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노동자들이 시급 1500엔을 주장하며 시위하고 있다.       출처= The Japan Time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최저임금심의회 소위원회가 25일 회의에서 진통 끝에 최저임금 기준액을 지난해 848엔보다 3%(26엔) 인상된 874엔(8840원)으로 결정했다고 교도통신, 닛케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26엔 인상은 최저임금을 시간당으로 적용한 2002년 이후 최대 인상폭이다. 또 인상률도 3년 연속으로 3%를 기록하며 아베 신조 총리의 요구치에 부응했다.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은 이 기준안을 토대로 인상 금액을 결정해 오는 10월부터 적용하게 된다. IMF에 따르면 2017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 8550달러다.  

지역별로 최대 225엔 격차

후생성이 정한 기준액은 각 광역자치단체가 각각 최저임금을 정할 때 기준이 된다. 일본은 도도부현별로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 출처= 日 노동후생성

도쿄(東京), 가나가와(神奈川), 오사카(大阪) 등 A그룹에 속한 6개 도부현은 27엔, 교토(京都), 시즈오카(静岡), 히로시마(広島) 등 B그룹 11개 부현은 26엔, 홋카이도(北海道), 후쿠오카(福岡), 군마(群馬) 등 C그룹 14개 도현은 25엔, 후쿠시마(福島), 아오모리(青森), 오키나와(沖縄) 등 D그룹 16개 현은 23엔씩 인상된다.

일본 내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지역은 도쿄로 이번 인상액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985엔(약 1만원)을 기록하게 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에는 일본 처음으로 정부의 최저임금 목표치인 1000엔(1만114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지역인 오키나와, 고치(高知), 가고시마(鹿児島) 등의 8개 현은 760엔(7687원)에 머물러 도쿄와 225엔(2276원)이나 차이가 난다. 노동자 측은 시급의 지역 격차를 줄여야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계획’ 등에서 최저임금을 연 3% 정도씩 꾸준히 올려 전국 평균 1000엔을 목표로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찬반 의견 있으나 시장 임금보다는 현저히 낮아

그러나 요미우리 신문은 25일,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노동자들과 부담 증가 우려를 호소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각각 찬반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홋카이도(北海道)의 한 여성 동자는 "주5일 근무로도 월수입은 14만엔(약 141만원)밖에 안된다. 자녀들 학비를 생각하면 최저임금을 20여엔 올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사카 잡화 제조사를 운영하는 한 고용주는 "비정규직 사원의 기본급과 수당 등에서 인건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일손 부족으로 인건비가 이미 비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도쿄 지역에 게시된 구인정보 게시판에 올라 있는 23개 구인 안내문 중 1천엔(1만 108원) 이하 시급을 제시한 곳은 1곳 밖에 없었다. 식당 서빙, 물건 판매 등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직종인데도 시급이 1300엔인 경우도 있었다.

취업정보회사 '리쿠르트 잡스'의 집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지난 5월 기준 아르바이트 근무자 평균 시급은 1064엔(1만 720원)으로 도쿄도 최저임금 기준 958엔보다 106엔 많았다.

▲ 올해 도쿄 최저임금 액수를 알리는 후생노동성 포스터.  오른 쪽에 “최저임금, 확인했나?”라고 씌여있다.      출처= 日 노동후생성

日 최저임금 완만한 상승 – 경영부담 줄 정도 아냐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일하는 민간기업 노동자 비율은 약 5%다. 중소기업만 따지만 10% 정도 된다.

일본 중소기업도 최저임금 3% 인상은 부담스럽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본의 최저임금은 경제 수준에 견줘 낮은 수준이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40% 정도로 회원국들 중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에서 호텔업과 요식업을 고용주는 “보통 도쿄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려면 시간당 1000엔 이상 줘야 한다. 한 달에 1만엔 정도 교통비도 따로 지급한다”며 “일본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지금까지 완만하게 이뤄졌고 시장임금보다 낮기 때문에 경영에 부담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물주 일방적 임대료 인상 불가도 최저 임금 인상에 일조  

그는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비교적 적은 이유로 상가 임대료 문제도 꼽았다. 일본에서는 임대료를 올리고 싶어도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을 해야 하고, 조정이 안 되면 재판을 거쳐야 한다. 그는 “주위에서 임대료 분쟁으로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봤지만 일방적 임대료 상승은 인정되지 않는다. 주위 상가 임대료 수준과 물가 상승률 등을 보고 법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애초에 임대료를 일방적으로 큰 폭으로 올리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이 최저임금 인상에 주력하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원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일본에선 비정규직이 전체의 40%를 차지하지만, 급여는 정규직의 60%에 머물고 있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일본 경제의 저력을 끌어올리려 하는 것이다.

고용 상황도 최저임금 인상에 ‘훈풍’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1.6배로, 197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자 1인당 구인자 수가 1.6명일 정도로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이다. 같은 달 완전실업률은 2.2%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