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채-회사채 금리차(3년물) 출처=DB금융투자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도 경기둔화 우려에도 금리인상 시그널을 강하게 보내고 있다. 금리상승 기조에도 캐리(이자수익) 확보 수요에 힘입어 강세를 보인 채권시장의 반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일부 대출이 은행에서 카드사와 캐피탈사로 옮겨가면서 여신전문회사(신용카드,리스, 할부금융,신기술금융업 등을 하는 회사)의 채권 발행규모는 확대됐다. 금리상승의 역풍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비우량등급 여전채의 수요 감소를 시작으로 여전채 시장 전체로의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로 집계됐다. 항목별로는 건설투자(-1.3%), 설비투자(-6.6%)의 급격한 부진이 눈에 띈다. 투자 부진이 내수 위축을 야기하면서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전년 대비 1.7%포인트에 불과했다.

순수출은 전분기대비 증가했지만 수출(+0.8%) 대비 수입(-2.6%) 속도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 또한 내수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지난 27일 시장금리 모두 상승 마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이 지속되고 물가가 목표치인 2%에 수렴하는 정도가 되면 현재의 완화정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 여력 확보 차원이라는 측면도 덧붙였다.

이 총재 발언 이후 국고채 금리는 단기물(1년물·3년물) 위주의 상승폭이 컸다. 30일에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장기물(5년물·10년물)은 지난 27일 상승 이후 30일에는 보합을 기록했다.

단기물 금리는 기준금리에, 장기물 금리는 경제 전망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지연 기대로 크레딧 스프레드도 확대됐다”면서도 “최근에는 매파적 금통위 영향으로 스프레드가 축소됐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의 상승 기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경기 개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려져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은 투자심리 위축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역 갈등 완화, 달러의 약세 전환 등은 그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올해 채권시장은 캐리(이자수익) 확보에 힘입어 절대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이 몰렸다”면서  “최근까지도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 채권 시장의 약세를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융채, 여전채 등도 금리 매력이 부각되며 높은 수요를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업권별로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캐피탈채와 카드채의 약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서민지원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목적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확대, 소액결제업종 카드수수료 부담완화,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 도입, 대출 여신심사 강화 등을 발표했다.

이중 대출 여신심사 강화는 정부의 기존 부채 억제 정책에 힘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채 발행 감소 요인이며 수요 우위의 시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5월까지 예금은행의 원화예금 잔액은 약 27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1~5월에 각각 17조1000억원, 6000억원 증가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해 은행들의 고금리 특판 예·적금 경쟁은 상당한 이유다. 금리상승과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 개선에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이 기간 동안 은행채 발행규모(특수은행 제외) 전년동기대비 5조원 감소했다.

정부가 대출을 규제하면서 일부 대출수요는 은행에서 카드사와 캐피탈사로 옮겨갔다. 은행채와는 달리 올해 1~5월 카드채와 캐피탈채 발행액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3조원, 2조원 증가한 이유다.

대출억제와 함께 소액결제업종 카드수수료 부담완화는 캐피탈과 카드사의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여전채 수요가 감소하면서 조달금리가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여전채 중 등급이 낮은 채권일수록 수요가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면서 “금리상승에 대비해 발행물량을 크게 늘린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둔화, 금리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크레딧 시장 전반에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