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에 농산물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필자도 며칠 동안 폭염 피해를 입은 농가들을 방문하면서 불볕으로 까맣게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

개화기 저온 피해와 폭염 피해에 이어, 착과는 물론이고 생육이 부진해 올해 과일 생산량은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도 최근 발간한 자료를 보면 전국 사과 생산량은 14%, 배는 20% 등 다양한 작물의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농가가 입은 피해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가 성장이 멈춰버렸고, 탄저병도 심각한 지역도 많다. 사과는 높은 온도와 햇볕에 익어버렸다. 햇볕 데임 현상으로 표피가 변색하고 썩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북의 지역 일부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40.4도였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더위인데, 농작물은…. 폭염 장기화 시 극심한 피해가 예상된다. 원활한 물 공급과 방제약을 통해 농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되기 바라는 마음이다.

사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요즘 여름 사과인 아오리와썸머킹이 시장에 출하되어, 신선한 햇사과를 맛볼 수 있다.

아오리(쓰가루)는 골든딜리셔스에 홍옥을 교배한 품종으로 사과 중에 가장 먼저 출하된다. 아삭한 식감과 풋풋한 향, 단맛과 상큼한 맛이 일품이라 ‘여름에 맛보는 가을의 맛’으로 불릴 만큼 인가가 많다.

썸머킹은, 아오리 사과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육성품종으로 후지에 골든딜리셔스를 교배 육종한 신품종으로 당도도 높고 신맛의 조화도 좋아, 젊은 층에도 인기가 높다. 독자들도 제철 여름 사과를 즐겨보기 바란다. 저장 사과와는 다른 아삭함과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꼭지 있는 사과? 꼭지 없는 사과?

사과에 있어 사과 열매와 나무의 양분을 연결하는 ‘꼭지’는 참으로 중요한 기관(?)이다.

꼭지를 절단하지 않은 사과의 경우 상온에 1주일가량 보관해도 당, 수분 유실이 느리게 진행되고, 사과의 무게가 꼭지를 절단한 사과에 비해 덜 줄어든다. 과중의 감소가 적어 품질이 저하되지 않는다. 꼭지 무절단 사과는 수분 유실이 적고 더 신선한 사과라는 말이다.

그 원리를 쉽게 알아보자.

사과를 따면 꼭지 끝부분에서 당이 비친다. 그 당이 말라서 당, 수분 유실을 막는 것이다.

꼭지 절단을 하면 노화도 빨리 진행되고 에틸렌가스도 더 많이 발생한다.

꼭지 절단 사과는 꼭지 절단면을 통해 수분 이탈이 발생해 사과의 과중과 함수율이 빠르게 감소한다.

그럼 왜? 사과는 꼭지가 절단된 채 시장에 유통될까?

사과 꼭지를 절단하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농산물도매시장 중매인들이나 유통업자들이 꼭지가 절단되지 않은 사과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다루기가 편하기에 그럴 것이라 생각도 된다. 물론 꼭지가 있으면 컨티 상자에 담겨 있을 때 옆 사과가 찔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푹 찔리는 게 아니고 살짝 찔리긴 한다. 찔리는 확률은 그리 많지 않다. 특성상 꼭지에 찔린 부위는 시간이 지나도 썩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사과를 따고 다시 가위 들고 꼭지 절단 작업을 하는 데 엄청 많은 노동시간과 노동비가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비단 꼭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도 같다. 작년부터 신품종으로 국내에 재배되어 소개된 엔비사과의 경우, 뉴질랜드 품종으로 로열티를 주고 식재한 품종이다.

엔비사과는 과육이 단단하고 속이 노랗고 향이 있다. 브릭스도 14~18브릭스가 나온다(당도의 역설?). 고당도이긴 하지만 사과가 꼭 달아서만 사과인가? 사과 고유의 맛이 나야 하는데….

처음 도입할 때 농사 짓기 쉽다고 들여왔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색이 제대로 안 나오니, 시장에서 등급을 제대로 받으려면 필름을 깔고, 잎 따기를 하고….

품종의 특성을 제대로 알리면 참 좋을 텐데, 신품종의 수매, 대형유통사의 시장구조력… 농민과 소비자들을 위한 건전성 있는 컨디션이 형성되면 참 좋을 텐데….

경북 지역 농민과의 인터뷰에서 “공판장에서도 꼭지 무절단 사과는 받아주지 않습니다. 설사 받아주는 곳이 있다고 해도 작업하는 분들이 꼭지를 절단하지 않으면 절단한 것에 비해 수취가격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마냥 꼭지를 절단해야 좋다고 하는 게 공판장의 현실입니다. 농협도 마찬가지로 절단한 사과를 받아 유통하고 있습니다. 꼭지 무절단을 시행한다고 공식적으로 몇 년 전부터 농림부와 농협이 주관주최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꼭지 무절단이 시행된다면 농민들도 불필요한 노동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아 농가소득이 안정화되고, 소비자는 신선한 사과를 소비할 수 있죠. 하루 빨리 유통구조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언론을 통해 유통구조 개선, 효율화를 위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요 근래 마트 백화점을 다녀봐도 꼭지 있는 사과를 보지 못한 듯하다.

올해는 주류 소비시장에서 꼭지 있는 사과를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