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집을 사거나 결혼할 때, 차를 살 때 등 살다 보면 큰 액수의 자금이 필요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때는 신용이 큰 자산이 된다. 그러나 정작 많은 사람이 신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잘 몰라 막막해 하는 일이 허다하다. 신용관리는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여러 요소를 알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금리상승기는 물론 하락기에도 관리가 필수다. 단 한 단계라도 높은 등급의 신용을 유지해야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용점수, ‘오르고 떨어지는’ 4가지 요인

신용등급은 신용평가회사(Credit Bureau)가 개인별 신용거래 이력을 수집·분석해 점수화한 지표를 말한다. 이러한 신용점수를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많은 요소 가운데서 핵심은 대출금 상환이력, 카드 사용이력, 연체 대출금 상환, 통신 공공요금 납부 실적 등 4가지가 꼽힌다.

대출금 상환이력은 대출금을 연체하지 않고 성실히 갚은 내용을 담은 정보다. 신용평가회사는 금융 소비자가 부채를 상환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면 이를 신용평가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반영한다.

적정한 카드 사용도 중요하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하고 연체 없이 상환하면 신용평가사가 긍정 정보로 반영한다. 신용카드를 연체 없이 사용한 기간이 길수록 신용평점은 더욱 빠르게 오른다.

연체 대출금 상환은 앞서 말한 두 요소보다는 신용등급 상승 측면에서 덜 중요하지만 신용등급 하락을 가정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연체가 여러 건 있다면 연체금액이 큰 대출보다 연체가 오래된 대출을 먼저 갚는 게 신용등급 회복에 유리하다.

금융소비자가 신용등급 결정 요인으로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통신요금과 공공요금(세금) 납부 실적이다. 통신요금과 공공요금 등을 6개월 이상 낸 실적을 신용평가사에 제출하면 신용평가 시 가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금융거래실적이 많지 않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은 휴대폰 요금 등 통신·공공요금 납부 실적을 꾸준히 신용평가사에 제출하는 게 신용등급 관리에 유용하다. 이들은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통상 중간등급인 4~6등급을 받는다. 통신요금은 연체해도 신용등급이 하락하지 않는데, 휴대폰 단말기 할부대금을 연체하면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대지급정보가 등록돼 신용 등급이 떨어진다.

신용등급을 올려주는 요인이 있다면 떨어뜨리는 요인도 있다. 대출금 연체, 신규대출과 대출 건수 증가, 2금융권 대출, 과도한 현금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대출금 연체는 신용등급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10만원 이상을 영업일 기준 5일 이상 연체하면 신용평가사는 연체정보를 수집해 즉각 신용등급 강등에 반영한다. 특히 연체기간이 길수록 장기간(상환 이후 최장 5년) 신용평가에 반영된다. 신규대출이나 대출 건수가 늘어도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대출을 받으면 부담해야 할 채무가 커지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출금액과 대출건수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2금융권 대출도 신용등급 하락 요소다. 신용평가사는 과거 통계 분석 결과 산출된 금융권별 연체율을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나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연체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은행 대출보다 신용평점이 더 많이 내려갈 수 있다.

현금서비스(단기간 카드대출)를 일정 기간이나 일정 금액 이상 이용하면 신용평가사는 부채 증가로 간주한다. 이 역시 신용점수를 낮추는 요인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는 현금서비스 이용자의 연체율이 미이용자의 연체율과 비교해 높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가지 요소 이에 신용카드는 특별히 신용점수를 떨어뜨리는 요소인 만큼 금융소비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신용카드 사용이력이 오래되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신용카드 해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존 거래 이력이 활용되지 않아, 신용등급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신용평가사는 신용카드 사용이력과 개설 정보, 보유 기간까지 측정해 신용 등급을 결정한다.

신용카드 한도에 가까이 쓰고, 할부가 잦다면 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 신용평가에는 ‘한도 대비 신용거래에 따른 부채’라는 개념이 있다. 일시불로 구매했을 때보다, 할부로 구매할 때 상환해야 할 부채 수준이 일정 기간 높게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이는 곧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리볼빙은 ‘대출’로 전산 처리가 되기 때문에 리볼빙 규모가 커진다면 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자료=나이스신용정보

신용등급, 오해와 진실

신용등급 상승과 강등요인은 이처럼 정형화돼 있다. 신용평가사마다 신용등급을 측정하는 세세한 요인은 다르지만 큰 뿌리는 비슷하다. 신용등급 결정 요인은 최근 많이 변화해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용등급 기준을 놓고 잘못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신용을 신용평가사에서 조회해도 등급이 떨어진다는 통설이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과거에는 신용조회기록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2011년 10월부터 신용조회 사실이 신용평가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신용조회 사실은 무등급자에 대한 신용등급 부여에 활용된다. 단기간 내에 다수 신용조회를 하면 대출사기 방지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아도 신용등급이 낮을 수 있다. 신용등급은 소비자가 대출·신용카드 등 금융거래 시 금융거래 상환 이력을 중심으로 결정한다. 소득이 높아도 금융거래 이력이 없거나 과거 금융 이력이 건전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낮을 수 있다.

