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넷플릭스 등 실리콘밸리 핵심 테크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주춤하고 있으나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다양한 사업의 특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클라우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 AWS 리전 현황. 출처=AWS

활짝 웃은 3인방...애플도 빙긋

아마존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순이익 25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1억9700만달러의 12배인 어닝 서프라이즈며 3개 분기 연속 순이익 10억달러 행진을 이어갔다.

광고와 인프라 효율성 증대가 2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6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9%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브라이언 올사프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클라우드가 이익 증대의 가장 큰 공헌자”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는 3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4%의 MS 애저, 8%의 구글 클라우드를 압도하고 있다.

AWS는 높은 신뢰성과 확장성, 저비용을 장점으로 하는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플랫폼으로 전 세계 190개국에 걸쳐 대기업을 비롯해 정부기관,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이상의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2006년부터 아마존의 자체 백엔드 기술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사 고객들에게 웹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AWS가 아마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AWS는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킹, 데이터베이스, 분석,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배치, 관리, 개발자, 모바일 서비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증강과 가상현실, 보안, 하이브리드와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에 걸친 125여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AWS 서비스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브라질, 유럽, 일본, 싱가포르, 호주, 인도, 중국 등에 위치한 전 세계 18개의 리전(Region)과 1개의 로컬 리전(Local Region), 그리고 55개의 가용 영역(Availability Zone)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AWS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5번째 리전인 서울 리전이 2016년 1월 7일부터 가동되고 있다.

AWS의 글로벌 인프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1년 80건 이상, 2012년 160건, 2013년 280건, 2014년 516건, 2015년 722건의 주요 서비스와 기능을 발표했으며 2016년에는 1017건, 2017년에는 1430개의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출시했다. 테레사 칼슨 AWS 공공부문 총괄 부사장은 지난 6월 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공공부문 서밋에서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기술은 무궁무진한데, 이를 따라잡는 것이 어렵다”면서 “AWS는 빠르게 실험하고, 빠르게 실패하며, 빠르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도 클라우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은 지난달 23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326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 321억9000만달러를 상회하는 양호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클라우드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주력인 광고 사업이 280억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으며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웨이모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도 1억4500만달러 매출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구글 클라우드의 비전도 더욱 날카로워지는 분위기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의 결합을 꾀하고 있다. 구글이 지난달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클라우드 개발자 대회를 열어 클라우드 오토ML 설명에 긴 시간을 할애한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을 구축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별명처럼 클라우드 오토ML은 기업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다.

▲ 제프 딘(Jeff Dean) 시니어 펠로우가 인공지능 저변확대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구글

구글은 일반 이용자도 편리하게 인공지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서 앱에 인공지능 기술력을 도입하는 등, 인공지능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제프 딘(Jeff Dean) 시니어 펠로우는 지난 6월 26일 구글 서울 캠퍼스에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로 강의하며 “구글이 추구하는 인공지능 비전은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접근 방법으로 3단계를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세계 사용자들에게 구글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다음은 텐서플로와 같은 오픈소스를 통해 모두가 인공지능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 마지막은 인공지능 혁신을 통해 의료나 생명과학 분야 등에서 인류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저변 확대를 꾀하는 구글의 전략이 클라우드를 만나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가에 시선이 집중된다.

MS는 지난달 20일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1104억달러, 영업이익은 35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MS 역사상 처음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MS 애저의 공이 컸다. MS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애저의 매출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애저를 포함한 MS 클라우드 사업분야 총 매출액은 2분기 23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89% 급성장했다.

MS의 클라우드 전략은 크게 두 개로 압축된다. 빅데이터 확보와 오피스365 등 자체 서비스와의 결합이다.

