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1인 크리에이터 업계의 화두 중 하나가 정부의 먹방(먹는 방송) 규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4일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먹방을 규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언론은 연일 정부가 과도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는 호들갑이며, 이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최근 만난 먹방 크리에이터는 “BJ 벤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됐다고 탄핵라면 먹방을 하는 등 업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의적인데, 이번 조치로 다들 돌아서게 생겼다”는 뼈있는 농담을 건내기도 했다.

정부의 먹방 규제는 사실일까. 복지부 홈페이지로 찾아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 문서를 통째로 다운받아 살펴봤다. 논란의 발단이 된 문구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 14페이지 ‘건강한 식품선택 환경 조성’이라는 카테고리 1번 ‘비만을 조장 유발하는 문화 환경 개선’에 등장한다. “폭식의 진단기준을 마련하고, 폭식조장 미디어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2019년)”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먹방 규제는커녕 먹방이라는 단어도 없다. 별첨문서에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하나 있을 뿐 먹방 규제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업계는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시끄럽게 만든 먹방 규제 논란이 총 41페이지 문건 중 단 1개의 문장에서 나왔다니 기가 막힌다.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포털 사이트에 ‘먹방 규제’를 검색하면 피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복지부의 먹방 규제를 규탄하는 기사들이 수 백개 등장한다. 최초 보도한 언론사는 무슨 생각으로 하나의 문장을 보고, 심지어 먹방 규제라는 단어도 없는 문장을 보고 침소봉대할 생각을 했을까? 뒤이어 쏟아지는 어뷰징을 닮은 기사를 쓴 기자들은 복지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 문서를 한 번 보기나 했을까? 이 아이템을 덥썩 물고 전문가까지 섭외해 먹방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언론사들은 자기들이 ‘정부가 먹방 규제에 나섰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든 공범이라는 자각은 있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 뿐 답을 찾기 어렵다.

복지부의 문건을 먹방 규제로 몰아간 것은 일종의 가짜뉴스라는 말까지 나온다.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갈 필요는 있어 보인다. 문건의 일부에 나오는 표현을 지나치게 증폭시켜 논란을 일으킨 언론도 문제지만, 복지부가 단초를 제공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이라는 표현이 거슬린다. 먹방을 비롯해 다양한 콘셉 방송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이를 강제로 정의하고 줄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폭식조장 미디어와 광고’라는 정의도 애매하다.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와 광고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히 먹방이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번 먹방 규제 사태는 언론의 호들갑에서 시작된 일종의 해프닝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정부의 민간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의지가 아예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언론은 이 두 가지에 집중해 균형을 잡아야 하며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명확한 정책을 수립하며 논란의 여지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구글 유튜브가 득세하고 아프리카TV와 판도라TV가 무너지고 있는 국내 동영상 업계의 파탄에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