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내수 부진으로 고전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늘거나 감소 폭이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내놓은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인하 조처가 미미하게나마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소세 인하 정책은 연말까지 한시적이다. 개소세 인하 방침은 종료 직후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자동차 업계에선 우려가 만만치 않다. 수입차 업체들도 속속 개소세 인하 가격을 공개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 2018년 7월 국내 완성차 5개사 판매량. 자료=각 사 취합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기아·쌍용·르노·한국GM)의 7월 판매량은 총 63만909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 늘은 13만3792대를 7월 한 달간 팔았다. 수출은 같은 기간 4.4% 감소한 50만5307대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는 7월 한 달 국내 판매량이 6만3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기아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4만7000대로 7.8% 증가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형 K9, K3, 카니발 등 신차 판매 호조에 개소세 인하 영향까지 더해져 판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7월 한 달간 국내에서 9823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5% 늘었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와 G4 렉스턴 판매 증가에 힘입어 올해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르노삼성은 같은 기간 7602를 판매해 4.1% 줄었다. 판매량은 줄었으나 6월의 20.9% 감소 실적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한국GM은 개소세 인하와 특별 판촉행사에도 판매량이 16.7% 줄어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개소세 인하 직전인 6월과 비교하면 현대차(1.5%)와 기아차(2.2%), 쌍용차(1.4%), 르노삼성(6.8%) 등이 판매량이 증가했다. 한국GM은 전달과 비교해 판매량이 5.6% 줄었다.

▲ 한국GM 중형 SUV '캡티바'. 사진=한국GM

개소세 인하 효력, 8월부터 본격 시작

정부의 개소세 인하 방침이 나온 지 열흘 정도 지난 것을 고려하면 이달부터 개소세 인하 효과가 본격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하반기 소비 진작을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연말까지 출고하는 승용차만 현행 5%인 개소세를 3.5%로 1.5%포인트(30%) 낮추기로 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여름철 휴가철 비수기에 개소세 인하 방침을 환영하는 눈치다.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30% 감면에 추가 할인까지 제시하는 등 자동차 시장의 판촉 열기를 끌어올려 소비자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를 적용해 최대 400만원까지 차량 판매 가격을 낮췄다.

현대차는 쏘나타와 아반떼, 투싼(2017년형)을 120만원 싸게 팔고 있다. 기아차는 K5와 K7을 50만원 할인했다. 쌍용차는 코란도C와 티볼리 등에 개소세 전액을 지원한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1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쉐보레는 말리부 100만원 할인 프로그램을 이달까지 연장하고 캡티바를 최대 400만원 저렴하게 팔고 있다. 르노삼성은 SM7을 100만원, QM6는 40만원 내리고 70~80만원 상당의 옵션을 지원하는 혜택을 준비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E300 4매틱.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수입차들은 국산차에 비해 가격이 비싼 만큼 더 큰 폭으로 가격을 내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개소세 인하분을 적용해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320만원까지 인하한 가격표를 제시했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 3위 자리에 오른 '벤츠 E300 4Matic'의 가격 인하폭은 110만~130만원이다. BMW도 최대 180만원까지 가격을 인하한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최대 400만원까지, 아우디는 최대 342만원까지 내렸다. 푸조·시트로엥도 각각 최대 63만원, 51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캐딜락은 최대 151만원까지 인하된 가격을 내놨다.

수입차 업체들도 프로모션을 내놓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저공해차량 의무 판매비율을 맞추기 위해 준중형 세단인 2018년형 A3 3000여대를 40%가량 파격 할인해 판매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코리아도 이달 중순 출시하는 파사트 TSI(가솔린) 모델을 10~20%가량 할인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수입차 업체도 개소세 인하에 따른 할인액을 공개하며 추가 할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수입차들의 가격 인하 발표가 국내 완성차 업체에 비해 늦은 이유는 개소세 반영 방식이 국산차와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차는 출고시점을 기준으로 개소세를 적용하지만 수입차는 통관 과정에서 반영된다.

▲ 2016년 7월 국내 완성차 5개사 내수 판매량. 자료=각 사 취합

수입차 공세, 국내 완성차 버텨낼까

일부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소세 인하 방침은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점유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 2015년 정부의 개소세 인하 방침은 수입차 업체가 국내 시장을 점유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번 개소세 인하는 수입차 업체가 국내 시장을 점유하는 가속발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2015년 8월 말∼2016년 6월까지 승용차 개소세 인하 정책을 펼쳤다. 당시 수입차는 판매량이 24만3900대로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 15.53%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자랑했다.

올해는 아우디, 폭스바겐 브랜드의 판매재개와 벤츠, BMW 등 상위 브랜드가 주도하는 대규모 할인정책 등이 맞물려 상반기에 14만109대를 기록, 전년 대비 18.6% 늘었다. 여기에 개소세 인하까지 힘을 보태면서 판매량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개소세 인하는 차종과 무관하게 적용돼 가격이 비싼 수입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돌고 있다.

정부가 개소세 인하 방침 적용 이후 소비자 구매 패턴이 완성차 업체의 향후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전례를 보면 개소세 인하 기간이 끝나면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6월 개소세 인하방침이 종료된 이후인 7월 국산차 판매대수는 12만1144대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전달과 비교하면 현대차는 31.6%, 기아차는 16.20%, 쌍용차는 22.6%, 한국GM은 20.5%, 르노삼성차는 31.8% 판매가 감소했다.

▲ 2017년 2월까지 소비자심리지수 동향. 빨간색 네모 안이 개소세 인하 기간. 자료=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