미국의 유통거인 월마트는 지난달 17일 고객의 구매 알고리즘, 공급자들과의 판매 데이터공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MS와 손을 잡았다. 아마존의 대항마로 거듭나기 위해 ICT 기업들과 손을 잡는 한편 MS의 애저로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적극 체화한 셈이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월마트는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기에 편리한 방법을 고안하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MS와의 연합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과 MS는 지난해 인공지능 비서 연동을 통해 ICT 동맹을 구축했다. 구글이 시스코와 클라우드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한 월마트의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며 이번에는 월마트와 MS가 손을 잡았다. 인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이 한 발 물러나며 월마트가 플립카드 지분을 쓸어 담았으나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라는 말도 나온다. ICT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전선이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장면도 눈여겨볼 관전 포인트다.

MS는 애저와 오피스365 등의 적극적인 결합으로 시너지를 노리기도 한다. 과거 ‘윈도우 끼워팔기’로 성과를 내던 MS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오피스365 등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던진 셈이다. 구글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를 결합하는 장면과 유사하다.

애플도 클라우드 덕분에 빙긋 웃었다. 올해 2분기 순이익 115억달러, 매출 533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한 가운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 부문 매출은 95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나친 아이폰 의존도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 애플도 클라우드에서 높은 매출을 올렸다. 출처=픽사베이

클라우드 “포기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빅데이터의 확보와 운용, 분석, 활용에 있다. 초연결 생태계가 원만하게 유지되려면 방대한 데이터가 추출되어 각 연결의 생태계에 유기적인 영향을 미쳐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확보부터 활용에 이르는 클라우드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다. 클라우드는 초연결 플랫폼의 전제조건이자,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끌어내는 핵심이다.

클라우드는 ‘현존하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도 가지고 있다. 톰 소더스톰 미 항공우주국 제트 추진 연구소 IT 총괄은 지난 6월 19일 AWS 서밋에서 “바다의 서퍼처럼 우리도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면서 “파도가 적절해야 서퍼가 힘을 받을 수 있듯이, 적절한 기술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확보와 즉각적인 활용에 있어 클라우드가 답이라는 뜻이다.

▲ 톰 소더스톰 미 항공우주국 제트 추진 연구소 IT 총괄이 클라우드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격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클라우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2009년 12월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했으며 2016년에는 금융권의 클라우드 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개인신용정보를 제외한 비중요정보시스템에 대해 클라우드를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올해 1월에는 과학기술정통부가 K-ICT 클라우드컴퓨팅 활성화 시행계획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해, 금융·의료·교육 분야 규제 개선과 핀테크 업체의 클라우드 이용을 장려하기로 하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018년까지 공공부문 40%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한 곳은 KT지만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진격이 활발하다. SK C&C는 IBM과 협력해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구축하는 한편,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Z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업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삼성SDS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자체 제공하면서 AWS를 비롯한 5개 기업과 공동전선을 꾸려 퍼블릭 클라우드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네이버는 NBP(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를 자회사로 출범시키며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 CNS는 LG유플러스와 협력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으며, NHN엔터테인먼트도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을 넘어 공공 시장에도 클라우드 바람이 불고 있다. 보안, 인프라 구축 미흡 등의 약점이 제기됐으나 클라우드가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며 빠르게 저변 확대가 벌어지고 있다. 터줏대감인 KT가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한 상태에서 NBP도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 CNS도 지난 3월 ISMS를 획득했으며 SK C&C, 삼성SDS, NHN엔터테인먼트도 모두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AWS와 애저,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꿈틀대고 있으나, 아직 외국과 비교하면 발전의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미국은 기존 IT 환경의 비효율적 예산활용과 시스템 취약성을 개선하고자 지난 2009년 ‘The Federal Cloud Computing Initiative’를 발표한 데 이어, ‘Cloud First Policy’를 통해 2015년까지 데이터 센터 800곳을 줄이기 위한 실행계획을 추진했다. 캐피탈원(Capital One)과 같은 대형 금융회사와 나스닥과 같은 증권거래소도 그동안 민감정보로 분류되었던 금융정보를 클라우드로 옮기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금융업계의 클라우드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