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더위를 잘 넘기라는 인사를 합니다.

그러며 한마디 덧붙입니다.

'겨울은 견딜만한데, 이 여름은 정말 못 참겠네요'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 여름을 통과하며

변형 썸머타임제 같은걸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지난 90년대 중반 광고를 찍으러 아프리카를 갔었습니다.기온이 50도 가까운 날씨였습니다.

햇빛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가는 참사 수준이 됩니다.

카라없는 라운드 티를 입고 정오경의 햇빛에 잠시 나섰다가

목 주위에 검은 라인이 생겨 단두대 라인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늘에만 서면 선선한 게 견딜만 했습니다.

더운 날씨도 피하고, 광고 화면에 필요한 부드러운 빛을 쓰기위해

우리는 아침과 져녁 시간을 집중 활용했습니다.

새벽같이 촬영 현장으로 가서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대를 활용해 찍었습니다.

이후 현장에 펼쳐놓은 벤치에서 아침을 먹고, 회의하고, 쉬었습니다.

그러다 햇빛이 사선으로 기우는 져녁에 다시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러고는 밤 늦게 숙소로 돌아오고.. 스님의 라이프 스타일-9시 취침,3시 기상-였습니다.

그렇게 보름여 동안, 정오를 포함한 한낮의 시간은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낮을 보내다 보면 우리도 정오부터 3시까지는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골의 농부들께서는 이미 그런 라이프 스타일인 것을 아시지요.

내 선배가 시골로 이주한지 벌써 10여년이 되었습니다.

초기에 시골에 가서 새벽에 ‘동네 한바퀴 산책’ 나섰더니,

주변에 농사 짓는 분들은 이미 일 끝내고 아침밥을 먹었더라는거죠.

당시 말할 수 없이 무안했었다는 선배 말이 새삼 기억납니다.

 

그런 제도의 도입 등을 주장해도 실제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얼마전 예능 프로를 보니, 잔뜩 부담스러운 일을 맡은 개그맨이

그 역할을 하러 무대로 걸어가면서 주문처럼 혼잣말을 계속 했습니다.

그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습니다.

우리 또한 이때 더위에 몸을 맞추기는 어려울 터.

그 친구처럼 마음이라도 다잡아야 하지 않을런지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물론 지금 당장 서늘한 한줄기 소낙비 선물을 받았으면 더 할 수없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