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 브라질의 애그테크 산업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출처=Agronow

농업대국인 브라질에서 최근  스타트업(Start-up) 기업을 중심으로 농업에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애애그테크(Ag-Tech)’ 바람이 불고 있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을 의미한다. 애그리테크(Agri-Tech), 팜테크(Farm-Tech) 등과 비슷한 표현이다.

브라질의 애그테크 산업은 현재 초창기라고 할 수 있으나, 브라질의 방대한 경작지와 천연자원,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돌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성장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폴라지 상파울루(Folha de Sal Paulo)>를 비롯한 브라질 주요 매체와 애그테크 정보 사이트 <애그테크 거라지(AgTech Garage)>,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상파울루 무역관 등은 브라질에서 뜨고 있는 애그테크 산업과 주요 스타트업 기업이 농업에 부는 신기술 바람을 소개하고 있다. 

브라질에만 200여 개의 농업기술 스타트업 활동

브라질 스타트업협회(ABStartsups)에 따르면 현지 애그테크 산업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점차 활성화하고 있다. 이전에도 브라질에 첨단기술 기반의 농업분야가 있었지만 최근 부 추세는 과거와는 판이하다. 지난 2013년 글로벌 농산물 기업 몬산토(Monsanto)가 기상정보업체인 클라이밋코퍼레이션(Climate Corporation)을 약 10억달러(약 1조1170억 원)에, 2015년에는 글로벌 IT 기업인 IBM이 더웨더컴퍼니(The Weather Company)를 약 20억달러(약 2조2340억 원)에 인수한 이후, 브라질에서도 농업기술 분야 스타트업은 중요한 투자대상으로 급부상했다. 2014년 브라질 애그테크 스타트업은 23억6000만달러(한화 2조6371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유망분야인 핀테크(21억 달러), 클린테크(20억 달러)보다 앞섰다.

▲ 브라질 농업분야 스타트업 기업의 기술개발 비중(2017년). 출처=Agtech Garage
▲ 브라질 주(州)별 스타트업 분포. 상파울루 지역에 가장 많다. 출처=Agtech Garage

브라질스타트업협회와 상파울루 농업대학(ESALQ)이 공동으로 벌인 ‘브라질 농업분야 스타트업 실태 파악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브라질에는 농업분야에 200개 정도의 스타트업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의사결정 지원기술(기후변화·농작물 작황 등의 데이터를 취합·분석해 위험을 분산하는 기술), 농작물 관리용 소프트웨어, 농업 위성기술과 사물인터넷 활용 소프트웨어 등의 농업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브라질이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대두(콩)와 관련한 농업기술 개발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의 스타트업 인센티브 플랫폼인 스타트쎄(Startse)의 페드로 앙글러(Pedro Engler) 대표는 “농업분야는 재원이 넉넉해 투자 유치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고, 농작물 생산성 증대 등 해결해야 할 요소가 많아 현지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브라질 농업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의 대부분은 상파울루 지역에 있는데, 이는 현지 농업기술 연구 메카인 상파울루 농업대학이 위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역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이름을 본떠서 ‘애그로테크 밸리(Agrotech Valley)’라고 불리며, 다양한 농업기술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 최근 열린 브라질의 Creative Startups 프로그램.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후원하고 있다. 출처=Brazil Samsung Newsroom

글로벌 기업 삼성도 투자·지원하는 브라질의 어그테크 스타트업

애그테크 스타트업을 비롯한 브라질 스타트업 기업의 지원과 홍보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애그테크에 대한 현지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애그테크에 적극 투자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브라질에는 브라질혁신기업지원협회(ANPROTEC)가 주관하고 글로벌 기업인 한국의 삼성이 후원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Creative Startups)’이라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단계를 거쳐 선발된 스타트업 기업들은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유수 기업들로부터 멘토링을 받는 엑셀레이터(Accelator)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으며, 최대 25만 헤알(약 7500만원)의 금융지원도 받는다.

2016년 이후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은 1회와 2회 행사에서는 도시교통문제·가상현실·인공지능·핀테크·디지털헬스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선발됐고, 지난 2월 3회 행사에는 디지털농업기술 스타트업도 선발대상에 포함됐다.
 

▲ 지난해 브라질에서 개최된 애그로테크 컨퍼런스 행사. 출처=AgroTech Conference

농업기술 스타트업 행사로는 ‘애그로테크 컨퍼런스(Agrotech Conference)’가 지난해 처음으로 열렸다. 브라질 최대 농업기술 관련 행사로, 첨단농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한자리에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편, 세계 첨단농업의 최신 트렌드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강연도 마련돼 큰 호응을 얻었다.

