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유례없는 폭염의 여파가 식탁 물가까지 덮쳤다. 채소, 과일, 축산물까지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도 비상 대응에 나섰다.

30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평년 수준을 보인 노지채소 가격이 한 달 만에 크게 오르고 있다.

올 들어 6월초까지 강우가 고르게 잘 내려 물이 필요할 때 별도의 급수 없이 자연 강우만으로 모내기를 포함한 농사가 가능했다. 현재 저수율은 평년 대비 110% 수준으로 천수답을 제외하고는 가뭄 피해가 크지 않다. 다만 비가 내리지 않고 폭염이 계속되면 8월 중·하순 이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예의주시 하고 있다.

고온에 민감한 배추는 ‘이상기상 대응 매뉴얼’에 따라 지난 18일 ‘경계경보’까지 발령됐다. 가격도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원 지역에 이달 상순께 많은 비가 내린데다 폭염으로 중·하순 주 출하지역에서 무름병이 발생하면서 30일 소매가격은 1포기당 5030원까지 올랐다. 지난달 30일 2971원보다 40.9%, 평년(3552원)보다는 29.3% 각각 높은 가격이다.

▲ 고랭지 배추 30일 소매가격은 1포기당 5030원까지 올랐다. 지난달 30일 2971원보다 40.9%, 평년(3552원)보다는 29.3% 각각 높은 가격이다. 출처= aT

무는 노지 봄작형이 주로 출하되고 있지만 재배면적 감소에 폭염으로 작황까지 악화되면서 출하량이 더욱 줄었다. 30일 기준 소매가격은 1개당 가격이 2772원으로 뛰었다. 지난달 30일 2049원 26.0%, 평년(1908원)보다 31.1% 높다.

▲ 무의 30일 기준 소매가격은 1개당 가격이 2772원으로 뛰었다. 지난달 30일 2049원 26.0%, 평년(1908원)보다 31.1% 높다. 출처= aT

아직까지 폭염 영향이 덜한 과채·과일과 축산물은 계절적 수요 증가와 농가의 출하 조절 실패로 가격 오름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남부 지방의 조기 출하가 끝난 토마토와 수박이 대표다. 토마토의 30일 기준 소매가격은 1kg 당 가격은 3813원으로 한 달 전 2715원보다 28.7%, 평년(3149원)보다는 17.4% 올랐다. 수박도 1통 당 2만1843원으로 1개월 전 1만6578원보다 24.1%, 평년(1만7329원)보다 20.6% 비싸졌다.

▲ 수박의 30일 기준 1통 당 소매가격은 2만1843원으로 1개월 전 1만6578원보다 24.1%, 평년(1만7329원)보다 20.6% 비싸졌다. 출처= aT
▲ 토마토의 30일 기준 소매가격은 1kg 당 가격은 3813원으로 한 달 전 2715원보다 28.7%, 평년(3149원)보다는 17.4% 올랐다. 출처= aT

여름철 대표 과일인 포도도 봉지 씌우기로 폭염 영향을 덜 받았지만 평년보다 높은 시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기준 포도는 폐업 증가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평년(7095원)보다 8.5% 오른 7756원(1kg 캠벨 기준)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축산물은 통상 여름철 휴가와 보양식 특수로 수요가 늘어난다. 여기에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가축 폐사량이 늘면서 일부 품목(닭고기·계란)의 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폐사한 가축은 125만2320마리(닭 117만8482마리, 오리 4만6000마리, 메추리 2만마리, 돼지 7837마리)에 이른다. 폭염에 따른 피해 규모는 전체 사육마릿수 대비 돼지 0.07%, 닭 0.62%, 오리 0.44% 수준이다.

30일 기준으로 돼지고기는 100g당 2276원으로 평년보다 8.4%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닭고기는 1kg당 4943원으로 한 달 전 4761원보다 3.6%, 계란은 30개당 4501원으로 한 달 전 3950원보다 12.2% 각각 높다.

▲ 30일 기준 돼지고기 소매가격은 100g당 2276원으로 평년보다 8.4%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출처= aT
▲ 30일 기준 닭고기 소개마격은 1kg당 4943원으로 한 달 전 4761원보다 3.6% 높다. 출처= aT
▲ 30일 기준 계란은 30개당 소매가격은 4501원으로 한 달 전 3950원보다 12.2% 각각 높다. 출처= aT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폭염에 따른 농산물 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했다. 30억원 규모의 가뭄 대책 예산을 우선 지원하고 추가 편성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관개시설이 없는 밭에 관정도 추가 개발한다. 농업재해대책상황실과 별도로 농축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비상 태스크포스(TF)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폭염 장기화로 농가 피해가 커지고 일부 농축산물의 수급 악화가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작황·수급 상황 변화를 신속·정확하게 모니터링 하기 위해 현지에 상주하는 산지기동반도 별도로 운영한다. 수급불안 예측 시 속보를 발행해 신속히 전파하게 된다.

품목별로는 배추·무 등 밥상 물가와 관련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조절 물량을 탄력 방출한다.

배추는 하루 100t~150t의 비축물량(총 6000t 보유)을 당분간 집중 방출한다. 무는 봄부 계약재배 물량의 도매 시장 출하 물량을 하루 20t에서 40t으로 늘리고, 고랭지 무 조기 출하 시기는 8월 중순에서 상순으로 앞당긴다. 무는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시중가격보다 20~30% 할인 판매도 한다.

과채·과일도 가격 상승 품목 중심으로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농협 계통 매장과 공영홈쇼핑을 활용한 할인 행사를 한다. 돼지고기는 비선호 부위 소비 촉진 캠페인과 한돈몰 바캉스 기획전 할인판매, 계란은 농협지역본부 소비촉진행사를 각각 운영할 방침이다.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KAMIS)을 통해 품목별 출하와 가격동향, 직거래장터 등에 관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소비자 부담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폭염 장기화가 가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한다. 관개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밭 중심으로 관정 개발이 나서고 간이 급수시설 설치와 살수차 운영 등의 급수 대책 비용을 긴급 지원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폭염으로 배추·무 등 일부 노지채소 가격이 올랐지만 현재까지 그 외 품목 영향은 적다”면서 “앞으로 고온 장기화 시 농축산물의 공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폭염 장기화에 따른 농축산물 피해와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별 토양 수분함량, 무강우 일수, 밭 면적 등을 고려해 30억원 규모의 가뭄 예산을 지자체별로 포괄 배정해 시급한 부분에 우선 집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