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독일 고급 자동차 브랜드 BMW 520d 차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같은 모델 자동차 소유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섰다. BMW는 앞서 10만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했으나 법정 다툼은 피할 수 없게 됐다.

BMW 520d 차량 소유자 네 명은 30일 BMW코리아와 공식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로부터 1인당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BMW가 화재 원인이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냉방장치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이를 정밀 검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17년 차량부터 설계 변경한 EGR 냉방장치를 사용하면서 결함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EGR은 배기가스를 자동차 흡기로 다시 끌어들여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장치다.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차에 장착된다.

BMW코리아는 지난 26일 BMW 520d 3만5115대(2011년 8월 31일부터 2016년 7월12일까지 생산된 모델)를 포함한 BMW 차량 42종 총 10만6317대를 자발적으로 리콜 조치한다고 밝혔다. 또 화재의 원인을 EGR 결함으로 판단하고 부품 리콜과 모듈 교체 시점을 8월 20일로 예고했다.

그러나 자발적 리콜조치 발표 이후에도 2건의 BMW 차량 화재가 추가로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치솟았다. 자차가 리콜 대상이 된 것도 억울한데 이에 대한 보상책은 전혀 없고 리콜 시점 또한 너무 늦다는 반응이다.

소송을 낸 차주들은 EGR 냉방장치·EGR 튜브 등을 포함한 EGR 모듈 전체를 새것으로 교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차를 팔려고 해도 화재 사고로 중고차 가격이 내려가 버렸으니 이것 역시 손해액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BMW 자동차 소유주인 A씨는 “운전하는 차가 리콜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콜센터에 전화했으나 대기시간이 길어 통화 자체가 어렵다”면서 “역대 최다규모 리콜이라 하면 8월 말 서비스센터에 리콜 등록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A 씨는 “중고차 가치 하락도 문제다”면서 “현재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통근 시간이 길어 이른 시일 내 처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BMW의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며 수입차 딜러 불만도 잇달았다. 수입자동차 딜러 B씨는 “BMW 520d는 구매 문의가 가장 많은 차 중에 하나다”면서 “이제는 구매자들로부터 리콜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대부분 판매회사들도 가계약이 밀려있는 상태일 텐데 구매 취소가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BMW관련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현재 사용이익 침해에 따라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1인당 500만원 청구하는 방침을 세웠다"면서 "중고차 가격 하락세를 지켜본 뒤 추후 청구 금액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본격 리콜에 들어가기 전 리콜 전담 고객센터를 열고 지난 27일부터 전국 서비스센터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면서 “리콜 대상 차종인 긴급 안전 진단 서비스는 2주 내 완료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에만 국내에서 벌어진 BMW 차량 화재 사고는 27건이다. 이 중 520d 차량 화재 사고는 19건이다. 네 명의 차량 소유자가 소송을 낸 30일에도 인천시 서구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던 BMW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