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공작>에서 북파공작원 '흑금성' 역할을 맡은 배우 황정민.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어떤 진실은 거짓보다 믿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진실의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차라리 한껏 왜곡된 것이 때로는 진실보다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공작>은 그런 면에서 무서운 영화다. 영화 <공작>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로 그 내용이 공개됐다.   

영화 <공작>은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의 주도로 이뤄진 북풍(北風) 공작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영화 속의 주인공인 북파공작원 ‘흑금성(황정민)’은 실존 인물이며 영화에서 북한 정부와 연결에 이용되는 광고업체도 실재한 회사다. 심지어 영화에 나오는 뉴스 장면들도 당시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그대로 나온 게 대부분이다.  

▲ 영화 <공작>에서 북한 고위간부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 출처= 네이버 영화

지금의 30대 후반이나 40대 이상이라면 정권 교체와 외환위기, 그 가운데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북 관계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은 1990년대 말을 기억할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일련의 사건들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진실들이 숨겨져 있었는데 이 영화는 이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정치권력과 국가 안보가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연결된 고리들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 스토리의 재미를 위한 어느 정도의 각색이 있었겠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팩트’들만으로도 놀랄만한 일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첩보 영화’를 표방하는 작품임에도 그 흔한 액션 장면하나 없이 영화 내내 긴장감이 유지된다. 

여기에 주연배우 황정민과 이성민 그리고 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조연 조진웅, 주지훈의 묵직한 연기는 베테랑 배우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다만 이 영화에서 다소 아쉽거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 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로 아쉬운 점은 '액션 장면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영화 내용상 액션이 굳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대작 영화의 성수기인 여름에 개봉하는 경쟁 작품들의 스케일이나 액션에 비해 다소 밋밋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은 아니기에 관객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일 듯하다.          

두 번째는 영화에서 풍기는 아주 명확한 정치 성향이다. 실제 사건에 기반한 작품이지만 영화 내내 과거의 보수 정권과 현재의 보수 세력에 대해 한없이 부정적인 시선이 유지된다. 어떤 면에서는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이 시나리오는 과연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도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듯하다. 역사는 철저하게 승리자의 관점에서 해석되기 때문에. 

영화 <공작>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세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조금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