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가 주춤하고 있다. 정부 규제와 시장 내부의 문제가 겹치며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상통화 정보제공 사이트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3일 기준 글로벌 가상통화 거래소 톱10에 국내 거래소는 업비트만 이름을 올렸다. 시장 점유율은 1.94%에 불과하다. 국내 3대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은 점유율 1.18%로 14위에 이름을 올렸고 코인원은 점유율 0.14%로 45위다. 한 때 글로벌 1위 거래소로 군림하던 업비트는 10위로 떨어졌고 5위권에 이름을 올리던 빗썸도 처참하게 추락하고 있다.

▲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출처=코인힐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이유로 정부의 규제가 꼽히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가상통화는 규제, 블록체인은 육성한다는 취지를 내세워 가상통화 거래소 실명제 등 다양한 규제대책을 발표했다. 가상통화 공개(ICO)도 막히며 국내 가상통화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은행들이 최근 가상통화 거래소 계좌개설에 미온적인 이유도 정부의 규제 방침에 보폭을 맞춘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의 규제는 가상통화 시장의 위축을 불러와 거래소의 침체를 촉발시켰으나, 냉정히 말해 시장의 투명성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가상통화 거래소 침체현상을 100% 설명할 수 없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들의 책임도 있다. 빗썸은 해킹에 시달리며 플랫폼이 휘청거렸고, 최근에는 석연치 않은 ICO에 연루되어 비판을 받았다. 업비트는 가상통화 장부거래 의혹에 시달리며 수사당국의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최근 유진회계법인과 함께 가상통화, 예금 실사 보고서 결과를 공개하며 의혹을 불식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새로운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는 비판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서 외국 거래소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오케이코인과 후오비 등이 국내 가상통화 투자자들을 빠르게 흡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국도 국내처럼 ICO가 막혔지만 싱가포르 등을 통해 우회 ICO를 단행하며 국내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중이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가 정부의 규제와 시장의 헛발질로 주춤하는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대거 중국 거래소로 유입되고 있다.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소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내 거래소에 실명제 등을 도입했으나, 이 규제로 국내 거래소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거래소로 빨려 들어가는 역효과가 불거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거래소는 자금의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거래소로 달려갈수록 시장의 불투명성은 더 커진다. 정부가 가상통화 시장 투명화를 목표로 국내 거래소만 규제한 것이 결국 국내 중개소의 몰락과 투자자들의 중국 거래소 집중을 촉발시켜 시장 투명성이라는 본래 취지까지 흐렸다는 평가다. 가상통화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국내 거래소만 때려잡으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세계와 연결된 서비스에 규제만 남발한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블록체인 기술 발전의 전제조건인 가상통화 시장을 무차별 규제하고, 국내 거래소가 흔들리는 사이 외국 거래소가 국내 투자자들을 빨아들이며 시장이 더욱 혼탁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기회는 있다는 평가다.

중국도 국내처럼 ICO가 막혔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ICO를 단행한 후 국내에서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방식을 애용한다. 일본에서 가상통화 거래소 해킹이 빈번히 벌어지자 현지 정부가 최근 규제 강화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중국 거래소들에게 300만명이 넘는 가상통화 투자자를 보유한 국내 시장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국내는 무엇보다 가상통화는 물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크다.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처럼 싱가포르로 달려가 ICO를 단행하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ICO를 가능하게 하도록 보장한 후 가상통화는 물론 블록체인 기술과의 연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기 등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한편 시장의 판만 깔고, 그 위에서 블록체인을 넘어 토큰 이코노미 비즈니스 모델을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