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현재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중국의 추격, 일본의 견제, 국내 경쟁 속에서도 2분기(4~6월) 호실적을 거뒀다. 

LG화학은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10.5% 증가한 7조 519억원, 영업이익은 3.2% 감소한 703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분기 매출 기준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돌파했다.  삼성SDI 역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3.1%, 2696.5% 증가한 2조 2500억여원, 1528억어여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도 같은 기간 매출 13조4380억원, 영업이익 85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7.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3.2% 증가했다.  3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해 실적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 3사가 이처럼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제각각의 기술력과 장점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들 업체들은 중국 업체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기술력과 생산성을 갖추고 있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LG화학, SAR 등 3가지 배터리 기술력 보유

LG화학은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7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기술개발과 생산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의 주요 고객사는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유럽의 아우디, 르노, 볼보 등이다. 그만큼 탄탄한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은 한국의 오창, 미국 홀랜드, 중국 난징, 폴란드 브로츠와프 등 4곳에 연간 18GWh 생산 능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연간 28만대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7월 17일에는 중국 장쑤성 빈장 개발지구에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약 20억달러를 투입해 내년 10월 상업생산 시작을 할 계획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2023년까지 연간 32GWh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기술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의 특징은 크게 3가지가 꼽힌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특허를 획득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을 적용했고, 배터리 형태가 파우치(Pouch) 타입이어서 폭발 위험이 없고 배터리 수명이 길다는 장점, 스택앤폴딩(Stack & Folding) 구조라는 자체 개발 특허기술로 배터리 내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최고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 화학회사로서 자체 소재를 생산해 내재화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중 눈에 돋보이는 것이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기술이다. 이 기술은 LG화학이 2004년 독자 개발한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기술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을 코팅해 열적, 기계적 강도를 높여 내부단락을 방지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LG화학은 이미 2007년 한국을 시작으로 2010년 미국, 2012년 중국, 2014년 유럽과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에 특허 등록을 마쳤다. 10년 이상 기술을 축적한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LG화학은 2014년 5월 일본의 우베막셀(Ube Maxell)과 특허 유상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2015년 중국 최대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제조 기업인 선전시니어(Shezhen Senior Technology)와 유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기술을 수출했다. 시니어는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건식 분리막 생산에 강점이 있는 중국 최대의 분리막 전문 기업이다.

신성장동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딥 체인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초격차 전략을 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LiBS 로 주행거리 100km 이상 늘린 배터리 양산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기술이라는 독보적인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iBS는 배터리 내에서 양극과 음극이 섞여 폭발 등의 이상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얇은 필름 모양의 소재로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한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은 품질과 강도가 우수한 습식 분리막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술을 2004년 국내 최초, 세계 3번째 상업화에 성공했다. 올해 2월 증평 공장에 LiBs 생산 10호, 11호기 가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연간 분리막 생산 능력이 기존 2억4000만㎡에서 50% 증가한 3억6000만㎡로 늘어났다. 이는 순수 전기차 기준 약 100만대에 장착할 중대형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은 일본 아사히카세이에 이어 세계2위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기술을 ‘NCC 811’ 양산에서 입증해보였다. NCC 811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각각 8대 1대 1로 이뤄진 배터리를 말한다. 통상 중대형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는 만큼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지난해 8월 양산을 시작한 NCC 811 배터리는 탑재 시 기존 배터리보다 주행거리를 100㎞ 이상 늘릴 수 있다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한다.

이존하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연구소 셀개발실장은 “NCM 622와 NCM 811 배터리 모두를 업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NCM 811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500㎞ 이상 늘리고 최대 주행거리 700㎞ 이상 배터리를 2020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 ‘2018년 에너지·화학업계 전망’ 세미나에서 “전 세계에서 분리막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해 총 4개뿐”이라면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전기차 배터리 수요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배터리 핵심부품인 분리막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 주가 상승 키포인트로 LiBs를 꼽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배터리 생산량을 1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배터리 연구소도 확대 개편했다.

삼성SDI, 20분 충전 600km 주행 배터리 셀 개발

삼성SDI는 올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해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를 선뵀다. 모터쇼에서 삼성 SDI는 20분 급속충전 기술을 접목해 최대 600㎞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용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셀을 소개했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셀을 중심으로 37, 50, 60, 94Ah(암페어아워) 등 EV(전기차),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세대별 배터리 셀 라인업을 구축했다.

삼성SDI가 올해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팩인 MFM팩(다기능 배터리 팩)도 소개했는데, 이 제품은 원하는 용량만큼 배터리 모듈 수를 자유롭게 조절해 다양한 주행거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배터리 셀 높이를 최대 20% 낮춰 차량 내부 공간 활용을 용이하게 한 ‘Low Height셀’도 공개했다. 현재 삼성SDI는 헝가리, 중국,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