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일 또는 사람 등을 판단한다. 부러운 일을 하는 사람을 비유하면서 ‘그(녀)처럼’ 되고 싶다고 하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때마다 필자의 답은 한결 같다. 아니 질문을 한다. “혹시 닮고 싶은 롤 모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라고 말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착각하는 ‘확증 편향’을 자주 겪는다. 이성적이지 못한 것이 인간인데, 모두들 스스로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언제든지 내릴 수 있다고 착각한다. 심지어 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나보다 나은 성과를 가져가면, 그것이 왜 이렇게 나타났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기 이전에 평가절하부터 하기 쉽다. 그리고는 그(녀)도 했으니,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정 업무와 몇몇의 훈련을 통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녀)처럼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두 번은 따라 해서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를 반복하고 지속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른바 ‘-다움’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한 일이다.

실제 비즈니스 전략에서 가장 모방하기 쉬운 레벨을 ‘운영 전략’이라고 부른다. 운영의 묘를 살려서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몇몇의 중요한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해 경영에 활용함으로써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큰 단위의 사업보다는 작은 부분의 업무에 해당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충분히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반면에 비즈니스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전략, 이렇게 잘 다듬어진 가치를 조직 전반에 퍼뜨리고, 동시에 고객이 그 철학이 담긴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은 쉽게 따라 할 수 없다. 그 가치는 조직의 유일무이한 것이며, 조직원들의 충분한 공감을 거치면서 가치의 영향력은 배가 된다. 그러면서 점차 비즈니스가 커지는 것이다. 작게 시작했지만, 크게 성장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모두들 사회 및 시장에 공급하려는 가치를 최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지켜온 것이다. 나름의 원칙과 유연성 속에서 계속해서 조직 안팎에 다양한 사례를 만들면서 말이다.

직장에서 생존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영혼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금새 티가 난다. 직장 속에서 ‘나만의 둥지’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 말이다. 당연히 ‘전자’는 일에 여러 의미를 부여한다. 일을 통해 성장함과 동시에 그 증거들을 일 속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래서 항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에서 제공받는 가치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 이외의 문제에서는 오히려 초연한 태도를 유지한다.

반면에 후자의 사람들은 지난 칼럼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조직 속에서 스스로 ‘부품’임을 자처한다. 그래서 필요한 ‘기능’만을 채워주거나 주어진 최소한의 역할에 갇혀서 스스로를 재단하게 된다. 당연히 능동적으로 움직이거나 하는 것은 자기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났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것만이 제대로 된 경쟁의 결과물이라고 여기는 족속들이다.

안타깝게도 병든 조직은 두 사람에게 ‘동일한 태도’를 취한다. 애써 모른 체 하거나, 이들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리더 스스로가 연구하지 않는다. 혹은 진짜로 모른다. 당연히 누가 더 조직에 도움을 주는가의 입장에서 보면, 두 말할 것 없이 전자다. 이들에게 적절한 인정과 칭찬, 보상 등이 따라야 하지만 뒷받침되기 어렵다. 당연히 이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해줄 조직을 찾아 떠난다.

이들은 스스로 ‘-다움’을 찾아가는 것이다. 현재 있는 조직은 각자가 머무르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지금의 직장은 그저 잠시 머무르는 ‘정류장’에 불과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움’을 알고 옮기는 사람과 모르고 그저 당장 눈에 보이는 가치를 좇아서 이직을 하는 이들은 결국 다른 결과를 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경력이 뒷받침된 제대로 된 전문성이다.

‘- 다움’ 발휘를 위해서는 평소에 어떤 준비 또는 태도가 필요할까? 어떤 철학을 기반으로 해야만, 많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첫째, ‘-다움’이 발휘되는 경력 쌓기는 As-is 그리고 to be에 대한 내용을 스스로가 충분히 알고 있음을 말한다. 누군가를 롤 모델로 삼아서 따라 하는 것, 스스로가 정한 길을 따라 누가 뭐라고 해도 나만의 길을 가는 것도 옛날 선인들을 참고하는 것도 모두 ‘나다움’을 찾기 위해서다. 이는 내 취향과 기호를 반영한 것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잠시 누군가를 따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지속하는 것은 내 문제다.

