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e스포츠 경기가 다음달 열리는 자카르타-팔램방 아시안게임에 시범종목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그간 세계 e스포츠 대회는 많았지만, 국가 행사에 전통 스포츠가 아닌 e스포츠가 출전하게 된 점은 의미가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아레나 오브 발러(펜타스톰), 프로 에볼루션 사커 2018, 스타크래프트2, 클래시 로얄, 하스스톤 6개 종목에서 선수들이 경합을 벌인다. 

우리나라는 지난 6월 지역 예선을 거쳐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 부문 선수단이 아시안게임 본선에 올라가게 됐다. 리그오브레전드에는 최우범 감독이 대표단을 이끌며, 선수단은 ‘기인’ 김기인, ‘스코어’ 고동빈, ‘피넛’ 한왕호, ‘페이커’ 이상혁, ‘룰러’ 박재혁, ‘코어장전’ 조용인이다. 스타크래프트2에는 ‘마루’ 조성주가 우리나라를 대표해 본선 경기를 치른다.

▲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 출처=한국e스포츠협회

국내 e스포츠 팬들에게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관심은 아주 크다. 현재 국내 PC방에서 즐기는 e스포츠 게임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 중 하나이기도 하고,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는 국내 국외 할 것 없이 많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들도 세계 정상급 플레이를 선보이는 걸로 유명하다. LoL의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는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한국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이번 아시안게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만과 중국의 수준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 대만과 중국과의 게임에서 패배했다. 지난해 12월 ‘2017 리그오브레전드 올스타전’ 준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은 대만 대표팀에 2대1로 패했다. 최근 열린 ‘2018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한국의 킹존 드래곤X는 중국의 로얄 네버 기브업(RNG)에게 우승을 내어주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스타크래프트는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국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준 1등 공신 게임이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게임 프로리그를 출범했고 수많은 스타 프로게이머를 배출하며 그 인기를 이어갔다.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의 중심이던 시절에는 세계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우승, 준우승, 3·4위 등을 싹쓸이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사실상 한국 1위가 세계 1위일 정도의 위상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가 시범종목으로 포함됐다.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한국 e스포츠 팬들의 자부심 또한 크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한국 대표 조성주 선수는 지역 예선에서 5전 전승의 성적을 거두며 본선에 진출했다.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가운데 e스포츠 시장 규모도 관심사다. 시장 조사 업체 뉴주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e스포츠의 매출액이 9억600만달러(한화 약 1조원)에 달할 것이며 2021년에는 16억5000만달러 (한화 약 1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뉴주가 발표한 2018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 예상치. 출처=뉴주

뉴주는 e스포츠 매출액 대부분이 중국과 북미 지역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의 56%가 중국과 미국에서 창출될 예정이다.

중국은 거대 자본으로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e스포츠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IT기업 알리바바는 스포츠 지사 알리스포츠를 앞세워 e스포츠에 투자를 해왔고, 지난 4월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 (OCA)의 후원사로 협약을 맺어 이번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 e스포츠를 포함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알려진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시범종목으로 나오는 게임들은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연관이 있다. 텐센트는 지난 2016년 클래시로얄 개발사 슈퍼셀을 인수했으며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또한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지주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블리자드는 하스스톤과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개발한 글로벌 게임 업체다. 특히 아레나 오브 발러는 텐센트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e스포츠에서 대표단이 보여주는 성과에 비해서는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가장 인기가 높다는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1부 리그의 경우에도 대기업이 창단하고 후원하는 팀은 많지 않고 그 외 팀들은 라이엇게임즈와 중소기업들의 후원을 받으며 근근이 유지한다고 전해진다. 오히려 스타 플레이어 이상혁이 있는 SKT T1은 중국의 인터넷 방송 또우위의 후원을 받는다. 이상혁의 개인 인터넷 방송을 보는 중국의 시청자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 참가 자체가 불투명하기도했다. 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의 회원단체가 아니었던 탓이다. 아시안게임은 각 국가를 대표하는 체육단체에 소속된 단체가 선발한 선수만 대회 참가 자격을 준다. 우리나라 e스포츠협회는 지난 2016년 3월 만들어진 새로운 회원 자격인 ‘6개 이상 시·도 체육회에 해당 종목 단체가 가입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국내 e스포츠 팬들은 나가기만하면 메달을 쓸어 올 수 있는데 한국의 행정 문제로 대회에 나가지도 못하게 될 것 같다고 비난했다. 

결국 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로부터 임시로 준가맹단체 지위를 받아 간신히 출전을 확정했다. 그러나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좋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그 예로 일각에서는 이번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선정에 대해 특정 기업이 서비스하는 제품인 게임을 세계인의 축제에 포함하면 상업성이 생겨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등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종목이 세계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그 속에서 한국 대표팀이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좀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세계 IT기업과 스포츠 구단이 e스포츠 육성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