이후 12개월간 조기 상환 가능성이 높다. 5%대 수익률을 제공하는 스텝다운형 ELS는 최초 6개월에서 12개월 행사 비율이 90% 이상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개월 이후 행사 비율은 큰 차이가 없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ELS 투자자는 조기상환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그 가능성을 높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만기까지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최초 기준가의 5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최대 15.3%(연 5.1%의 3배)를 지급한다. 다만, 만기평가일에 모든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최초 기준가격의 80% 미만이고, 투자 기간 중 50%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있다면 손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홍콩H, 유로스톡스50 지수의 최초기준가격이 각각 1만 포인트고 만기평가가격이 8000, 9000, 6000이라고 하자. 1억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유로스톡스50에서 40%의 손실이 발생해 전체 상환금액은 6000만원이 된다. 가장 많이 하락한 기초자산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가능성은 낮지만 유로스톡50 지수가 제로(0)가 되면 손실률은 100%가 된다.

 

불안한 홍콩H지수, 쏠림 해소에 안도

한국투자증권 멀티 리자드 ELS의 기초자산가격 변동성은 코스피200 15.94%, 홍콩H 24.46%, 유로스톡50 18.85%다. 변동성 기간 구조를 산출한 후 해당 만기에 상승하는 변동성을 적용한 수치다. 올 초 이후 최근까지 약 20% 넘게 하락한 홍콩H지수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 또한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7월 ELS·ELB 발행규모는 전월 대비 1조9343억원 감소한 4조7391억원이다. 전체 잔고는 2조원 이상 증가한 66조원으로 나타났지만 홍콩H지수 점유율은 65.6%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 월간 ELS·ELB 발행규모 대비 홍콩H지수 점유율 추이 [출처:KB증권]

과거 ELS·ELB의 발행 사례를 보면 기초자산 지수 하락 초기에 발행규모가 확대됐다. 하락이 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발행이 급격히 감소했다. 8월 홍콩H지수 비중이 축소될지, 확대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쏠림 현상이 일부 완화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발행 감소를 동반한 홍콩H지수 회피 현상”이라며 “해당 지수의 위험성 경고와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초자산의 대세 하락의 시작인지, 단기적 하락인지를 판단하려는 투자자들의 관망심리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수익률 모의실험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제10696호는 1-1차(6개월, 90%) 조기상환 발생빈도는 59.7%다. 1-2차(6개월, 85%:리자드 배리어) 발생빈도(1.56%)를 포함하면 60%를 넘는다. 홍콩H지수가 하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기존 ELS 대비 상환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