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국민의 노후자금 635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30일 '2018년도 제6차 회의'를 열어 도입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으로 최대 쟁점인 경영참여는 제한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에 적합한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해 지난 26일과 이날 논의와 토론을 이어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기금운용위원회가 특정 입장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 국민연금에 적합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해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논의를 진행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피해를 입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주주가치 제고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너리스크 탓에 주가가 크게 내리는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과 대림산업 등은 최근 오너리스크가 큰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기업이다. 국민연금은 2분기 현재 대한항공 11.6%, 대림산업(주) 14.61%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121개로 나타나 있다. 

코드 도입 초기에는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하고, 경영참여 주주권은 제반여건이 구비된 후에 이행방안을 마련한다. 단,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경우에는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참여 주주권은 경영참여 주주활동의 범위, 기금운용상 제약요인 등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한다. 기금자산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문제를 해소・개선할 수 있도록 우선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효과적인 수단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후, 위탁운용사에 의결권행사 위임도 추진한다. 위임에 따른 위탁운용사의 영업상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수탁자 책임의 충실한 이행 차원에서 코드 도입과 이행여부에 대해 가점을 부여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결권행사 위임 시에는 이해상충 등 문제를 감안해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해 시행하고, 위탁운용사의 의결권행사가 국민연금의 수익 제고 등에 반할 경우 의결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안건. 출처=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등 수탁자 책임 활동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기준, 방법과 절차 등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이행한다. 가입자대표 추천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의결권・주주권행사,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에 대해 검토하게 하고, 기금운용본부의 수탁자 책임 활동도 점검토록 했다.

독립성 확보와 경영참여 '뜨거운 감자'

보건복지부는 전문위가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각계 대표의 추천 전문가로 균형 있게 구성해,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위원 간 상호 견제가 이뤄지도록 해 수탁자 책임 활동 관련 이해상충 방지와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문위 회의시 발언내용 전부가 기록된 회의록 작성・보관, 위원 3인 이상 안건부의 요구시 개별 위원의 금융거래 정보제공 동의서 제출 등 전문위의 내부통제, 투명성, 책임성 강화를 위한 조치도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하반기 배당정책 수립요구 강화를 위해 비공개대화 대상기업 확대(연 4~5개→연 8~10개), 필요시 직접 주주제안권도 행사할 수 있다. 내년에는 횡령, 배임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정하고, 해당기업과 비공개 대화도 추진한다. 의결권 사전공시를 도입해 국민연금의 찬・반 의결권행사를 미리 공시하고, 공시 범위와 내용은 전문위에서 결정한다.

박능후 장관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 우려 기업과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비롯해 다양한 주주권을 적극적이고 투명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기금 수익 제고, 자산가치 보호와 함께 국민연금 주주권행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그동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 등 외부 압력에 시달려온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될 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임한다. 

이 밖에 1년째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업 경영참여 역시 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 당장 경영참여를 선언해야 한다는 위원들도 있었지만 논란이 일자 장기적인 추진으로 다소 완화한 것이다.

이날 경총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냈다. 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개별 기업의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악화시켜선 안 된다"면서 "국민연금의 독립적 의사결정체계 구축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