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BMW 차량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나섰다. 화재 사건이 날이 갈수록 커지자 BMW코리아 측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BMW가 2016년부터 화재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BMW의 ‘늑장 대응’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2건 BMW 화재에 국민 불만 폭발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 차량은 지난 1월 주행 중인 차량에서 3건을 시작으로 10일 현재까지 총 3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모든 차량은 주행 중 차량 보닛 아래에서 원인 모를 연기가 나기 시작해 차량 전면부나 전체가 완전히 탔다. BMW는 이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 비난이 일었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26일에야 국토부 리콜요청에 따라 42개 차종, 10만6000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 방침을 발표했다. 수입차 역사상 최다 리콜이다. BMW는 본격 리콜은 20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부터는 예방 차원에서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운영했다.

회사 측은 사고 원인으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부품 결함을 지목했다. 이에 BMW코리아는 리콜 조처가 내려진 차량에 대해 EGR 부품 내부를 내시경 장비로 진단, 침전물이 많다면 부품 교체와 청소 등의 후속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8월 들어 BMW 정비센터의 진단을 마친 차량에서 화재가 일어나자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9일까지 차량이 전소하거나 일부 불탄 BMW 화재사고는 총 36건.

연일 화재 사고로 논란이 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담화문을 통해 “BMW 리콜 대상 차량은 운행 자제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자동차 화재원인 조사 방침도 내놨다. BMW는 화재사고와 관련한 기술분석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했으며,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과 자료를 이용해 화재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화재원인이 파악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히는 데는 약 10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BMW 자료를 분석하고 화재차량 분석, 제작결함신청위원회 심의, 제작사 의견청취 등을 거쳐야 한다.

▲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사진=이코노믹 리뷰 임형택 기자

BMW코리아 고개 숙였지만 “EGR 냉각수 누수” 되풀이만

BMW 화재 사고가 더욱 커지자 BMW그룹코리아 김효준 회장이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머리를 숙였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이번 사고를 겪은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BMW 본사에서도 이번 사안을 마음 무겁게 다루고 있다. 화재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도 매일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BMW그룹이 EGR 결함 사실을 2016년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늑장 대처’라는 여론의 질타가 나왔다. BMW 측은 이날 차량 연쇄 화재의 원인이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라는 기존 해명을 거듭했을 뿐이었다.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은 “2016년에 흡기다기관에 천공이 형성된다는 보고를 받고 원인 파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면서 “기술 분석을 통해 근본 원인을 찾은 게 지난 6월”이라고 설명했다.

BMW의 이 같은 발표와 늑장대응에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소비자들은 10만6000대에 이른 차량의 리콜을 하겠다고 밝힌 지 11일이나 지나서야 늑장 사과에 나섰다는 점에 분개했다. 현재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 네이버 카페는 회원수가 7500명을 넘어섰다.

화재 사건과 관련해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BMW 차량 화재를 겪은 피해자 4명은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와 딜러사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화재로 차량이 손상된 정도와 정신적 피해 등을 고려해 원고 1인당 2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해야”… 정부 칼 빼들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2015년 ‘디젤 게이트’ 당시 늑장대응으로 비난을 산 데 이어 BMW코리아가 또다시 늑장대응 논란을 일으키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조사가 고의 또는 악의로 불법행위를 하면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의 손해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다.

정치권도 뛰어들었다.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일 BMW차량 화재와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도입을 국회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서 제조업자에게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보다 자동차제작사에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과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가 제작결함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잇따르는 BMW 화재 사태로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국토교통부의 미온한 대처도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제34회 국무회의에서 “특히 어제(6일) 있었던 BMW의 뒤늦은 사과와 EGR 결함이 화재원인이라는 거듭된 발표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BMW 문제가 이런 식으로 매듭지어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국토교통부는 대처방식을 재검토해서 국민이 이해할 만한 사후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면서 “법령의 제약이 있더라도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동시에 법령의 미비는 차제에 보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사진=이코노믹 리뷰 임형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