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피서(避暑). 더위를 피한다는 뜻이다. 유례없는 폭염에 호텔과 쇼핑몰 등 집 근처와 도시에서 더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이 발길이 늘고 있다. 더운 날씨 탓에 체력과 시간 소모가 큰 장거리 여행보다 냉방시설을 잘 갖춘 쇼핑몰과 백화점, 호텔 등에서 피서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홈캉스(홈+바캉스)부터 호캉스(호텔+바캉스), 몰캉스(쇼핑몰+바캉스), 커피서(커피전문점+피서) 등 다양한 피서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호텔·쇼핑몰에서 힐링

최근 쇼핑몰과 호텔이 같은 건물에 있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인기다.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호텔 ‘콘래드서울’은 8월 셋째주까지 모든 객실의 예약이 꽉 찼다. 서울시 영등포의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은 7월 예약율이 전월 대비 150%이상 늘었다.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주말 객실 점유율이 8월 첫째주까지 90%를 웃돌고 있다.

▲ 호텔과 쇼핑몰 업계는 호캉스·몰캉스족을 잡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기획·출시하고 있다. 출처= 콘래드

이 호텔들의 공통점은 바로 쇼핑몰과 호텔이 같은 건물에 있다는 것이다. 콘래드 서울은 IFC몰과 연결돼 있고 코트야드는 타임스퀘어, 인터콘티넨타은 코엑스 파르나스몰과 연결돼 있다.

덩달아 쇼핑몰의 매출도 함께 오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의 지난달 방문객 수와 매출이 10~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IFC몰은 지난 주말(21일~22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 올랐다. 전국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16일~22일 매출은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엑스몰에 들어선 ‘삐에로쇼핑’ 1호 매장도 지난 28일~29일 주말 이틀 동안에만 모두 3만5000여명의 고객이 방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호텔과 쇼핑몰 업계는 호캉스·몰캉스족을 잡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기획·출시하고 있다.

오라카이 송도파크호텔은 투숙객이 아니라도 ‘당일치기’로 객실에서 쉬면서 호텔 야외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은 여름밤 송도 야경을 보면서 하우스와인, 맥주, 보드카 등의 주류를 무제한 마실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콘래드서울은 어린이 동반 가족들을 위한 ‘키즈 플레이 앳 콘래드 패키지’를 이용하는 투숙객에게 IFC몰 내 키즈카페 입장권을 증정하는 등 업계는 다양한 상품으로 호텔 피서객을 부르고 있다.

▲ 호텔과 쇼핑몰 업계는 호캉스·몰캉스족을 잡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기획·출시하고 있다. 출처= 타임스퀘어

IFC몰은 12일까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기 좋은, 가족 고객 대상 체험 이벤트인 도심 속 상상 놀이터 ‘블루 어드벤처’를 운영한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은 무더위를 날려줄 공포 페험관 ‘사일런트 D하우스’를 운영한다. 또 반려동물 1500만 시대를 맞아 2층에 프리미엄 펫숍 ‘비쇼네’ 매장을 꾸며 반려동물을 동반한 몰캉스족들을 반기고 있다.

타임스퀘어는 15일까지 ‘서머 아일랜드’ 이벤트를 열어 몰 내부를 해외의 여름 해변, 섬, 리조트 콘셉트로 꾸미고 골프 퍼팅 게임을 비롯해 여행 관련 경품 이벤트와 인기 뮤지션 공연을 연다.

스타필드 하남점은 체험 콘텐츠가 융합된 뽀로로·타요 포토조과 붕붕카 체험존을 이달까지 운영한다. 같은 기간 경기도 고양의 스타필드 고양점도 유투브 스타 핑크퐁 캐릭터의 체험존 ‘핑크퐁랜드 인 스타필드’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을 내세웠다. 5일까지 ‘도라에몽 파크’를 연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의 작품 속 크기(130cm) 모형 100개를 층별로 전시한 포토존은 물론 캐릭터 피규어, 인형, 조명 등 인테리어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도 운영한다. 현대 울산점과 대구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은 여름 방학을 맞은 가족 수요를 살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의 프로그램 4가지를 선정한 ‘키자니아고’무대를 선보인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관계자는 "8월 초까지 이어지는 무더위에 시원한 몰링(복합 쇼피옴ㄹ에서 쇼핑+여가생활)과 호캉스를 동시에 즐기며 여름을 보내고자 하는 고객들이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열대야를 대비한 숙면 패키지, 스파 패키지 등을 다양하게 마련해 고객의 선택 폭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홈캉스...10명 중 6명 선택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에 따르면, 호텔과 집 둘 중 여름 바캉스 장소로 10명 중 6명은 집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891명 중 58%가 집을 선택했다.

홈캉스를 택한 이유는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이 싫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는 5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외 ‘비용 절감을 위해(20%)’, ‘집이 제일 편해서(19%)’ 등의 응답이 근소한 차이로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8%는 ‘휴가를 준비하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를 들었다.

호캉스를 선택한 응답자는 ‘편안한 환경에서 휴식(43%)’, ‘수영장, 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 동시 이용(40%)’, ‘고급스러운 분위기 추구(14%)’ 등을 꼽는 등 욜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이유를 꼽았다. 

▲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에 따르면, 호텔과 집 둘 중 여름 바캉스 장소로 10명 중 6명은 집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891명 중 58%가 집을 선택했다. 출처= 옥션

구체적인 홈캉스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밀린 영화나 미국드라마를 보겠다’는 응답(63%)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게임(11%)’, ‘독서(11%)’, ‘홈캠핑(9%)’, ‘스파·마사지(3%)’, ‘디톡스(1%)’가 뒤를 잇는 등 대체로 취미생활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홈캉스족이 늘어나면서 관련 물품 판매도 늘었다. 홈캉스 준비물 구매처를 묻는 질문에는 ‘온라인몰’이라는 응답이 60%로 최근 한달(6월27일~7월26일)동안 옥션 홈캉스 관련 용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최대 10배 급증했다.

누워서 영화나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빈백 소파의 판매량은 127% 증가했고, 편하게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패드는 10배이상(989%)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이외에도 할리갈리·루미큐브(35%), 부루마블·인생게임(66%)과 같은 보드게임을 비롯해 인문학 도서(64%), 만화책(119%) 등의 판매량도 모두 증가했다. 집에서 간편하게 홈캠핑을 즐길 수 있는 판업텐트(34%), 전기그릴(38%), 캠핑·야외용 미니테이블(69%) 등의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옥션 마케팅실 서은희 실장은 “최근 대세로 떠오른 홈캉스, 호캉스에 대해 선호도와 이를 즐기는 방법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서 “홈캉스족과 호캉스족의 취향에 맞춰 옥션에서도 다양한 바캉스 기획전을 선보여 쇼핑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