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김진후 기자, 박자연 기자] 몇 주째 계속되는 폭염에 최저시급 인상 확정,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등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면서 더위를 더한다. 그래서일까. 길거리에 ‘임대’라고 써 붙인 빈 상가가 자주 보인다. 실제로 전국의 공실률은 계속 올라가고 서울의 공실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8% 증가했다. 상권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는 꽤 지났지만 부쩍 실감하는 요즘이다.

많은 상권이 침체되고 있다지만,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다르지 않을까. 쇼핑의 중심지 ‘명동’을 찾아가 봤다. 지난 2일 오후 <이코노믹리뷰> 기자 세 명이 마주한 명동은 예상대로였다. 관광객들의 필수코스인 명동의 중심가에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사드보복으로 감소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도 있었기에 기자들은 ‘역시 명동은 관광객들도 많고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상인들의 목소리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 한산한 명동 골목.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승현 기자

중심가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골목 안 식당과 가게는 문을 닫았거나, 주인들만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중심가에 즐비한 거대 프랜차이즈 매장이 신나는 노래를 틀어 활기를 띠는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사람도 없어 서로 피해줄 일도 없었다.

사드보복, 중국인 관광객 여전히 없어

명동의 상인들은 하나같이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고 말한다. 그나마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늘었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로 여행을 와서 소비하던 때와 확연히 다르다.

장사가 안 돼서인지 20여곳 점포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부분 인터뷰를 거부했다. 말이 나가는 게 싫다고 답했다.

명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노은석(45) 씨는 주로 고객이 외국인 관광객인데, 주를 이루던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에서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서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70~80% 줄었다”고 했다.

골목 상권이 침체된 것은 물론, 중심가에 있는 거대 매장들조차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명동에서 15년째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이풍옥 씨는 “화장품 매장의 마진율이 90%라고 하지만 그마저도 관광객이 줄어, 매출이 떨어지니 모두가 힘든 현실”이라면서 “중심가에 있는 거대 프랜차이즈 매장도 모두 적자지만, 홍보효과를 위해 투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명동 골목 '임대' 알림 종이 붙인 빈 상가.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승현 기자

1평에 600만원? 명동 임대료

기자들이 최근 들른 종로 일대와 명동, 북촌 등의 상인들은 모두 한결같이 경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한국창업부동산연구원의 권강수 이사도 ‘내수침체’를 상권이 가라앉은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권 이사는 “내수경기가 안 좋은 데다 최저임금 인상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상인들은 인건비 등 걱정거리가 늘어 영업은 소극적이 되고, 폭염까지 겹쳐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단축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인들은 소극적이 되고, 국민들은 시장분위기가 흐림에 따라 자연스레 소비를 안 하게 돼, 상인들의 매출은 감소한다는 뜻이다.

반면 명동의 임대료는 1평짜리 매장의 월세가 600만원이다.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보증금의 하한선이 5억원이다. 비싼 임대료에 은행도 모두 2층 이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매출은 떨어지는데 여전히 비싼 임대료에 상인들은 허덕이고 있다. 이풍옥 중개인은 “명동중심가의 임대료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면서 “골목상권의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서 임대료가 내려가는 추세기는 하나, 내려간 임대료조차 터무니없이 비싸 상인들이 감당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에 권강수 이사는 “임대료가 내려가는 추세지만, 건물주도 정해진 땅값과 건물가치를 고려해 임대료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여러 요인과 함께 해외 사정도 불안하다. 성장률은 올랐다지만, 살갗에 닿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국민들이 느끼는 시장 분위기가 폭염에 마르는 땅처럼 팍팍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소비자도 생산자도 ‘아끼자’는 현실이 됐다.

권 이사는 “정부가 자영업자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내수경제를 살리기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하반기 내수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 내수경제가 회복되는 방법은 북한관광사업 등을 빠르게 진행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