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였던 얼마전 짧게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딸이 결혼하고 처음으로 사위가 합류한 휴가였습니다.
외면상으로는 잘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돌아와서도 무언가 불편함이 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불편함의 정체를 우연히 읽게 된 가벼운 책으로 인해 알게 되었습니다.
‘개저씨의 심리학’. 제목이 조금 그렇지요?
아저씨란 말에 도그를 뜻하는 개가 합성되어
아저씨를 아주 비하하는 말로 읽혔습니다.
자기 권위를 바탕으로 다른 이들이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하는 사람.
이른바 갑질하는 아저씨들을 말한답니다.
내가 여기서 주목한 부분은 개저씨의 조건였습니다.
화를 잘 낸다,나이와 지위를 앞세운다,매사에 참견하고 간섭한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성폭력적인 언사를 자주 쓴다.
내 경우 성폭력적인 말을 쓰는 것 빼고는 다 해당될 터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걸 참고 따라다니느라 불편함이 생겼던거죠.
무엇이 나를 개저씨라는 괴물로 만들 뻔 했을까요?여행 컨셉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달랐습니다.
나는 모름지기 첫 가족여행이니, 각자의 미래에 대해 얘기도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또 핸폰을 멀리하고,가족들에 집중해보기도 원했지요.
당연히 숙소 근처 볼만한 곳도 찾아보길 바랬지요.
그런데 아이들의 컨셉은 호캉스,그러니까 호텔+바캉스였습니다.
냉방이 잘 된 숙소에 머물며 밀린 예능 프로나 영화보는 것이 주였습니다.
게다가 돌아다니는 곳은 알려진 맛집 방문이나 유명 카페 정도구요.
여전히 핸폰에 코박고...철저히 욜로라할까요?
그러나 휴가중 불만이 돌아와서 스스로 질문속에 사라졌습니다.
여러 가지로 지친 그들로서 무조건 쉬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세상에서 그걸 그나마 받아줄 곳은 부모품 아닐까?
또 미래 비전에 대해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많이들 얘기하듯이 아이들이 바라는 행복은 내가 바라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가장의 권위가 증발된 이 시대에서 간섭으로 읽힐 수 있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아내 말대로 관계만 더 나빠질 것 아닌가?
책에서 개저씨에서 벗어나려면 어른의 관대성 발현이 요구된다 합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것도 기회를 더 주고,인정해주는 것 아닐까요?
더 주도적이 되고, 단단해지길 바라면서 말이죠.
설혹 돌아가는 길일 수도 있지만,그것도 아이들 몫이고,
아이들 각자가 단단해지면,
내가 꿈꾸는 가까운 가족도 이루어지리라 생각 들었습니다.
에구구!더 배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