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림의 무다시르 셰이크하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의 일상 생활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Arabian Busines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동남아 국가에서 성업 중인 그랩(Grab)이나 고젝(Gojek), 중동의 카림(Careem) 같은 승차공유기업들이 단지 운송 수단을 넘어서까지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일반 소비자나 기업들을 자신들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카림의 무다시르 셰이크하 최고경영자(CE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림은 두바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몇 개월 후에는 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셰이크하 CEO는 카림은 2500만명의 등록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중동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

카림이 영업을 하고 있는 중동 14개 국가들의 대다수는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온라인 거래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동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은 중동의 온라인 쇼핑이 2020년까지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카림은 그런 폭발적 성장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려고 한다. 셰이크하 CEO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서비스에 카림의 앱을 추가해서 일반 소비자가 카림 월렛(Careem Wallet)을 사용해 대금을 지불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고객들이 구축한 데이터와 정보가 회사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중동 국가에는 거리 주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카림은 구글 지도 위에 자체 매핑 시스템을 개발해 운전자나 승차 공유자가 서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또 영업을 하고 있는 모든 국가의 사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메시지 플랫폼도 만들었다. 이 작업은 각 국가의 복잡한 메시징 규칙 때문에 수 년이나 걸린 대업이었다.

카림의 메시지 플랫폼을 열면 다른 사람들이 회사의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회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 그랩과 고젝도 새로운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출처= ALEXTIP

‘슈퍼 앱’을 목표로

이 같은 카림의 확장 계획은 ‘슈퍼앱’(Superspp)이 되려는 싱가포르의 그랩의 목표와 비슷하다.

최근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우버 사업을 인수해 주목을 끌었던 그랩도 이미 모바일 지불 및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랩은 지난달 외부 개발자에게 앱을 공개하고 회사의 서비스에 식품 배달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새 앱에는 뉴스와 함께, 레스토랑 리뷰, 단편 영화, 게임 같은 기능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

목표는 카림처럼 사람들이 가능한 여러 가지 용도로 그랩을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랩의 공동 창업자인 탄 후이 링은 “소비자들은 그랩 앱 하나만으로 교통 서비스를 예약하고, 식품을 사고, 식품 배달 일정을 짜고, 결제를 하고, 심지어 자녀 교육에 대한 비용 절감 방법까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 티켓과 메이크업까지

그랩의 가장 큰 경쟁자 고젝도 비슷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자카르타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고젝의 나디엠 마카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새로운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고젝은 모든 사람들이 찾는 라이프스타일 앱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고젝 사용자는 고젝 앱으로 승차공유 외에도 영화 티켓을 구입하고, 약국과도 연결되며, 미용사에게 주문형 머리 손질 및 메이크업도 예약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입 모델을 통해 온라인 비디오 구독도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싱가포르의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Forrester)의 샤오펭 왕 애널리스트는 사용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랩과 고젝 같은 회사들이 다른 서비스에 진출하기가 비교적 쉽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승차공유 앱이 결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다.

리서치 회사 IDC 베이징 지사의 키티 포크 애널리스트는 “결제 플랫폼만 가지고 있다면 무엇이든 거기에 추가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동남아시아의 승차공유 업체의 두 라이벌 그랩과 고젝. 출처= ALEXTIP

위챗 모델

‘슈퍼앱’은 중국에서도 볼 수 있다. 메신저 앱으로 시작한 텐센트(Tencent)의 위챗(WeChat)은 청구서를 지불하고, 친구들과 업데이트와 사진을 공유하고, 매장에서 결제를 하고, 승차공유를 예약하고, 병원 진료 예약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자들은 이런 행위를 하기 위해 별개의 앱을 이용하는 데 익숙하다. 친구들과 업데이트와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인스타그램(Instagram)이나 스냅챗(Snapchat)을, 온라인 결제는 벤모(Venmo)나 페이팔(PayPal), 승차공유는 우버나 리프트(Lyft)를 이용한다.

최근 우버는 우버잇츠(Uber Eats)를 통해 음식 배달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아시아의 그랩이나 고젝 같은 광범위한 야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신흥 국가에서 종횡무진하는 이런 스타트업들에게는 또 다른 유리한 점이 있다. 신흥국에서는 아직까지 데이터 공유나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조사가 그렇게 엄격하지 않다는 것이다.

IDC의 키티 포크는 “페이스북이나 구글도 모든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이들은 비즈니스 파트너에게까지도 데이터 공유에 대해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