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리즘> 천위안 지음, 송은진 옮김, 영인미디어 펴냄.

저자는 소비자들이 상품에서 기대하는 가치와 관점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한다. 그간 산업 전반을 지배하던 관점은 툴리즘(Toolism)이었다. 제품의 기능성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실용적인 도구주의(主義)다. 그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혁신적인 변화가 바로 토이리즘(Toylism)이다. 장난감주의 또는 유희주의로 해석되는 개념이다.

저자는 제품의 기능 외에 재미와 오감만족을 추구하는 새로운 소비자군을 집중 조명하면서 기업들이 상품 전략, 마케팅 전략에서 토이리즘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토이리즘의 대표적 사례는 애플의 아이폰과 테슬라 전기차다.

2007년 1세대 아이폰이 발표됐을 때 휴대폰시장의 강자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등은 애플을 과소평가했다. 그들은 기존의 휴대폰과 스마트폰 제조 경험에서 애플에 크게 앞서 있었다. 실제로 아이폰은 휴대폰의 기본 역할인 통신 기능에서 특별히 뛰어나지 못했다. 아이폰의 큼직한 컬러화면은 전력 소모도 컸다. 모토로라 등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안정적인 통신기능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은 경쟁업체 및 전문가들의 예상을 깼다. 초기 생산량 27만대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지금까지 전 세계 아이폰 판매량은 10억대가 넘는다.

테슬라는 2012년 6월 고급 세단 전기차 모델S로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켰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도 2015년 9월부터 성공리에 판매했다. 3만5000달러짜리 대중적인 전기차 모델3는 차 생산에 앞서 사전 예약 50만대를 돌파했다. 저자는 전기차 산업이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교통수단 측면에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테슬라만이 유독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상을 ‘테슬라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토이리즘의 등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토이리즘의 돌풍은 인류가 기능 충족의 시대에서 한 걸음 나아갔음을 뜻한다. 부족했던 상품이 충분히 공급되면서 마침내 포화 상태에 이르러 토이리즘 상품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여기에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이 적극적으로 여론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사용자 권력이 확대됐고, 생활 속에 놀이가 침투해 오감만족 상품이 각광받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품의 소비자가 이제는 사용자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됐다고 말한다. 사용자는 상품의 기능과 가성비를 비교해 구매상품과 구매빈도, 수량을 결정하는 반면 플레이어는 감정적 판단과 오락성을 따져 구매를 결정한다. 상품의 기능이 부족하고 가성비가 낮더라도 재미있고, 멋지고, 트렌디하다는 이유로 열광하는 것은 플레이어들의 특성이라는 분석이다.

토이리즘에 빠진 소비자 군단은 기존 소비자와는 확연히 다른 구매심리를 보인다. 이들은 토이리즘 상품을 처음 볼 때 ‘신기한 장난감’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것은 소비자의 심리적 방어를 무너뜨리고 더 알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자발적인 흥미로 상품에 이끌린 소비자들이 열성팬이 되어 다음 상품을 고대한다.

책에는 텐센트 그룹의 위챗, 도쿄의 지하철 탈출게임, 독일의 공중화장실, 이스라엘의 단순명료한 애플리케이션 ‘요(Yo)’, 중국에 수많은 팬덤을 형성한 샤오미와 드론 배달로 단숨에 인기를 얻은 도미노피자,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이버 아이돌 하츠네 미쿠 등이 토이리즘의 성공사례로 소개된다. 특히 종이신문을 외면하는 젊은 층을 겨냥해 신문기사를 생수병 겉면에 인쇄해 물을 마시며 신문을 읽도록 한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토이리즘 전략도 나온다.

저자는 상품이 흡인력 강한 토이리즘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전복성(Sense of Overturn), 디자인성(Sense of Design), 참여감(Sense of Participation) 등 3S 중 하나 이상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전통적 마케팅 요소인 상품(Product), 가격(Price) 장소(Place) 판촉(Promotion) 등 4P를 결합한 총 12가지 변수를 적절히 활용하면 성공적인 토이리즘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