신용카드 발급이 많더라도 지출관리만 잘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는다. 연체를 상환해도 신용등급이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연체 상환 후 추가연체 없이 금융거래해야 서서히 회복한다. 저축은행과 카드 등 제2금융권은 2016년부터 적용된 ‘신용조회회사 신용평가 시스템 개선 방안’에 따라 대출을 연체 없이 잘 갚으면 신용등급 상승이 다른 금융권보다 빠르다. 특히 소액 연체자의 신용점수 회복 시간이 이전보다 단축됐다.

대출이나 금리를 결정할 때 신용등급이 절대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는 잘못된 정보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은 ‘정량평가 대상’으로 단순 참고사항이다. 금융회사는 신용평가사가 평가하는 신용등급 이외에 개인의 거래기여도, 직장, 소득 등 ‘정성평가’를 주로 참고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내 신용등급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신용등급은 높을수록 좋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당장 본인의 등급으로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 어디서 얼마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할부 구매가 가능한지는 잘 알 수가 없다.

우선 1등급부터 5등급까지는 1금융부터 사금융권까지 여러 권역에서 돈을 이용할 수 있으나. 6등급 이하에선 금융서비스 이용이 제한돼 있다.

신용카드는 6등급부터 받을 수 있다. 사회생활에서 필수품으로 여기는 신용카드는 올크레딧(KCB)과 나이스지키미(NICE) 신용평가사에서 모두 6등급 이상이 나와야 무난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7등급도 대출 등의 채무가 적으면 발급받을 수 있으나 이는 신용등급부터 직업, 연도별 평균 소득, 가족력, 기존 대출과 연체 이력, 통장발급 내역부터 휴대폰 사용료 납부 내역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6등급 이상을 유지해야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게 카드업계 정론이다.

6등급은 우량한 신용등급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일반 신용거래는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수준이다. 1금융권인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개설이나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여러 금융상품에서 기본 커트라인으로 여겨진다. 금융권에서 인정하는 신용등급은 올크레딧과 나이스지키미 중 더 낮은 곳을 기준으로 한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어느 신용평가회사든지 평균 등급보다 낮게 평가되면 앞으로 연체 위험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은행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금융권이 보수적으로 대출을 평가하기 때문에 기준을 낮게 잡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7등급 이하는 어디서 대출을 받아야 할까. 7등급 이하는 은행보다 2금융권과 캐피탈사, 저축은행 대출을 알아보는 게 좋다. 그러나 최근 은행권에도 저신용자대출인 ‘새희망홀씨대출’이 생겨 직장인이라면 주거래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지 문의해 보는 것도 좋다. 서민대출로 출시된 새희망홀씨와 햇살론이 6등급 이하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이라고 하지만, 사실 8등급 이하에서는 거절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에 7등급 이상을 유지해야 정부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할부구매는 7등급 이상부터 가능하다. 휴대폰 할부구매처럼 금액이 소액이면 연체가 걸려 있지 않았을 때 8등급도 할부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신차할부처럼 금액이 많으면 다른 금융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신용등급 외에 소득증빙과 재직증명 등 추가 조건을 요구한다.

신용등급 8등급 이하는 거래를 거절당할 이유가 많다. 8등급 이하는 금융권에서 최근 연체가 있거나 앞으로 연체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평가하는 등급이다. 어떤 회사든지 자기 회사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금융상품을 판매해야 하는데 연체가 발생하면 오히려 손실을 보기 마련이다.

이에 금융권은 위험성이 높은 8등급 이하 신용자와 거래는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현재 자기의 신용등급이 8등급 이하인데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 예정돼 있다면 신용등급을 관리해 7등급 이상으로 올리는 게 현명하다.

은행연합회의 신용등급별 대출금리 공시에는 시중은행에 1등급부터 10등급 금리까지 나타나 있다. 그러나 직장, 연봉, 재직기간 등 다른 조건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금리가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9등급과 10등급에 대해서도 저금리가 표시돼 있지만, 이는 좋은 신용상태에서 대출받은 뒤 연체해 등급이 떨어진 것”이라면서 “장기 연체상태라 할 수 있는 9등급이나 10등급이 돈을 빌린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