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인터넷에는 의류쇼핑몰이나 가전쇼핑몰의 할인조건을 비교한 글이 많다. 글을 보면 각 기업 계열사 신용카드를 쓰거나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를 설치해 결제하면 할인혜택을 주겠다고 설명한다.

자동차도 비슷하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딜러는 자동차회사와 금융계열사가 연계한 할부금융 상품을 권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을 이용해 할부를 받을 것을 유도한다. 수입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BMW코리아는 BMW파이낸셜코리아를,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벤츠파이낸셜코리아라는 금융 자회사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계열사를 이용하면 큰 할인율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소비자는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아 저렴하게 차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에서 자동차금융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각 금융사가 제공하는 자동차금융을 비교하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과거보다 선택지가 늘어나고 금융기술이 발달해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자동차를 새로 장만하려는 소비자라면 혜택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카드, 저렴한 금리로 ‘승부’

자동차금융을 이용해 차를 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동차회사에 구매비용을 내는 오토론(자동차대출)과 소비자와 할부금융사(캐피털·카드), 자동차업체가 금융자회사나 3자 계약을 맺은 곳에 소비자가 딜러를 통해 소개받아 차를 구매하는 자동차할부가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자동차금융시장은 캐피털업체가 시장 점유율이 85%를 넘는다. 카드사는 10%대다. 최근 자동차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은행권은 5% 수준이다. 그간 자동차금융은 캐피털사가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 왔으나 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까지 도전장을 내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금융권에선 카드업계가 자동차금융시장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인하 등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자동차금융이 떠오르고 있다. 카드업계 자동차 할부시장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양대산맥을 이뤄왔으나, 지난해부터 KB국민·우리·롯데카드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과 삼성, 롯데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온라인에서도 신청이 가능한 다이렉트 자동차할부 상품을 만들어 더욱 빠르고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카드사 자동차 할부의 최대 강점은 ‘낮은 금리’다. 차종과 선수금률(초기 납입금), 할부기간 등에 따라 연 2~4% 수준이다. 선수금을 내지 않고 할부기간이 60개월까지 길어지면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그러나 선수금률이 10~30%이고 할부기간이 36개월 수준이면 금리가 연 4%를 넘지 않는다.

롯데카드의 오토할부 이용 시 선수금 10%에 60개월 할부로 자동차를 구매하면 금리는 3.8% 수준이다. 선수금을 할부금융 원금의 10% 이상 신청한 경우 12개월은 연 1.6%, 24개월은 2.6%, 36개월은 2.9%, 48개월은 3.2%, 60개월은 3.5%로 이용할 수 있고, 선수금이 10% 미만일 때에는 12개월은 연 1.8%, 24개월은 2.8%, 36개월은 3.0%, 48개월은 3.3%, 60개월은 3.8%에 이용할 수 있다. 롯데카드 이외에 삼성·신한카드에서도 온라인 전용 ‘다이렉트 상품’을 이용하면 서류 없이도 자동차 할부를 신청할 수 있다.

국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캐피털보다 금리가 낮고 롯데나 삼성, 신한 같이 다이렉트 상품을 이용하면 1%대 금리로 차를 구매할 수 있다”면서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캐시백 혜택까지 추가하는 등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드사 자동차할부금융은 자동차 딜러가 제시하는 상품 이외에 소비자가 스스로 자동차할부상품을 설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카드사는 1~3등급 신용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신용등급이 이보다 낮다면 상품 이용이 어렵다.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없다면 구매가 불가능할 수 있다.

캐피탈, 저신용자도 쉽게 이용 가능…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카드사 자동차금융과 달리 캐피털사의 자동차할부는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차별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적 없는 소비자거나 중·저신용자라면 카드사보다는 캐피탈사를 찾는 것이 더 유리하다. 카드사에선 1~3등급 고신용자 위주로 자동차 할부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금융거래 기록이 거의 없는 소비자는 카드 할부를 받기 어려우나 캐피털 업계에선 직업과 재산 등을 고려해 대출을 해주고 있다.

특히 캐피털사와 자동차회사가 연계하는 판촉행사를 적절히 활용하면 일부 차종은 카드 할부보다 더 낮은 금리로 구매할 수 있다. 그 예가 KB캐피탈의 ‘파워리스 프로그램’이다. 재규어 XF 20d 프레스티지(출고가 6590만원)의 선납금 10%를 내면 금리 없이 36개월 동안 월 55만300원만 내면 된다. 동일 조건으로 레인지로버 이보크 TD4 SE(출고가 7030만원)는 0.7%의 금리를 적용해 36개월 동안 월 61만8600원을 내면 수입차 오너가 될 수 있다. 36개월 이후에는 차를 매각할지,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KB캐피탈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캡티브사(독과점사)다.

