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캐피탈업계는 금융계, 기업계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주력해온 자동차금융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금리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조달금리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업계 캐피탈사는 부담이 늘어가는 추세다. 캐피탈사 경쟁은 판촉상품(프로모션)으로 번졌다. 캐피탈사들은 고유 캡티브사와 연계해 할인 상품을 내놓는 가운데 정부의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방침까지 더해져 자동차 가격은 더욱 내려가고 있다.

불어나는 조달금리, 벌어지는 격차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캐피탈사(할부·리스)의 총자산은 121조2816억원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2014년 86조8125억원을 기록한 뒤 2015년 98조1618억원, 2016년 109조5654억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캐피탈 업계 성장세는 금융계 캐피탈사가 주도했다. KB캐피탈은 총자산이 2014년 4조474억원에서 지난해 8조7369억원으로 116% 늘었다. 메리츠캐피탈은 183% 증가한 4조4594억원, 하나캐피탈은 57% 늘어난 6조666억원으로, 한국투자캐피탈은 무려 9725% 급증한 1조98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기업계 캐피탈사는 자산이 감소하거나 성장률이 금융계에 크게 못 미쳤다. 아주캐피탈은 총자산이 4조4723억원으로 3년 전보다 오히려 18% 줄었다. 무림캐피탈은 2494억원으로 37% 급감했다. 또 효성캐피탈은 2조7116억원으로 4.3% 성장하는 데 그쳤다.

기업 신용도도 비슷한 형세다. 자금조달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금융계 캐피탈사는 대부분 AA급에 포진됐지만, 기업계 캐피탈사는 A급에 속해 있다. 자산규모가 크고 대주주 지원 여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AA급 캐피탈사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에 취약한 A급 캐피탈사 간 조달금리 격차는 2016년 초반 100bp(1bp=0.01%)에서 올해 6월 120bp 수준으로 약 0.2%포인트 확대됐다.

기업계 캐피탈이 내려앉으면서 상위 캐피탈사들의 순위도 조정됐다. 2014년 자산순위 2위이던 롯데캐피탈은 KB캐피탈에 자리를 내주면서 4위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아주캐피탈은 3위에서 10위까지 추락했다.

금융계와 기업계 캐피탈사의 조달금리 격차는 국내 시장이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벌어지고 있다. 조달금리가 올랐다는 말은 캐피탈사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고, 지출해야 할 돈은 늘어난 구조가 됐다는 이야기다. 이는 신용등급이 금융계보다 낮은 기업계 캐피탈사에게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기업계 캐피탈사들은 자동차금융 경쟁 심화 등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계 캐피탈사는 차입만기도 단기화하는 추세라 자금압박도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운용 마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소비자 금리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그간 자동차금융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캐피털사는 은행과 카드사 등 새로운 사업자의 합류로 먹거리마저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도 감독당국의 제2금융권 가계부채 억제에 따라 사업 확대가 쉽지 않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캐피탈사의 영업환경에서 자금조달 경쟁력은 중요한 요소”라면서 “국내 영업에서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금융이 조달금리 우위에 있는 AA급 캐피탈채로 쏠리면서 A급 캐피탈채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금리상승기 전환 추세는 A등급 캐피탈사에 조달과 운용, 나아가 대손부담의 전반적인 방향성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결국 운용손익률 마진을 회복하기 위해 소비자 금리 상승도 반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에게는 기회?

캐피탈 업계는 조달금리 격차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소비자는 여러 혜택을 누릴 기회다. 당장 이들이 내놓은 자동차 프로모션부터 눈에 띈다. 자동차업계 수입차시장도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국산차보다 저렴한 수입차 구매 상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자동차시장은 정부의 개소세 인하방침에 날개를 달았다.

캐피탈사들은 캐피탈 업권만이 가능한 리스와 렌트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렌트사업체와 연계해 자동차 홈쇼핑 판매까지 진출하고 있다. 장기리스 및 장기렌트카는 최소 24개월에서 최대 60개월까지 렌트사 명의의 차량을 자신의 차처럼 이용한 후 계약 만기 시 인수나 반납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 재규어 중형 세단 'XF 20d' 2018년형. 사진=재규어랜드로버

KB캐피탈은 SY오토캐피탈로 쌍용자동차 캡티브사로, 재규어랜드로버 전속금융사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KB캐피탈은 2018년 재규어 XE와 XF모델을 대상으로 초기 부담금 및 첫 6개월간 리스료를 지원하는 ‘사인앤고(Sign&Go) 금융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재규어랜드로버 36개월 금융 유예리스 상품으로 통합취득세, 공채, 탁송료 지원뿐만 아니라 첫 6개월 리스료 전액을 지원한다. 초기비용 부담이 없다. 약정된 리스료를 6개월 후 30개월 동안 내면 수입차 차주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판매가 6590만원의 2018년식 ‘XF 20d 프레스티지’를 계약할 경우 취득세, 공채, 탁송료 515만1445원을 포함해 처음 6개월 동안 월 납부금 96만7600원(선납 0%, 유예 65%)이 지원된다. 리스 기간 만류 후 유예금액에 대해서는 최대 60개월까지 재리스 또는 현금구매가 가능하다. 2017년식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레인지로버 이보크 구매를 원한다면 ‘Sign&Go 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 제네시스 콤팩트 세단 'G70'. 사진=현대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 캡티브사인 현대캐피탈은 최근 고급 자동차브랜드 제네시스 전용 리스 프로그램 ‘와이즈 플랜’을 최근 선보였다. 와이즈 플랜은 소비자의 제네시스 차량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 납부금을 대폭 낮춘 게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제네시스 브랜드인 EQ900·G80·G70 차량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판매가 3750만원인 제네시스 G70 2.0T 어드밴스드 구매 시 와이즈플랜을 이용하면 4년간 월 49만원(선수금 30%, 48개월)에 차를 살 수 있다. 같은 모델을 할부(선수금 30%·48개월)로 이용할 경우 월 납부금은 60만원이다.

현대캐피탈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품격에 맞는 프리미엄 혜택도 준비했다. 차량 외관 케어를 위한 ‘열차단 고급 선팅(틴팅)’과 현대캐피탈 자체 정밀검사 후 전용차량으로 배송하는 ‘배송 전 정밀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캐피탈사와 연계해 렌터카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특별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차장기렌트와 자동차리스 비교견적을 내주는 아이젠카, AK렌트카, AJ렌트 등은 최근 무보증 장기렌터카 한정프로모션을 출시했다. 이들은 국산차와 수입차 상관없이 렌트·리스 프로그램을 연계해 운영한다. 특히 자동차 렌트 시 보증금이 없는 장점이 있다. 월 대여료만 내면 장기렌트카 자동차리스 이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