애그테크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에 브라질 최대 민영 방송국인 ‘헤지글로브(Rede Globo)’도 브라질 첨단농업 기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현재 ‘농업은 대중적이다. 농업은 기술이다. 농업은 모든 것이다’라는 테마의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작물 모니터링부터 VR 체험교육, 가축 판매·유통 앱까지 다양한 농업기술 개발

브라질에는 지난해 기준으로 200여 개의 스타트업이 농작물 모니터링·병해충 관리 서비스·농업용 드론·농업용 교육 VR(가상현실) 프로그램 제작 등 다양한 농업기술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애그로스마트의 농작물 관리 서비스가 적용된 농장. 출처=AgroSmart

아그로스마트(AgroSmart)

2014년 설립된 회사로 브라질 애그테크 분야의 대표 스타트업이다. 애그로스마트는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농작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토양 온·습도, 풍향, 일조량 등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요소를 측정 후 종합 분석해 관개에 가장 적합한 시간을 알려줘, 농업용수 절약 등 농작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브라질에서 애그로스마트 서비스로 관리되는 경작지 면적은 약 5만헥타르(ha, 약 1억5125만평)에 이른다. 서비스 비용은 ha당 연간 100~300헤알(약 3만~9만원)에 불과하다. 애그로스마트의 농작물 모니터링 서비스는 멕시코와 이스라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2021년까지 연간 4500만달러(약 503억3250만 원)의 매출 달성이 예상된다. 또한 애그로스마트는 관련 기술로 201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로부터 상을 받았고, 같은 해 구글(Google) 지원으로 3개월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8만달러의 투자금을 받았다.
 

▲ 스트리더의 농작물 모니터링 시스템. 출처=Strider

스트리더(Strider)

2013년 설립된 스트리더는 브라질에서 촉망 받는 농작물 모니터링 스타트업이다. 특히 해충 관리 서비스로 유명한 업체다. 스트리더 서비스를 이용하는 농가는 태블릿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로 경작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관리 등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작물 데이터 분석으로 살충제 비용 절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연매출은 지난해 기준 1000만달러(한화 약 112억) 수준이며, 서비스가 활용된 경작지 면적만 150만ha(약 4억5375만 평)에 이른다. 스트리더 서비스는 브라질뿐만 아니라 미국과 멕시코에도 수출됐으며, 높은 기술가치 때문에 지난 5월 다국적 종자기업인 신젠타(Syngenta)가 스트리더를 인수했다.
 

▲ 애그로나우의 농업 분석 서비스. 출처=Agro Now

애그로나우

2015년 생물학자가 주도해 개발한 농업 분석 서비스로, 위성을 통해 대규모의 경작지를 열역학적(Thermodynamic) 방법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수확시기를 알려주는 게 특징이다. 애그로나우의 농업 분석 서비스의 주 고객은 곡물생산기업과 농업컨설팅업체 등이며, 서비스 사용액은 ha당 최소 19.90헤알(약 6000원)에 불과하다.

가격 대비 서비스 효과가 높다는 장점 덕분에 지난 2016년 250만 헤알(약 7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현지에서 1100여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애그로나우 서비스는 브라질 외에도 파라과이·우루과이·볼리비아·에콰도르·아르헨티나 등 인근 국가에도 진출한 상황이다.
 

▲알가르 아그로&비노큘러스의 VR 소프트웨어를 통한 작업 교육. 출처=Algar Agro&Beenoculus

알가르 아그로&비노큘러스(Algar Agro&Beenoculus)

지난해 8월 설립된 알가르 아그로&비노큘러스(이하 비노큘러스)는 현지 곡물회사 알가르 아그로(Algar Agro)와 제휴해, 폐쇄공간·고층건물 등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농가와 농업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가상현실(VR) 체험을 통한 작업교육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특히 농가와 농업기업 직원은 VR을 통해 높은 곳에 위치한 물탱크에 올라가거나, 대형곡물저장소(사일로)의 폐쇄공간을 지나가는 등의 작업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교육에 쓰이는 영상은 알가르 아그로의 실제 작업환경을 바탕으로 제작돼 실감나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 같은 비노큘러스의 VR 체험 소프트웨어는 위험한 농작업 환경을 가상으로 훈련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세계 최초로 개발된 웹가두스의 가축 판매·유통 어플리케이션. 출처=WebGados

웹가두스(WebGados)

웹가두스는 2016년 세계 최초로 가축 판매·유통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업체다. 농가나 기업은 웹가두스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간 유통과정 없이 저렴한 가격에 가축을 판매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지난해 기준 1만7000여 명의 사용자가 웹가두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축을 판매·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사용자는 무료로 웹가두스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향후 웹가두스는 기존의 사용자 조사와 그간의 빅데이터 수집·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차별화된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 호러스의 농업용 드론. 출처=Horus

호러스(Horus)

농업과 광업, 지형연구에 사용하는 드론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으로, 2014년에 설립됐다. 호러스의 농업용 드론은 농작물 질병을 비롯해 관개·토양·해충·영양결핍 등을 관찰·분석할 수 있는 다중 스펙트럼 카메라가 부착돼 대규모 토지를 정밀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런 기술 때문에 지난해 상파울루 혁신펀드(FIP)의 운용사인 에스피벤쳐스(SP Ventures)로부터 300만헤알(약 9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