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가 달러 의존도를 낮추어 달러 헤게모니에서 탈출하기 위해 한 선택이 있다. 금을 산 것이다. 6월 말 현재 보유규모가 2000t에 육박하는데 이는 옛 소련 시대인 1941년 최대 보유량인 2800t 이후 가장 많은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달러가 아니라 금으로 거래하겠다는 것이다. 금을 늘린다고 해서 러시아의 달러 의존도가 낮아질까?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미국은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고금값은 달러로 표시되고 있어 금값은 미국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것과 마찬 가지이기 때문이다.

▲ 러시아 금 보유량 추이. 출처=세계금협회

러시아매체 RT에 따르면, 세계 5대 금 보유국인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1890.8t으로 과거 최고점인 2800t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RT는 "지난 10년 동안 외환보유액 중 금의 비중은 10배로 치솟았다"고 평가했다.

세계금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0년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343.4t에서 2008년 2분기 463t으로 늘어났지만 500t은 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8년 4분기에 519.6t으로 늘어난 이후 2013년 4분기 1035.2t으로 5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불어났다. 다시 3년 만인 2016년 4분기 1498.7t으로 거의 500t이 증가했고 2017년 4분기에 1838.8t으로 1년 사이에 340.1t이나 다시 늘어났다.  

러시아중앙은행(CBRO)은 올들어 상반기 동안 106t을 추가로 매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측은 "외환보유고 다각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 러시아산 순금괴. 출처=RT

러시아가 보유한 금의 3분의는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 금고에 있고 나머지는 생테페테레스부르그와 우랄시티에 분산돼 있다. 이들 금은 100그램(g)에서 14킬로그램(kg)이 나가는 금괴형태로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대신 미국 국채 보유량을 크게 줄였다. 미국 국채보유량은 지난 3월 961억달러에서 5월 149억달러로 축소한 것이다. 

RT는 "러시아 중앙은행에 있는 금의 가치는 현재 4600억달러어치로 이를 5000억달러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달러 헤게모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안톤 마흐노프스키 ICBF 최고경영자(CEO)는 RT에 "일부 국가들은 미국 정책 의존을 되도록이면 줄이려 한다"면서 "이들은 교역과 보유고 자산으로서 달러를 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선 기간은 물론 러시아에 호의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도 금 매입을 늘리는 것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가 금 보유량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반론도 있다.  미국 국채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경우  금 투기가 활발해져 금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여기서 러시아가 간과하는 것은 금 역시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금 선물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러시아가 금을 산다고 해서 미국의 지배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주력 수출품인 석유 수출 대금도 달러로 결제된다.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받는다고 해도 위안화의 국제화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달러만큼 유통되지 않아 위안화 결제에도 한계가 있다. 

러시아가 미국 금융지배력을 벗어나는 것 역시 가야할 길이 한 참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