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삼성전기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으로 2068억원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3%나 증가한 것이다. 중심에는 MLCC(적층세라믹 커패시터)가 있었는데 하반기 시장 전망도 밝아 삼성전기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영업이익 호실적 배경으로 “주요 거래선의 플래그십 신모델 수요 둔화로 모듈과 기판 공급이 감소했지만 고부가 MLCC판매 확대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IT용 고용량, 산업, 전장용 MLCC판매 확대가 늘었다.

▲ 삼성전기 MLCC 모습. 출처=삼성전기

MLCC, 최대 약 600층 쌓은 전자기기의 쌀 

그러면 삼성전기가 올해 2분기 호실적의 일등공신으로 지목한 MLCC는 무엇일까. MLCC는 한마디로 스마트폰부터 TV, 자동차까지 전자제품에는 대부분 들어가는 소재다. 스마트폰에만 800개에서 1000개가 들어가고 전자기기의 성능이 증대될수록 더 많은 수의 MLCC가 들어간다. 이런 이유에서 별명도 ‘전자기기의 쌀’이다. 실제 크기는 가로 0.6mm, 세로 0.3mm, 두게 0.3mm로 쌀 한톨의 250분의1 크기다.

MLCC는 전자기기 내에서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전류가 물이라면 MLCC는 ‘댐’의 역할을 한다. 전자기기 안에 있는 부품 근처에 설치돼 그 부품으로 흘러들어가는 전류를 조절해 주는 것이다. 전자제품 내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게끔 조절해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준다.

MLCC 내부는 세라믹과 금속(니켈이) 층층이 쌓여 있다. 적층 세라믹 커패시터라는 이름만 봐도 개념이 쉽게 그려진다. 삼성전기 MLCC모델 0603의 최대 층수는 약 600층이다. 0.3mm의 작은 두께 속에 600여개의 층이 있다. 그만큼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에서 MLCC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값도 비싸다. 와인잔 한잔을 가득 채운 MLCC의 가격이 1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삼성전기는 설명했다. 

MLCC의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TV와 같은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에서도 MLCC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5G시대와 IoT(사물인터넷)기기 증가는 MLCC 시장을 더 크게 만드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고성능화에 따라 일정한 크기 내에 더 발전된 기능을 가진 부품이 적용되면서 MLCC도 기존 1000개에서 더 늘어나는 추세고, TV도 2000개 이상으로 더 많은 MLCC가 필요해 지고 있다”면서 “전기차가 늘어나고 자동차도 점점 전자기기화가 진행되는 추세 속에서 자동차에도 MLCC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의 3가지 포인트로 고신뢰성, 고전압, 고온화를 뽑았다. 고온, 진동, 내습 등의 극한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해야 하고 모터 출력 증가에 따른 고전압 MLCC의 중요성도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 MLCC를 와인잔에 가득 채운 가격은 1억원에 이른다. 출처=삼성전기

삼성전기 “3분기에도 MLCC 시장 수요 견실”

삼성전기는 3분기 MLCC시장 전망도 밝게 봤다. 삼성전기는 지난 25일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MLCC 수급 동향을 보면 스마트폰에서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 중화권 모바일향 수요 확대, 자동차 전장화에 따른 MLCC 수요 증가로 현재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IT용 하이엔드 제품과 전장용 MLCC 중심으로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용 MLCC 확대를 꼽았다. 삼성전기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경우 대화면 채용이 예상되고 소비 전력 증가에 따른 MLCC의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면서 “자동차에서는 전장화 진전으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장착 차량 증가와 자율주행차, 전기차(EV)보급이 본격화됨에 따라 중장기 수요도 견조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 2017년 매출액 기준 전 세계 MLCC 점유율. 출처=블룸버그, 카운터포인트, 미래에셋대우

증권가도 삼성전기의 2분기 실적을 ‘어닝 서프라이즈’로 규정하고, 그 중심에 MLCC가 있다고 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MLCC를 담당하는 삼성전기의 컴포턴트 솔루션 사업부는 MLCC만으로 영업이익률이 30%가 넘었을 것”이라면서 “이는 메모리 반도체와 매우 비슷한 상황으로 공급 과잉 시기를 통해 업체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스마트폰 성능 향상, 통신기술 발달, 자동차 전장화 등으로 MLCC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MLCC가 삼성전기의 다른 사업부문에도 긍정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내년에도 MLCC의 지속 호황이 예상되는데 이는 경쟁업체의 설비 증설 추진이 미미하고 자동차의 전장화 추세 확대로 MLCC 수요처가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예상헀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현재 세계 MLCC점유율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일본 무라타가 34%, 삼성전기가 24%, 일본 타이요 유덴 14%, 일본의 TDK가 11%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