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예로부터 환자를 보고, 병증을 물어 보고, 대답하는 것과 진맥(四診)을 통해 증상을 수집 정리해 한약을 처방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사상체질의학은 이런 과정을 통해 선천적으로 어떤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는가를 추가적으로 판단해 태음인, 소음인, 소양인, 태양인이라는 4가지 체질 중에 선택함으로써 처방을 달리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 한약의 선택도 똑같은 병증이라도 체질별로 달라질 수 있다. 그 이유는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심심의학적인 요소가 많이 강화되어 국소 부위의 장기나 조직을 조정하는 요소가 정신의학적인 것도 많기 때문에, 국소 부위와 뇌의 작용을 함께 조절하는 ‘최소의 약물로 최소의 치료만’ 해주겠다는 정신이 추가된 한의학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현대의학은 어떤 질병을 적극적으로 국소 부위의 병증을 완전히 박멸하는 것이 최상의 목표다. 그러나 그 반대 급부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그에 비해 사상체질의학은 끝까지 치료하지는 않고 인체의 중앙 조정센터인 뇌에서부터 장부조직에 이르는 일련의 관련 정보들을 바로 잡아주어, 말단의 장부 조직 치료에 시간은 걸려도 근본적인 치료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소극적 의미의 치료인 것이다. 그래서 사상체질의학은 정신적 수양을 강조하고, 일상생활에서의 섭생 즉 음식 치료 등 약물 투여가 아닌 일상생활 건강관리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것을 강조함으로써 약물치료를 적게 하면서 근본적인 치료인 음양의 균형 잡기에 승부수를 둔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최근 현대의학에서 조금씩 각광을 받기 시작한 장내 생태계가 정신적 육체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체질이라는 것이 그 실체를 밝혀 나갈 실마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체내에는 장내 생태계를 분류하는 방법이 식물을 분류할 때 종·속·과로 나누듯 장내의 박테리아를 분류할 때 ‘과’에 속하는 ‘지배적 박테리아’의 종류는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프레보텔라(Prevotella), 루미노코쿠스(Ruminococcus)등 3종류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밖의 박테리아들은 이 3가지 유형의 ‘지배적 박테리아’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박테리아 유전자 연구팀은 지배적 박테리아를 기준으로 한 체질 분류에 ‘장형(腸型, Enterotypes)’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 이유가 처음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처음 먹는 음식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타고난 체질적 요인에 더 많은 비중이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비만을 치료 방법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방법이 주류였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태음인처럼 식욕이 좋고 살이 잘 찌는 체질은 장내 피르미쿠트라는 장형(Enterotype)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본다. 그리고 소음인처럼 식욕이 없고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에서는 박테로이데스라는 장형의 장내 박테리아가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최근 박테로이데스라는 유산균을 비만치료용 보조제에 많이 투여함으로써 장내 생태계를 바꾸어 비만을 개선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나왔다.

또 현대의학에서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대뇌피질에서의 영향이 변연계 정동계에 연결되어 장부와 사지로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사상의학적인 측면에서는 정신의 주체가 4장에 있어서, 4장이 안정된 상태에서는 예민하게 감각을 잘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예기치 못한 반응이 나타난다고 본다. 예로 대뇌에 가장 빠르게 전달되는 감각인 소리의 음악이 귀를 통해 대뇌피질에 전달되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나 동물이나 같지만, 그것을 선택해 증폭을 시킬 수 있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 전달시스템 자체는 정신이 될 수 없고 수용체(즉 체질)에 따라서 인지하고 몸으로 반영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로 클래식 같은 장엄한 음악을 들려주면 양인들은 바로 불안정하게 반응을 해 싫증을 내며 박차고 일어서는 데 반해, 음인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차차 안정을 찾아가며 태음인은 점점 더 빨려 들어가며 무념무상의 상태에 들어간다. 이것을 뇌에서 저장된 음악에 대한 지식 이전에 본능적 반응이라고 보는데, 사상체질에서는 기본적인 ‘기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의학에서는 경제적인 원칙이 적용되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치료가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사상체질의학을 잘 발전시켜 최소의 비용으로 가장 이상적인 치료 효과를 거둔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의학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