둘째, 끊임없이 실험하면서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당연히 그 과정 속에서 직장 속 어울리는 캐릭터를 발견하고, 지속하면서 스스로가 바라는 모습으로 변하는지 변하지 않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보게 된다. 자신의 삶을 가지고 실험한다고 하니, 다소 무모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는 매일 ‘새로운 하루’를 살고 있다. 우리만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 반복되는 하루에서 매일같이 반복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 이때 지속할 것과 지속하지 않을 것을 가려내야 한다.

셋째, 가끔은 현재를 되돌아보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는 분명 과거의 내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나타난다. 앞서 말한 ‘반복해야 할 생각과 행동’은 바라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자,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희생적 성격이 담긴 결정이다. ‘복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가끔은 뒤를 돌아봐야만 자신이 그리는 미래에 제대로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넷째, ‘-다움’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정의 내린다. 처음에는 당연히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가 살면서 하는 ‘첫-OO’ 등이 잘 알고서 하는 것들이 대부분 그렇다. 이를 반복하다 보니 나름의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안다고 자부할 수 없다. 벤치마킹이 되었든, 참고이든 ‘나만이 추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의를 내리는 것에 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현 상태 또는 머무르는 단계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온전히 스스로가 만든 자리가 아니라면 그건 조직이 나에게 잠시 빌려준 자리다. 그건 ‘일’이지 결코 ‘감투’가 아닌 것이다. 지난 직장생활에서도 그랬고, 의뢰인들이 들려주는 사연 속에는 이 부분을 간과한 이들이 저지르는 다양한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이외에도 많다. 스스로가 갖고 있는 일에 대한 취향을 정리해 나만의 포트폴리오로 만드는 것,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들의 ‘상(像)’을 정리하는 것이나, 내가 받고 싶거나 받고 싶지 않은 대우 등을 꼼꼼하게 정리하는 것 등 수없이 각자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고, 단순히 ‘사이즈’만을 맞추기보다는 색도 디자인도 어울리도록 몸도 함께 가꾸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신이 지금 하는 일을 하라고 보낸 것이 결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현재 하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이 의미를 누구와 나누고 싶고, 그렇게 생성된 가치가 어디로 어떻게 흐르기를 바라는지를 끊임없이 정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직 스쿨을 만들고 가장 먼저 세운 원칙이 ‘의뢰인의 비밀 엄수’였다. 이전에 주로 했던 업무의 영향도 한몫했다. 컨설팅 업무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위해 끝까지 입을 무겁게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여러 채널에 쓰는 글은 대부분 의뢰인의 사건 사고를 정상 범위로 돌려놓는 과정 속에서 생긴 인사이트를 녹이고 있다.

이 원칙은 2년이 넘도록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오랜 고민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다움’이라는 철학이 가져가는 것은 무섭도록 간결하고 동시에 짜임새 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준다.

적어도 필자도 그랬다. 이직스쿨을 운영하기 전까지, 컨설팅을 바라볼 때 주변에서 가장 비슷한 사례를 치밀하게 분석해서 현재 우리 클라이언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골라내어, 그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정리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새로운 것’이 없고, 거의 대부분 필요한 가치를 재조합해 새롭게 보이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을 코칭하고 컨설팅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다고 판단했고, 그들이 머무는 산업·기업·직무 등의 체계 등의 분석에 목을 맸다. 하지만 그걸로는 의뢰인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머리는 납득이 가지만, 가슴이 울리지 않았다. 그들은 잠시 길을 잃었을 뿐 영혼 없이 일하는 이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은 또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다움’이 존재한다”고 말이다. 이를 발굴하고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필자가 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당연히 모두가 각자가 추구하는 미래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바라는 미래를 찾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급하고 중요한 일부터 습관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간단한 원칙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시간과 체력이 되는 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필요한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한다.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의뢰인이 그들이 생각하는 ‘-다움’을 이해하고, 찾고, 스스로를 설득해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데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잘 가고 있는지, 혹은 잘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다섯 가지 중에 무엇을 얼마나 그리고 왜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모두 할 필요는 없다. 그냥 한 가지 질문만 스스로에게 해보면 안다. “지금 내 모습 중에 과거에 내가 바랬던 모습이 얼마나 있는가?”를 말이다.