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사진=마세라티, FMK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경제학 관점에서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부추겨 지갑을 열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폭넓은 시점으로 ‘특징’이라 하는 ‘제한(Limit)’이 그것이다. 완전히 똑같은 구실을 하는 와인 오프너라 해도, 동네 슈퍼에서도 파는 5000원짜리와 백화점에서 파는 5만원짜리 제품이 있다. 이 정도는 제한이 아니라 등급의 차이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한데, 여기에 ‘한정’이란 수식어가 따라온다면 그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10주년 기념 한정판’, ‘1000개 한정 제작’ 등이 붙으면 물건의 값어치는 치솟는다.

마세라티는 이를 공략했다. 마세라티는 ‘럭셔리’와 ‘슈퍼카’에 ‘한정판’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차를 만들어냈다. 바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으로 치장한 ‘네리시모 에디션’이다. 마세라티는 2018년형 기블리, 콰트로포르테, 르반떼 내·외부를 모두 딥블랙 컬러로 도배하고 네리시모라는 대문을 걸었다. 네리시모 에디션은 전 세계에 450대만 판매되는 모델이다. 마세라티는 이 중 50대를 국내에 배정해 판매하고 있다.

7월 23일 마세라티 대형 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을 시승했다. 콰트로포르테 네리시모 에디션은 국내 배정된 50대 네리시모 에디션 중 단 10대뿐인 희소가치가 높은 차다. 외관 색상뿐만 아니라 그릴 휠, 윈도우 몰딩, 머플러까지 온통 검은 차를 타고 서울 시내와 고속도로 등을 주행했다.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사진=마세라티, FMK

차를 마주하면 고혹적인 매력이 일품이다. 외관만 보면 기존 콰트로포르테와 흡사하다. 다만 온통 검을 뿐이다. 차가 온통 검다 보니 커다란 브레이크 디스크에 달린 무광의 빨간 브레이크 캘리퍼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콰트로포르테 GTS에만 적용되는 사양이다. 차에 탑승하기 위해 문에 다가서면 사이드미러와 측면 차대 문손잡이에 카본 마감이 눈에 띈다. 문을 열면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이중 차흡유리와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오토클로징은 차에 탑승하며 느낄 수 있는 고급 기능이다.

내부도 완전한 블랙을 추구한다. 스티어링과 기어비를 손으로 조작하는 패들 시프트, 차량 앞부분 대시보드와 기어레버 주위는 모두 카본으로 마감했다. 내부에서 유일하게 다른 색상을 사용한 부분은 스포츠 시트의 붉은색 땀(스티치)이다. 기어봉 아래엔 네리시모 에디션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배지가 부착됐다. 한정판답게 실내 디테일이 훌륭하다. 도어패널과 스티어링 안쪽까지 가죽으로 마감했고, 속도를 조작하는 페달 안쪽에도 소재를 덧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철저히 신경 쓴 모습이다. 이런 작은 차이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맛볼 수 있는 요소다.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1열. 사진=마세라티, FMK

대형 세단인 만큼 뒷자리는 여유롭다. 센터콘솔과 측면 차대, 바닥 등 3면에 에어컨디셔너 송풍구를 설치해 바람을 쐴 수 있다. 유리창으로부터 빛 투과를 막는 전동식 리어 선 쉐이드도 갖췄다.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트렁크 공간은 매우 깊고 넓다. 돌출부위가 최소화돼 큰 짐도 쉽게 실을 수 있다.

차에 시동을 걸면 박력 있는 배기사운드가 운전자를 압도한다. 도로에 나가서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과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출력이 상당하다. 미세하게 밟아도 상당히 여유로운 힘으로 운전자를 밀어붙인다. 특히 주행성능을 끌어올리는 스포츠모드를 사용하면 민감한 가속페달 반응에 사고가 날까 두려울 정도다. 차를 직접 주행했을 때 가속페달을 밟는 시간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시간이 더 많았다. 페들시프트를 이용해 변속했을 때 반응도 민첩하다. 이는 운전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스포츠모드에 두면 배기음이 더욱 우렁차게 변한다. 이는 마세라티에 장착된 카오디오계 하이앤드 사운드 시스템 바워스앤윌킨스의 존재가 희미해질 만큼 박력이 넘친다. 스포츠모드와 스포츠 서스펜션 댐핑 콘트롤 기능을 함께 이용하면 빠른 주행에서도 안정감을 선사한다. 코너를 파고드는 주행감과 롤링이 거의 없다. 특히 코너를 탈출할 때 가속페달을 밟으면 기계식 LSD는 높은 엔진 출력을 유연하게 뒤쪽 타이어로 전달한다.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전측방 타이어. 사진=마세라티, FMK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는 피렐리 P 제로 타이어를 사용한다. 이 타이어는 노면온도에 민감하지만 봄이나 가을에 더 뛰어난 성능을 내는 타이어다. 물론 평소에도 엔진출력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대형차에 이 정도 성능을 갖고 있다는 점은 콰트로포르테만의 매력이다. 길이 5265㎜, 너비 1950㎜, 높이 1475㎜, 축간거리 3170㎜로 차체가 꽤 큰 편에도 불구하고 직진성뿐만 아니라 민첩성까지 사로잡았다. 차를 운전하면 마치 중형급 스포츠 세단을 운전하는 듯한 주행감을 준다. 주차할 때와 뒷좌석에 탔을 때 외에는 대형세단이라는 말이 무색한 성능을 발휘한다.

콰트로포르테 네리시모는 최신기술도 잘 따르고 있다. 차는 앞차를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기술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적응식 정속주행 시스템), 전방추돌 경고와 긴급 제동, 차선이탈 방지, 사각지대경고, 차체 주변을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는 서라운드 뷰 카메라까지 어디에 내놓더라도 손색없는 기능을 장착했다.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기어비. 사진=마세라티, FMK

콰트로포르테 네리시모는 기존 GTS 그란스포트와 같은 3.8ℓ V8 유로6 엔진이 적용됐다. 이탈리아 슈퍼카 업체 페라리가 디자인하고 생산한 엔진이다.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66.3㎏.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7초 만에 도달한다. 다만 실제로 운전해 보면 초기 휠스핀 때문에 일반 노면에서는 4초대 초반까지 접근이 어렵다. 더 크고 뛰어난 타이어를 쓴다면 제로백이 4초 초반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네리시모의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620만원 높은 2억3700만원이다.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헤드램프 모습.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전측방 타이어.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후면.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운전석 모습.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센터콘솔.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1열.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8기통 엔진. 사진=마세라티, FMK
▲ 마세라티 대형세단 '콰트로포르테 GTS 네리시모 에디션' 2열. 사진=마세라티, F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