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OpenAI)도 최상급 연구원인 일야 수츠케버에게 2016년에 보너스를 포함해 190만 달러(20억 6천만원)가 넘는 급여를 지불했다.   출처= University of Toront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는 인공지능 전문가가 받는 막대한 급여와 보너스다. 그런데 그동안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OpenAI)의 세금 신고서가 공개되면서 이들의 놀라운 급여가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오픈AI’는 2016년에 최상급 연구원 일야 수츠케버에게 190만달러(20억6000만원)를 지불했다. ‘오픈AI’ 연구소는 또 그해 3월 이후에 고용한 또 다른 선임급 연구원인 이안 굿펠로우에게는 80만달러(8억7000만원)가 넘는 급여를 지불했다. 이 두 연구원은 모두 구글에서 스카우트된 인력들이다.

이 연구소의 또 다른 인물인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로봇 전문가 피터 아빌은 대학 교수직을 휴직하고 2016년 6월 이후에 연구소에 합류했는데도, 보너스를 포함해서 42만5000달러(4억6000만원)를 받았다.

‘오픈AI’는 비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세금 신고 내역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오픈AI’의 신고서에 나와 있는 금액 수치는 전 세계 다른 기관이나 회사들이 AI 기술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오픈AI’는 비영리 기관으로서 스톡 옵션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오픈AI’ 연구원들이 받는 금액은 일반 기업 조직의 이 분야의 연구원들이 실제로 받는 금액보다는 더 적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류급 AI 연구원들이 받는 급여는 이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수천개의 회사들이 이 기술을 원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캐나다의 독립적 연구소인 엘레멘트 AI(Element AI)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심도 있게 AI를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은 2만2000명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나마 1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AI를 연구하는 스타트업 스카이마인드(Skymind)의 설립자 겸 CEO인 크리스 니콜슨은 “수요는 엄청나게 큰 산 같은데 공급은 졸졸 흐르는 시냇물 같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은 대학과 정부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다. 대학과 정부 또한 다음 세대의 연구원들을 가르치고, 군사 문제에서부터 신약 발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이 기술을 실용화할 AI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과 정부는 결코 민간 부문에서 지불하는 급여를 맞출 수가 없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와 기술 업계의 유명 인사들은 2015년에 ‘오픈AI’를 창설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 북쪽에 사무실을 열었다. 그들은 인공지능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두 회사인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몇 명의 연구원들을 스카웃했다.

민간 인터넷 대기업들은 대개 이런 두뇌들에게 급여와 보너스 외에, (오픈AI 같은 비영리 기구는 할 수 없는) 상당한 양의 스톡 옵션을 제공한다. 대신 이런 비영리 기관은 이상주의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우리 연구소에 오면 외부 세계와의 많은 연구를 공유할 수 있으며, 인류에게 위험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일은 의식적으로 피할 수 있습니다.”

오픈AI의 수츠케버는 이렇게 말했다.

“오픈AI에서 받는 금액의 몇 배를 주겠다는 제의를 여러 번 거절했습니다. 다른 연구원들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오픈AI는 AI가 모든 인류에게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는 사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급여도 늘어나겠지요.”

메이저급 기술 회사에서 일하고 있거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사람들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AI 업계 경험이 거의 없는 전문가라 할지라도, 급여와 주식을 합쳐 연 30만 내지 50만달러(3억2000만원 내지 5억4000만원)를 받는다고 말한다. 일류급으로 이름이 알려지면 수백만달러(수십억원)에 달하는 보상 패키지를 받는다.

▲ 이안 굿펠로우는 오픈AI에서 근무한 지 불과 11개월 만에 구글로 돌아왔다     출처= YouTube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인턴십을 마친 후 오픈AI에 합류한 워즈키에크 자렘바는 “그들이 제시하는 급여 액수를 들으면 아찔하다”며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기술 대기업들은 자신이 실제로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의 두세 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현재 구글이 소유하고 있는 런던 AI 연구소 딥마인드(DeepMind)의 연간 재무 신고서에 따르면, 이 연구소에서 지난 2016년에 400명의 직원에게 지출한 인건비가 1억3800만달러(1500억원)로, 연구원과 기타 직원을 포함해 직원 1인당 34만5000달러(3억700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츠케버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작업을 학습하는, 신경망(Neural Networks)이라고 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전문으로 연구한다. 이 알고리즘은 스마트폰의 디지털 보조 장치에서부터 자율주행차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어떤 연구원들은 자신의 이름이 AI 업계에서 정평이 나면서 다른 연구원 모집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더 많은 급여를 받기도 한다.

수츠케버는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에서 소위 컴퓨터 비전 기술(Computer Vision Technology)이라는 핵심 기술을 창안한 세 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이었다. 이안 굿펠로우는 기계로는 진짜와 거의 구별할 수 없는 가짜 디지털 사진을 만드는 기술을 발명했다.

스카이마인드의 니콜슨 CEO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타를 고용할 때는 그 스타 한 사람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스타가 끌어들이는 모든 사람을 고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 스타에게는 그들로 인해 발생하는 홍보 효과에까지 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츠케버와 함께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그렉 브록먼 등 오픈AI의 다른 연구원들은 연구소 입사 첫 해에는 높은 급여를 받지 못했다.

세금 신고서에 따르면 금융 기술 스타트업 스트라이프(Stripe)에서 CTO로 근무했던 브록먼은 2016년에 17만5000달러(1억9000만원)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조직 창업 멤버 중 한 사람으로서 시장 가치보다 낮은 급여를 책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분야에서 더 많은 경험을 가진 다른 두 명의 연구원은 아직 젊지만 2016년 한 해에만 27만5000달러에서 30만달러(3억원에서 3억25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고용할 수 있는 AI 인재 풀은 계속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충분히 빠르진 않다. 니콜슨은 “이 분야의 재능에 대한 수요가 연구원의 공급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AI 인력의 수요가 AI 얼리어답터(Early Adopters)에서 더 폭 넓은 용도로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기업들이 더 이상 그런 인재들의 재능을 계속 붙잡아 두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안 굿펠로우는 오픈AI에서 근무한 지 불과 11개월 만에 구글로 돌아왔다. 로봇 전문가 피터 아빌과 다른 두 명의 연구원은 오픈AI를 떠나 로봇 스타트업 임바디드 인텔리전스(Embodied Intelligence)를 설립했다(아빌은 그 이후에도 오픈AI의 파트 타임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원 안드레지 카파시는 오픈AI를 떠나 테슬라의 AI 팀장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머스크는 결국 자신의 인재를 자기 기업으로 빼돌린 셈이다. 그 이후 그는 오픈AI 이사회에서 물러났고 연구소에서는 “이것이 그가 말하는 ‘미래 갈등의 소지를 없애라’는 것인가”라며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