현대차의 금융자회사인 현대캐피탈도 마찬가지다. 현대캐피탈 ‘표준형무이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현대자동차 전 차종을 무이자로 구매할 수 있다. 법인과 택시 중형상용을 제외한 모든 현대차 차종에 적용되며, 최소 3개월부터 최대 6개월까지 무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캐피털사 자동차금융은 렌트와 리스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자동차 이용서비스와 금융혜택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상품도 있다. 패키지 상품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와 탈 때, 교체할 때 등 전 과정에서 금융과 자동차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현대캐피탈은 소비자의 차 가치를 전문차량 평가사가 방문해 무료로 측정하고 판매까지 연계하는 ‘내 차 팔기 서비스’와 ‘프리미엄 차량 배송’ 등 편의 서비스부터 ‘자동차 이용료 맞춤 할인’ 등 가격 혜택까지 더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차량 정비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소모품을 교환해 주는 ‘예방점검’과 ‘자동차 보험 무료 가입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만약 자신이 캐피털사를 이용해 구매하려는 차량이 자동차회사와 계약돼 있지 않다면 대출상품을 직접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여신금융협회가 운영하는 자동차 할부금융 비교 공시사이트에선 캐피털사 간 대출금리, 중도상환수수료율, 연체이자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캐피털사 자동차금융에도 단점이 있다. 신용등급 문턱이 낮지만 고금리가 부과될 수 있다. 판촉행사 이용 없이 캐피탈에서 차를 구매하면 최대 연 8%까지 차종이나 할부기간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캐피털사가 제2금융권이다 보니 자동차금융을 이용하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2016년 금감원이 소비자 자동차할부금융실적은 제1금융권 대출로 분류하도록 12개 시중은행에 적용하면서 해결됐다.

국내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금융거래 기록이 거의 없는 고객들은 카드 할부를 받기 힘들지만, 캐피탈업계는 직업·재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해 판단하고 있다”면서 “프로모션을 적절히 활용하면 오히려 카드 할부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폭 넓은 차량 선택권

신용등급이 5등급 이내인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차를 할인기간에 상관없이 구매한다면 은행의 ‘오토론’을 이용할 수 있다. 오토론은 같은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캐피털사 상품보다 0.4~1%포인트 정도 금리가 낮다. 이용도 편리하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자동차를 구매할 때는 즉시 대출신청이 가능하고 각종 할인 이벤트와 캐시백 혜택도 주어진다.

은행권 자동차금융은 신한은행이 ‘마이카(MY CAR)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KB국민은행 매직카 대출, 하나은행 1Q오토론, 우리은행 위비 모바일 오토론, NH농협은행 NH간편오토론 등이 대표 상품이다.

은행 자동차금융의 장점은 대출대상 폭이 넓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마이카 대출’은 개인택시 사업자 생활자금 지원, 캠핑 카라반 구매, 대형 이륜차 구매 등 대출대상 폭이 넓다. 또 취급 수수료가 없고 금리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 구매자금은 물론 2금융권의 자동차 금융상품을 전환하는 목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은행 모바일 오토론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소득정보를 불러오는 ‘스크래핑’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소득증명서와 재직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모바일로 서비스를 신청한 뒤 운전면허증과 자동차매매계약서 등을 사진으로 찍어 앱 서비스에 등록하거나 사본을 준비해 팩스로 은행 지점에 보내면 된다. 은행은 소비자의 자료를 확인한 뒤 대출 실행을 결정하는데 모바일로 신청하면 3분, 대출 실행까지는 빠르면 하루가량 소요된다.

현재 은행권 자동차금융은 다양한 이벤트와 혜택을 연계하는 등 상품 경쟁이 치열하다. 은행권 자동차대출 시장 역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정부가 연말까지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로 인하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대출이 가능해 젊은 세대의 수요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자동차대출 잔액은 3조854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조7667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내 자동차대출이 4조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커지면서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대출계약철회권을 두고 업계에서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계약 철회권은 4000만원 이하 신용대출이나 2억원 이하 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가 14일 이내에 원리금과 부대비용만 상환하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대출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다. 부대비용은 담보대출의 경우 근저당권 설정 관련 수수료, 세금 등이 있다.

현재 시중은행 자동차대출은 자동차 구매를 취소하더라도 대출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없다. 대출계약철회권이 외부기관에 위탁한 대출이나 보증서발행 대출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대출은 서울보증보험증권을 담보로 대출이 취급돼 시중은행 자동차대출은 모두 철회권 제외 대상이다. 이에 은행에서 할부 금융을 이용해 자동차를 구입했는데 대출이 불필요해졌거나 조건이 더 유리한 상품을 알았다면 취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