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커피 앤 도넛’으로 유명한 던킨도너츠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상호에서 도너츠를 빼고 맥주와 곁들인 감자튀김, 베이컨 스틱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이업종 간 협업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는 스타벅스 등의 커피 전문점과 디저트업체가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치열한 경쟁으로 날로 나빠지는 영업환경을 타개하기 고육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에 ‘DUNKIN DOUNUTS' 브랜드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DOUNUTS’이 빠진 '던킨' 매장이 문을 열었다. 출처= 던킨도너츠

2일 업계에 따르면, 1946년 처음 문을 연 던킨도너츠는 세계 최대의 도넛 체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너츠를 빼고 ‘던킨(DUNKIN)’만 단 간판을 내건 매장이 등장했다.

1994년 SPC그룹의 BR코리아로 한국에 진출한 던킨도너츠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스퀘어점, 올해 3월과 6월에 수원 AK점과 서울 세브란스빌딩점에 도너츠가 빠진 ‘던킨’ 매장 문을 열었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던킨도너츠 매장이 많은 나라로, 전 세계 1만여 개의 매장 중 미국에는 6000여개, 한국에 900여개의 매장이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미국의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스퀘어점은 간판 이름뿐 아니라 도너츠가 아닌 커피 메뉴를 늘렸다. 과라나, 클로로겐산이 들어간 ‘엑스트롱 커피’를 출시하며 커피 중심으로 메뉴를 편성하는 등 도너츠 매장 이미지를 벗고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던킨도너츠는 같은 달 젊음과 낭만, 예술 문화를 이끄는 서울 홍대 인근에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콘셉트 스토어 매장인 ‘홍대점’을 열었다. 맥주뿐만 아니라 맥주와 곁들일 감자튀김, 해쉬브라운, 메이플 베이컨 스틱 등의 간단한 핑거푸드도 선보였다.

던킨도너츠 관계자는 2일 <이코노믹리뷰>에 “10년 넘게 광고에서 ‘던킨’으로만 지칭해왔다”면서 “이번 조치는 시험적인 조치”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국내 던킨도너츠 매장은 700여 곳으로 미국(6000여곳)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은 운영하고 있다. 출처= 던킨도너츠

이뿐이 아니다. 2016년에는 인기 힙합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5>와 제휴해 관련 상품을 만들었다. 또 우승자인 래퍼 ‘비와이’를 모델로 TV 광고 방송을 하는 등 단순 식음료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닌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 부문도 보강하고 있다.

▲던킨도너츠는 이종간의 다양한 협업으로 '도넛 전문점'의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출처= 던킨도너츠

던킨도너츠 관계자는 “이종업계 간의 협업은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다양한 협업으로 브랜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는 협업과 마케팅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도넛 전문점’의 이 같은 변화는 이미지 변신을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스타벅스 등의 커피 전문점과 디저트업체의 유사업종 간 경쟁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던킨도너츠는 미국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때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꼽혔지만 1990년대 이후 스타벅스가 등장하면서 그 위상이 꺾였다. 지난해 7월 던킨도너츠 최고 경영자인 나이젤 트레비스가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소비자 콘퍼런스에서 “최근 던킨도너츠의 오후 커피 판매량이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과 같은 주요 패스트푸드업체 탓에 줄어들고 있다”면서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털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한국 사정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던킨도너츠의 매출은 2012년 2170억원, 2013년 2099억원, 2014년 1980억원 2015년 1871억원, 2016년 1773억원으로 해마다 쪼그라들고 있다. 

▲ 던킨도너츠의 국내 매출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점포 수도 2012년 886개에서 2013년 903개로 늘었다가 2014년 821개, 2015년 774개, 2016년 769개로 줄어들고 있다.

▲ 던킨도너츠의 국내 매장수는 2013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출처= 던킨도너츠

던킨도너츠는 2020년까지 1000개의 새로운 점포를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제맥주 판매 매장, 이종 간의 협업 등 다양한 신제품과 각종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는 던킨도너츠의 지속 성장을 향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향후 실적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