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기대수명과 영아사망률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수명은 2016년 태어난 출생아의 경우 82.4세로, 2007년 대비 3년마다 한 살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영국의 세계적인 의학저널 <the Lancet>에 의하면 2030년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90세가 넘는 집단이다. 죽음 앞에 연약함으로 인한 인간의 보편적인 소망 가운데 장수에 대한 염원이 있다면, 대한민국은 과연 대단한 나라다.

그런데 기대수명보다 더 중요한 지표가 있다. 바로 건강수명이다. 건강수명이란 유병 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으로, 노후에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이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64.9세라고 보고되는데 (통계청, 2016년 현재), 2년 전보다 0.3년 짧아졌다. 기대수명이 지난 10년간 3.6세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 격차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 간극이 클수록 노년의 삶은 고달프다. 대한민국 국민은 노후에 17.5년 가까이를 건강을 잃은 채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병원 및 요양원 등에서 지내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사망자의 약 75%가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나머지도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마감한 경우가 많았고, 집에서 숨진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숨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나이 드는 현상을 노화(Aging)라 했을 때, 건강악화로 인한 기능의 제한과 사망위험을 높이는 현상은 노쇠(Frailty)로 볼 수 있다. 노쇠의 기간이 길다면 삶의 질은 떨어진다. 노년기에 겪는 건강의 문제는 대표적으로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치매, 파킨슨병, 우울감 등 노인성 질환 혹은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다.

오늘날의 의료기술은 게놈, 나노 등 고도로 정밀화된 수준이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이 출현해 의사 대신 진단 및 수술 처치를 하는 최첨단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뇌졸증, 치매, 고혈압, 당뇨 등 나이가 들수록 위험도가 크게 상승하는 질병은 완치가 어렵다. 따라서 완치가 어려운 노인성 질환은 질병의 악화 속도를 최대한 지연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방과 재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질병 예방의 원칙은 발병하고 나서 사후적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노년층에 진입하기 전에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는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병인의 제거, 조기발견과 조기치료, 지속적인 관리 및 재활에 주목한다. 병인 제거를 통한 예방은 무척 중요한데 흡연, 음주, 비만의 요인을 피함으로 혈관 건강을 지키며, 나이에 맞는 지속적인 운동과 몸 건강에 좋은 식습관을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질병감수성이 높아지는 노년층의 특성으로 면역력 저하에 따른 신체적 불균형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에 의하면 대부분의 병균은 손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손 씻기만 잘해도 인플루엔자, 감기, 폐렴, 식중독, 설사 질환 등 감염병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

조기발견과 조기치료 측면에서도, 중년기 이후부터 암 검진을 포함한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의 경우도 일단 진행되면 이상 행동도 나타나고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치매 예방을 위해 힘쓰거나, 치매의 조기검진과 조기발견을 통해 경도인지장애가 발견된 경우 적극적으로 약물 및 인지 치료를 함으로써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지속적인 관리 및 재활 측면에서도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약물 관리 및 지속적인 운동을 습관화함으로써 여타 질환으로의 합병증을 막고 기존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건강함의 개념은 의학적인 건강지표뿐 아니라 포괄적인 접근으로 설명된다. 신체적 지표뿐 아니라 정신의학적, 심리적 및 좋은 인간관계를 통한 사회적 요소 모두를 포함해서 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영역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간극을 줄이는 것은 신체적, 정신의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소 모두를 포함한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임과 동시에 의료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과도 직결된다. 건강악화로 인한 노년층의 의료비 지출은 막대한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의 생애주기별 의료비 분포는 65세에서 84세 사이에서 평생의 40%, 85세 이상 생존한 고령노인의 경우 26%에 이르며, 사망 직전 1년간 지출한 의료비의 밀집도는 지난 10년 사이 3.4배 높아졌다. 사망이 가까워질수록 의료비 지출은 더 커지고, 그 증가폭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도입해, 65세 이상 혹은 65세 미만이지만 노인성 질환이 있는 자 중 타인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일상생활이 안 되는 이들을 대상으로 요양서비스 지원 제도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요양원, 요양병원 등 시설급여와 주야간보호센터, 가정방문 등 재가급여로 나뉘어 국가의 지원을 통해 노쇠한 노인층의 건강을 지원한다. 이 보험의 혜택을 받는 층은 전체 노인 인구의 7.5% 정도인데 국고지원금도 작년 대비 12% 증가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하지 못한 노후를 지원해준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며,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초고령시대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예측할 때 재정 지출 부담이 매우 큰 영역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사후적 비용지원에서 나아가 건강유지를 위한 사전적 예방 사업의 강조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살아 있어도 건강을 잃는다면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없다. 이제 건강수명의 향상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며 동시에 국가적인 과제다. 기대수명은 3년에 한 살씩 늘고 있는데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인식 전환과 준비가 필요하다. 백세시대가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지나온 삶에 박수를 보내고 스스로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가치로 남을 수 있으려면, 질병 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기대수명에까지 이르는 건강수명을 누리도록 예방과 지속적인 관리에 힘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