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포스코가 27일 포스코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최정우 회장을 제9대 회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의 회장 중 처음으로 서울대·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최정우 회장은 임시주총 후 포항으로 이동해 취임식을 갖는다. 최 회장은 이날 포스코의 새 비전으로 ‘위드 포스코(With POSCO)’를 제시했다.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라는 뜻으로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나가기 위해 현재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가치로 재무장하자는 의미다.

▲ 포항제철소 전경. 출처=포스코

최 회장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설명했다. 최 회장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3가지 개혁방안이 필요한데 이는 고객, 공급사, 협력사 등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Business with POSCO',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Society with POSCO', 신뢰와 창의의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People with POSCO'다”면서 “새로운 포스코의 길인 New POSCO Road를 걸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3가지 개혁방안을 완수하기 위해 비즈니스 측면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인 철강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고히 해 국내 철강산업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룹 내 사업은 시너지가 높은 유관사업을 발굴해 재배치하고 경쟁 열위의 사업은 끊임없이 재편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성숙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또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으로는 3실(實)을 제시했다. 형식보다는 실질, 보고보다는 실행, 명분보다는 실리의 3가지 ‘실’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출처=포스코

 

포스코 최정우 신임 회장은 누구

최 회장은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재무실장, 정도경영실장, 가치경영센터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 포스코 내부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회계, 원가관리부터 심사 분석과 감사, 기획업무까지 두루 거쳐 제철소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제대로 아는 ‘현장 전문가’라는 평이 있다.

최 회장은 2015년에는 포스코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가치경영센터를 이끌어 그룹의 구조조정도 추진해 왔다. 그룹 사업재편, 재무구조 강건화 등으로 기업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졌고, 리튬, 양극재, 음극재 등 신사업도 진두지휘했다.

최 회장이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은 2015년부터 포스코는 2017년까지 별도 영업이익은 5500억원, 연결 영업이익은 1조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영업이익률도 별도 10.2%, 연결 7.6%개선됐다. 포스코의 부채 비율도 2010년 이래 최저 수준인 66.5%를 기록하고 있다.

최 회장의 주요 업적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을 재편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비핵심 철강사업은 매각하고 유사한 사업부문은 합병시켰다. 또 저수익, 부실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 부실확대를 근본 차단했다.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최대 71개에서 38개사로 줄어들었고, 해외 계열사도 181개에서 124개로 줄어들었다.

해외생산법인의 총 매출액도 2015년 68억달러에서 2017년 말 93억 달러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동안 4억 2000만달러 적자에서 3억 1000만달러 흑자로 개선됐다.

최 회장은 포스코켐텍 사장에 선임된 직후부터 포스코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에 따르면 최 회장은 포스코켐텍 사장 취임 후부터 포스코를 둘러싼 우려와 이에 대한 해결책, 타사에서 배웠으면 하는 점을 매일 정리했다.

그러다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이 갑자기 사임을 표한 후 부터는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포스코의 비전 등을 더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경영쇄신방안, CEO의 역할부터 조직문화, 사업계획, 대북사업, 사회공헌 등 분야별로도 전략안을 만들었다. 이런 최 회장의 고민이 담긴 노트2권은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면접대상자로 결정됐을 때 사외이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주요 경력. 출처=포스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디서든 주인이 되고 서는 곳마다 참되게 하라는 말인 ‘수처작주 입처개진’은 최 회장의 좌우명이자 신조다. 최 회장은 포스코에서 계열사로 이동할 때 언제나 이 좌우명을 토대로 새로운 회사에 적응해 나갔다.

최 회장은 포스코에서 포스코건설의 경영전략실장으로 부임했을 때 임원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임원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참석했다. 또 포스코대우로 발령났을때도 같은 마음으로 팀장이나 부장들과 자주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런 최 회장의 소신은 CEO 후보 면접에서 CEO후보추천위원회의 높은 신뢰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