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광구 탐사 현장.

5대양 6대주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세계는 넓고도 넓다. 한국이 뻗어나가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그 어느 것도 벽이 아니다. 우리가 넘지 못하거나 뚫지 못할 벽은 더이상 없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일궈낸 자원 개발 현황만 살펴봐도 이같은 기개를 엿볼 수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바라보는 ‘자원’은 무기다. 우리나라는 자원 소비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다. 단 기간 내에 소비량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 수입에 목을 매고 있는 형편이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은 표류를 거듭했다. 해외에 투자했던 수많은 해외자원 개발이 멈췄고 지분을 대량 매각하는 사태도 맞이했다. 그 사이 석유, 가스, 니켈, 구리, 우라늄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 여파는 매우 컸다.

이후 2009년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이 만들어지면서 공기업을 포함한 수많은 기업들이 해외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지식경제부와 해외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해외자원 개발 투자 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120억달러에 달했다. 공기업은 8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석유회사 M&A와 생산 광구를 매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민간기업도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로 위축됐던 해외자원 개발 투자를 크게 늘렸다. 2009년 10억9000만달러에서 무려 39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처럼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해외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자주개발률’을 올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자원 자주개발률은 10.8%대다. 일본이 2008년 올린 21.9%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전 세계는 1973년 1차 오일쇼크에 이어 1978년 2차 오일쇼크 이후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었다. 과거에는 소비를 줄이는 절약운동이나 재활용으로 자원 수입에 대처했지만 소비가 늘어난 지금은 이런 운동으로는 쉽지 않았다. 비축 자원을 늘리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특히 요즘 자원 확보는 각종 금융이나 재정 위기를 유연하게 대처할 중요한 방안 중 하나로 꼽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5월 내놓은 ‘해외자원 개발 사업의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이 해외자원 개발에 나선 국가는 90여개국이다. 이 나라에서 벌인 프로젝트만 해도 440개나 된다. 특히 지난해 해외 광물 투자 가운데 75.1%가 공기업에서 이뤄졌다. 석유와 가스의 경우도 공기업이 투자하는 비중이 89.9%에 달했다.

카자흐스탄 ADA 광구.


영역도 다양해졌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던 자원개발 사업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로 이동했다.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는 2005~2007년 기준으로 36.7%에 달했지만 2008~2010년에는 18.4%로 크게 낮췄다.

반면 2008~2010년까지 유럽에 투자한 비율은 53.8%로 크게 늘였고 이어 중남미 18.6%, 북미 8.2% 가량 확대했다. 특히 최근에는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업 인수 방식을 통한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에 투자한 비율은 2006~2009년까지 36.2%였지만 2010년에는 80.7%까지 올렸다.

57개국 509개 현장서 ‘구슬땀’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서에 내놓은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현황 및 과제’ 따르면 2009년까지 우리 공·민간기업들이 해외자원을 위해 찾은 나라는 총 57개국이다. 석유개발 부문에 215개, 광물개발 부문에 294개 사업 등 총 509개 사업을 벌여 매우 좋은 성적을 얻었다.

특히 민간기업의 참여가 크게 두드러졌다. 2007년 석유와 가스(탐사, 개발, 생산)에 참여한 공기업은 총 37곳이지만 민간기업은 86곳이나 됐다. 2008년에는 공기업 44곳, 민간기업은 114곳으로 크게 늘었났다. 지난해는 공기업 60여곳이 참여한 반면 민간기업은 무려 150여곳이 참여했다.

또 민간기업은 2009년에는 해외자원 개발을 위해 67억달러를 투자해 해외 석유기업 인수와 더불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이 결과 2009년 자주개발률은 당초 목표인 7.4%에서 1.6%포인트 늘어난 9%를 달성했다. 2008년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

유연탄 자주개발률도 2009년 목표가 42%였지만 43.7%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밖에 6대 광물의 자주개발률 역시 목표 25%를 넘어 25.1%를 달성했다. 이는 2009년 투자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광구 지분을 크게 확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6년까지 ‘제3차 해외자원 개발 기본계획’에 따라 석유와 가스 6대 주요광물에 대한 자주개발률을 최대한 올릴 예정이다. 석유와 가스는 2013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1억배럴 이상을 보유한 해외 유망 광구를 추가로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자원개발 사업과 민간투자 사업을 결합한 ‘패키지딜’(일괄거래)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국가 신뢰도가 낮은 개발도상국의 민간투자사업 참여를 담보로 자원개발권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신뢰도가 낮은 아프리카에 주로 쓰이는 방식으로 공기업의 자율성과 탄력성에 금융지원 등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자원개발권에 인프라사업권까지 얻을 수 있다. 단 불확실성이 높은 두 개의 사업을 병행할 경우 다른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미국은 세계 10위 석유 매장량에 생산량도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이자 원유 수입국이기도 하다. 세계 석유의 30%를 소비한다. 미국이 이처럼 국내 생산량을 억제하고 수입을 늘리는 이유는 ‘자원 고갈’ 때문이다. 자국 보다는 해외로 자원 개발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자원 확보 전쟁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가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도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절실하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원 확보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정보를 한곳에 묶고 지원할 수 있는 정부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